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강행 오아시스가 반면교사된 듯
올해 내에는 증권시장에 상장한 케이뱅크를 볼 수 없을 전망이다. 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탓에 상장 절차 재개를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케이뱅크 내부에서는 상장 재개에 대한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 올해 내 상장 추진 시 얻을 이점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 9월 20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이래 상장을 준비해왔다. 승인 효력이 반년이라는 점을 고려해 당초 지난 3월 상장을 마치려했지만 이내 철회로 선회했다. 초기 8조원까지 언급됐던 몸값은 상장 절차가 진행되는 사이 4조원 이하로 주저앉았다.
케이뱅크가 상장 추진 절차 재개를 망설이고 있는 배경에 공모주 시장의 한파가 자리하고 있다. 통상 최근처럼 고금리가 이어지면 증권시장이 불황에 휩싸이게 돼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시들해진다. 기업공개를 통해 보다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받기 원하는 기업들이 상장 추진을 기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장 추진 기업의 감소가 시장 침체로 이어지면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모주 수익률 부진은 상장 추진 중인 기업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는 SK쉴더스, 원스토어, 컬리, 골프존카운티, 현대삼호중공업 등 상장을 미룬 곳도 잇따랐다. 이 같은 행보도 공모주 시장의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새벽 배송 업체 오아시스의 사례가 케이뱅크의 상장 추진 열기를 식게 만든 요인으로 파악된다. 오아시는 공모주 시장 침체에도 상장 절차를 강행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2022년 12월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이어진 수요 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오아시스 희망 공모가는 3만500~3만9500원이었지만 다수의 기관 투자자는 희망 범위 하단에 못 미치는 2만원 중반대에 몰렸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은 당초 계획한 9700억~1조2500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증발한 6000억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증권시장의 분위기가 대폭 변하지 않는 상장 절차를 추진해도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시점을 노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위키리크스한국=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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