[월드 투데이] ‘자식 4명 살해’ 혐의로 20년을 복역 중 사면된 폴비그 사건의 파장
[월드 투데이] ‘자식 4명 살해’ 혐의로 20년을 복역 중 사면된 폴비그 사건의 파장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6.20 05:40
  • 수정 2023.06.2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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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건으로 기소되거나 복역 중인 어머니들, 캐슬린 폴비그 사면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과학 성과에 관심 집중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만에 사면된 캐슬린 폴비그(55) [사진 = 연합뉴스]
유죄 판결을 받고 20년 만에 사면된 캐슬린 폴비그(55) [사진 = 연합뉴스]

최근 호주에서 친자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4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친모가 20년 만에 사면된 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어머니들이 그녀의 사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유전자 돌연변이 연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19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캐슬린 폴비그(55)는 21세에 첫 아이를 낳았고, 대부분의 초보 엄마들처럼 아기가 젖을 먹고, 잠을 자고, 트림하고, 목욕하는 시간을 일기에 남겼다.

그러다가 그녀는 첫 아이가 사망한 지 19일 만에 갑자기 일기 쓰기를 중단했고, 그 뒤 둘째, 셋째, 넷째 아이를 연달아 잃은 1999년까지 10년 동안 ‘실패한’ 엄마의 죄책감이 일기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이 일기는 검찰에 의해 폴비그가 아기를 질식시켰다는 증거로 제출되고, 한 가정에서 네 명의 자녀가 사망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분명 사람의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었다.

재판 결과 폴비그는 3건의 살인과 1건의 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녀는 이달 초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 법무장관에 의해 석방되기까지 20년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폴비그의 석방은, 과학자들이 그녀의 두 딸들에게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 돌연변이 유전자를 발견하면서 그녀의 유죄판결에 '합리적인 의심'을 불러일으킨 후에 이루어졌다.

이처럼 아동 사망에 유전적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심' 제기는 영아에 위해를 가했다는,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나라의 부모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이 사건은 호주에서 재심 제도 강화 요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늘은 과학, 특히 진실이 승리한 날입니다.”

폴비그는 유죄 판결 번복 소송에 나서기 전 심신 회복을 위해 머무르고 있는 뉴사우스웨일스 시골 마을에서 촬영된 동영상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폴비그에게 40년형이 내려진 2003년 재판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검사가 그녀의 말을 왜곡하고, 배심원단에게 그녀가 육아 의무에 짓눌렸다는 점을 납득시키기 위해 모성을 곡해했다고 주장한다.

폴비그 사면에 결정적 역할을 한 유전자 검사의 발전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것조차도 자녀 살해 혐의를 받는 부모(주로 어머니)를 완전히 책임을 벗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어머니를 정죄하는 가짜 이론들

폴비그의 첫 번째 아이 칼렙은 1989년에 사망했고, 두 번째 아이 패트릭은 1991년 간질 발작으로 실명한 후 8개월 만에 사망했다. 그리고 세 번째 아이 사라는 생후 10개월이던 1993년 밤에 세상을 떠났고, 마지막 네 번째 아이 로라는 생후 18개월이 된 1999년에 세상을 죽었다.

처음 세 건의 영아 사망은 처음에는 1세 미만의 아기가 뚜렷한 이유 없이 사망하는 증후군을 가리키는 용어인 ‘영아급사증후군(SIDS)’ 때문이라고 인정되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로라까지 사망하자 법의학 병리학자가 사인을 ‘미확인(undetermined)’으로 분류하면서 처음으로 의심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경찰은 조사에 착수했고, 당시 폴비그의 남편이던 크레이그는 처음에는 그녀를 옹호하는 입장이었다가 이후 그녀가 아기를 죽였다고 확신하게 되었고, 7주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그녀에게 유죄 선고가 내려졌다.

2004년에 박사학위를 위해 살인 혐의로 기소된 어머니들 사건을 연구하기 시작한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앨러드 로스쿨의 ​​교수인 엠마 컨리프는 폴비그 사건의 경우에서 중요한 차이점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내가 연구를 시작한 다른 어머니들은 캐슬린 폴비그의 경우만 빼고 모두 면죄를 받았습니다.”

폴비그 사건과 비슷한 재판에서의 유죄 판결은 주로 ‘메도우 법(Meadow's law)’에 의존하는데, 이는 가족 중 영유아가 갑작스럽게 사망할 경우 첫 번째는 비극에 해당하고, 두 번째는 수상하고, 세 번째 아이도 사망한다면 살인이라는, 영국 소아과 의사 로이 메도우(Roy Meadow)의 근거가 박약한 주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호주의 법 제도는 캐슬린 폴비그 사건을 통해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컨리프 교수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 판결을 불신하는 데에는 굳이 유전공학까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플로그 사건이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자 전문가들은 그녀의 일기를 분석해서 법원에 아기 살해범으로 지목된 그녀에게 매우 다른 이미지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그 중 한 명인 임상심리학자 샤밀라 베츠는 수십 년 간의 모자 보호 분야 경력을 바탕으로 2014년 폴비그의 일기 내용을 분석했다.

“결정적인 의학적 증거가 없고, 폴비그가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그녀의 해석하기 어려운 일기를 증거로 사용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벳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4명의 자녀를 잃은 엄마라면 분명히 죄책감에 사로잡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아이를 잃어도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데, 둘째 셋째 넷째까지 잃었습니다. 그 누적된 아픔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겁니다. 그 안에는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나 아닐까?’하는 자책이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을 탓하면서 다른 원인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뭔가 잘못했다고 여겼을 겁니다.”

캐슬린 폴비그와 사망한 4명의 아기들 [사진 = ATI]
캐슬린 폴비그와 사망한 4명의 아기들 [사진 = ATI]

과학적 설명

이 사건을 살펴본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학 전문가들 중 일부는 2019년 어떤 답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폴비그와 아기들의 전체 게놈 시퀀싱(genome sequencing)을 수행한 뒤 그녀와 딸인 사라와 로라가 이전에 본 적이 없는 ‘CALM2’ 유전자의 변종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CALM 유전자는 건강한 심장 유지를 위해 나트륨, 칼륨 및 칼슘 수치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칼모듈린 단백질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여기에 변이가 발생하면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며 그 결과 돌연사가 일어날 수 있다.

폴비그 재판에는 이런 유전자 변이가 제출된 기록이 없음을 발견한 과학자들은 그녀의 유죄 판결에 대한 2019년 재심 조사에서 자신들의 발견을 서둘러 발표했다.

이 연구의 주 저자 중 한 명인 캐롤라 비누에서 교수는 폴비그의 사례가 비슷한 처지로 복역 중이거나 기소 단계에 있는 다른 가족과 변호사들이 자신들로 유전적 증거를 찾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녀에 위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된 일부 어머니들이 아동 학대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이러한 유전적 설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어머니의 대다수는 자녀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아기들이 매우 희귀한 질환에 걸린 상태입니다. 우리는 폴비그 관련 조사 이후에도 몇 가지 비슷한 사례에서 유전자 진단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질병들은 매우 희귀해서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고 쉽게 찾을 수도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남은 과제

폴비그가 감옥살이를 하는 동안 유전자 검사는 비약적 발전을 이룩했다.

그녀는 콩코드가 마지막 비행을 하고,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던 해에 감방에 들어갔다. 그해는 또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로 부상하고, 아이폰이 세계적으로 출시되어 4년 세월이 흐른 해였다.

포비그의 친구 트레이시 채프만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그녀가 세상의 변화에 어리둥절하고 주문형 동영상 서비스를 발견하고는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한편, 폴비그 사건에서 과학적 증거가 드러난 후에도 정부가 새로운 조사에 임하고 그녀가 사면도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렸다.

‘호주 과학 아카데미(Australian Academy of Science)’는 두 번째 조사에서 독립적인 자문역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 과학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제 변호사들은 오심에 따른 정의 실현, 즉 재심 과정을 더 쉽게 만들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

폴비그의 변호인단과 NGO 단체들은 사법 오심 가능성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재심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영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뉴질랜드, 캐나다에는 사법 실패를 확인하고 검토하기 위한 독립 기관이 있습니다.”

폴비그 변호인단 중 한 명인 라니 레고는 이렇게 말했다.

“호주는 이 분야에서는 후진국입니다.”

또, 시드니 범죄학 연구소(Sydney Institute of Criminology)의 앤드류 다이어 소장은 범법자에게 무거운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정치권이 편승한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험은 오심에 따른 판결 번복이 사람들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발표된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재심위원회’가 활동을 개시한 지난 1997년 이래 540건의 유죄 판결 또는 선고가 뒤집어졌다.

폴비그의 사면을 발표하면서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주 법무장관인 마이클 달리는 기자들에게 관련 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논의가 “열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크 드레이퍼스 호주 법무장관은 전국적인 형사 사건 재심위원회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다.

지난 6일 언론에 공개된 영상에서 폴비그는 ‘아기 숨결’을 꽃말로 가진 안개꽃의 앙증맞은 하얀 꽃봉오리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있었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감옥에 있었지만, 언제나 내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아이들이 죽지 않았다면 맏아들 케일럽은 34세, 막내 로라는 25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쯤 아이를 낳았다면 폴비그는 할머니가 되었을 것이다.

채프만은 친구가 겪은 끔찍한 경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말 두려운 점은 이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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