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 속을 스스로 걸어 다니며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나노로봇(nanorobot)’이 등장해 환자의 운명을 바꿔놓게 된다. 사람 몸 속으로 들어가 혈액 속을 헤엄쳐(swim) 다니며 의사가 원하는 대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위험도 확 줄여준다. 심장이나 뇌의 혈관 내부가 혈전(blood clot)으로 막히면 혈액이 잘 흐르지 않아 심장병이나 뇌졸중, 뇌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이 때 나노로봇이 혈관 내벽에 쌓인 침전물(plaque)를 녹여버리거나 뚫는 역할을 한다.
나노로봇을 이용하면 안구 내부 망막 등에 발생한 병소를 수술할 수 있고 암세포만 찾아 다니며 이를 파괴할 수 있어 암에 대한 정복도 가능하다. 과학자들은 현재 나노로봇의 개발 속도를 봤을 때 그런 세상이 2030년쯤이면 도래한다고 단언한다.
나노로봇의 아이디어를 처음 발표한 사람은 20세기 최고 천재중의 한 명인 물리학자 리차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이다.
그는 마이크로 로봇보다 1000배 정도 더 작은 10억 분의 1미터(1nm) 크기의 초소형 로봇에 대한 개념을 1959년 제시했다. 1nm은 원자 3~4개를 붙여 놓은 정도로 작은 크기로 원자를 10억배 확대하면 포도알 크기 정도가 된다.
과학자들이 지금 개발 중인 나노로봇의 크기는 1nm도 안 되는 초소형으로 마이크로스위머(microswimmer)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초소형 나노로봇은 어떤 능력을 가졌을까?
인체 속에는 체액(혈액과 척수액)이 60~65%를 차지한다. 나노로봇은 이 체액 속을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로봇은 질병 치료에 필요한 약을 정확한 장소에 투입할 수 있고 정밀한 수술까지 해줄 수 있다.
룰루 치엔(Lulu Qian)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최근 DNA의 두 가닥이 서로 결합하는 원리를 적용해 스스로 돌아다니며 탐사가 가능한 ‘DNA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1개의 다리에 달린 2개의 발과 물건을 집는 2개의 손을 가졌다. 움직이면서 나노물질을 스스로 분류해서 운반하기 때문에 ‘짐을 분류하는 DNA로봇(A cargo-sorting DNA robot)’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별다른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아도 로봇이 돌아다니도록 DNA의 원리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원하는 물질을 찾은 뒤 이것을 들어 올려 적합한 목적지에 내려놓는 임무의 성공률이 80%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나노로봇은 혈류나 세포에 약물을 운송하고 암세포 같은 몸 속 찌꺼기를 끌어다 버리는 의사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팀도 초음파로 원격 제어하는 종양 치료용 스마트 나노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이 상용화되면 외과적 수술이나 항암제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나노로봇을 통해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활성산소종을 과량 방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쥐에게 나노로봇을 주입해 실험한 결과 간, 폐, 비장, 신장, 심장 등 신체 내 주요 장기에서 손상이나 독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확인했다.
박종오 전남대 로봇연구소장은 줄기세포 로봇을 이용해 퇴행성 관절염 환자의 무릎연골 재생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일본 도호쿠대학 과학자들은 아메바처럼 움직이는 나노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연구자가 움직임을 자유롭게 제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몬트리올대학 나노로보틱스연구소 실뱅 마텔(Sylvain Martel) 교수팀은 혈관을 오가면서 정확하게 암 종양을 공격할 수 있는 나노 로봇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로봇이 실용화되면 항암제로 인한 부작용이 사라지게 된다.
이 로봇은 1억개에 이르는 박테리아를 운반할 수 있어 몸 속 종양 부분까지 항암제 같은 약물을 직접 나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술개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극소형 로봇의 최대 도전과제는 동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미국 샌디에고 캘리포니아대학(UCSD) 나노엔지니어링팀은 나노로봇은 워낙 소형이어서 기어나 배터리를 넣는 게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동력은 화학 반응, 외부의 자기장 활용, 광선∙열 등 에너지 기술을 활용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작동하고 오랫동안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일이다.
UCSD팀은 위나 식도에 있는 위액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는 ‘나노로켓’을 개발했다. 이 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로봇은 위장을 통해 빠르게 헤엄쳐 위산을 중화시키고 pH 수준에서 약물을 방출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위장 속 박테리아 감염을 치료할 수 있다.
의료기술과 첨단 과학이 고통 없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래를 열고 있다. 나노로봇의 등장은 기존의 질병치료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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