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곰 혹은 남성?...美 온라인을 달구고 있는 ‘누가 더 위험한가’ 논쟁
[월드 프리즘] 곰 혹은 남성?...美 온라인을 달구고 있는 ‘누가 더 위험한가’ 논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5.09 06:08
  • 수정 2024.05.0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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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X 캡처]
[사진 = X 캡처]

여성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면 그 대상은 남성이 더 안전할까, 아니면 곰이 더 안전할까?

놀랍게도 상당수 여성이 SNS상에서 제기된 이 질문에 '곰보다 남성이 더 위험하다'는 글들을 올리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8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SNS에서는 또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에 따른 논란이 사람들을 달뜨게 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적 담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논쟁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도사리고 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 질문 자체는 어려울 것이 없다. 바로 “당신이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누군가와 둘이서만 남겨질 경우 그 대상이 남자가 안전한가요, 아니면 곰이 안전한가요?”라는 질문이다.

만장일치는 아니지만, 틱톡, 인스타그램, X(트위터) 등 SNS 상에서 상당수 여성들은 곰을 선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문제는 온라인에서 일부 남성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피상적 현상보다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위협이 숲속에서 어슬렁거리는 맹수의 이미지하고만 연관되지 않는다는 의미심장한 담론으로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곰 그 자체의 위협에 관한 논란은 아니다

1,670만 번이 넘는 뷰를 기록한 틱톡의 한 동영상에서, 질문자는 거리에서 만난 8명의 여성에게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남자와 곰 중 누가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그러자 대답에 응한 여성 8명 중 7명은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후자라고 대답한다.

이 주제를 담은 동영상들은 친구, 가족, 파트너, 낯선 여성을 대상으로 묻는 수많은 변형들이 있다. 곰을 선택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여성들은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대답을 한다. 여성들은 곰의 경우에는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즉, 그들은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 조우(遭遇)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말이다.

맨 먼저 언급한 동영상의 댓글들을 보면 여성들의 생각이 통렬하게 드러난다.

“적어도 곰의 행동은 예측할 수는 있어요.”

“무조건 곰입니다. 남자는 곰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을 저지를 수 있어요.”

“곰이요. 곰에게 공격당하면 적어도 사람들은 나를 믿을 테니까요.”

특정 인간이 특정 곰 한 마리보다 더 위험한지에 대한 통계 작성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모두는 야생 곰보다 인간과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 가상의 시나리오가 묻는 핵심은 생존 기술이나 흑곰과 갈색 곰을 구별하는 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여성들이 이런 가상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완전히 실패했음을 입증합니다.”

한 사용자는 X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유엔(UN)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적으로 약 89,000명의 여성들이 살해당했다. 또, 이 데이터는 전 세계 여성 3명 중 1명은 데이트 폭력이나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안에는 가정폭력과 강간이 포함되었다.

위의 데이터에는 성추행이나 여성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기타 상황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상당수의 여성 국회의원과 여성 언론인이 공적 영역에서 정서적 폭력을 경험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정 통계이지만, 폭력의 위협이 여성의 존재 깊숙이 파고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이다.

‘곰이냐 남성이냐’ 논쟁에 가담한 X 개시물과 스레드 [사진 = X캡처]
‘곰이냐 남성이냐’ 논쟁에 가담한 X 개시물과 스레드 [사진 = X캡처]

논점을 벗어난 논쟁들

차라리 곰과 함께 하겠다는 여성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한 사람들은 질문 자체를 ‘남성 혐오(misandrist)’라고 부르며, 남성을 혐오하는 구실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요점을 완전히 빗나간 다른 사람들은 이를 여성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X의 게시물에는 한 여성이 곰에게 웃으며 “남자보다 좋아, ㅋㅋㅋ(instead of a man teehee)”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서 그녀는 곰에게 심하게 공격받는다.

이에 대해 한 응답자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니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한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곰과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했어요. 그래서 당신은 남자로서 당신이 폭력적이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자가 곰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을 만든 것인가요?”

이 응답자는 이어서 이렇게 묻는다.

이런 종류의 의도치 않은 논리 전개는 여성들을 맥빠지게 한다. 여성들은, 자신들이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불안해 하는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일부 남성들이 정말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수천 번 공유된 인스타그램 스레드(Threads)들은 이러한 격차를 더욱 잘 보여준다.

“꼭 곰을 만나기 바란다.”

이 스레드는 이렇게 시작한다. 

“곰이 그녀를 해치울 거다. 곰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성이 숲에서 생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유대감이 형성된 남자는 그녀가 여성적 매력을 사용했다면 그는 사냥하고, 집을 짓고, 그녀를 보호할 것이다.”

스레드는 이렇게 이어지지만, “그녀가 여성적 매력을 사용했다면”이라는 부분 때문에 뉘앙스에 충격을 받은 사람들의 댓글이 폭발적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비방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가상 질문(hypothetical question)’의 정의를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로스쿨 학생들의 입문 과정인 ‘LSD Law’는 특히 이 부분과 관련해 명확한 설명을 제공한다.

“‘가설(hypothetical)’은 반드시 사실은 아니지만 다른 것을 설명하거나 이해하는 데 사용되는 수단을 의미한다. 그것은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거나 생각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상의 상황을 말한다.”

야생 곰 [사진 = 연합뉴스]
야생 곰 [사진 = 연합뉴스]

이성적 남성들의 목소리

남녀 간의 싸움처럼 느껴지는 만큼이나, ‘남자냐 곰이냐’는 질문은 성 대결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남성들이 상황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곰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여성 틱톡 사용자는 평생 곰 사냥꾼이었던 그녀의 아버지에게 딸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기를 바라느냐고 물었다.

“곰이 더 안전할 것 같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진지하게 “왜냐하면 남자들은 사악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용자는 남성(또는 일반 사람들)이 거짓말을 잘하고, 거짓 약속을 하고, 세상을 너무 가볍게 보고, 곰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뉘앙스를 추가했다.

“곰은 사과도 하지 않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거짓 맹세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편, 자신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인간이냐 곰이냐’ 논쟁을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틱톡 크리에이터이자 여성 혐오에 반대하는 강사 ‘콜미BK(Call Me BK)’는 이 논란이 절대 가설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12일 올린 영상을 언급하며 “숲속에 혼자 있으면 곰을 만나는 것보다 남성을 만나는 것이 10배는 더 무섭다”고 주장했다.

“나는 여성들이 곰을 선택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담론을 ‘무엇이 더 낫다’라는 선택의 문제로 제시한 적이 없습니다.”

그는 최근 게시물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여성이 곰을 선택하는 이유를 남성에게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동영상을 올렸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그것이 바보 같고, 증오스럽고, 말도 안 된다는 댓글을 받았다.

그러나 이 질문이 남성을 비하하거나 곰과의 잠재적인 위험을 경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일부 긍정적인 의견들도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가상의 질문이 늘 그렇듯이 이는 더 큰 담론으로 향하는 관문이다.

“당신은 중요한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한 틱톡 사용자는 이렇게 댓글을 남겼다. 

“단순한 토론이 아닙니다. 이로 인해 우리 어머니들은 성인이 되어가는 아들들과 중요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가 건강한 미래로 향하기를 바랍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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