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국산의약품 청구액 많으면 제약주권 확립인가
[WIKI 수첩] 국산의약품 청구액 많으면 제약주권 확립인가
  • 손의식 기자
  • 승인 2019.10.08 12:01
  • 수정 2019.10.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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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主權)은 사전적으로 국가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의 의미한다. 주권이라는 단어는 자주적 독립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 의원이 언급한 ‘의약품 주권’이라는 말이 국내 제약산업계에는 서운하게 들린다.

장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7년간 국내 건강보험 급여 청구액 상위 100대 의약품 중 국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5% 정도다. 그런데 이 중 다국적제약사 제품을 국내사가 판매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순수 국내사 의약품 청구액 비중은 25%로 떨어진다는 것.

장정숙 의원 [사진=장정숙 의원 블로그]
장정숙 의원 [사진=장정숙 의원 블로그]

이에 대해 장정숙 의원은 "돈이 되는 의약품은 다국적제약사가 차지하고 국내 제약사는 오래된 약이나 저가의 약을 박리다매로 매출을 이어나가는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산업이 동남아처럼 의약품 주권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주권, 다시 말해 제약주권을 수익성과 건강보험 청구 비중을 기준으로 말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의 의원의 발언이라고 보기엔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국내에 등록된 자가용 대부분이 국내 자동차 회사 차량이라고 하면 자동차 주권이 확립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 의원의 발언 마치 이런 비유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제약 주권은 의약품 연구개발에 기준을 두고 있어야 한다. 다빈도 상병 치료제 개발도 물론 중요하지만, 판데믹(Pandemic), 전쟁, 무역분쟁 등 국가적 비상 시에 필수 의약품 및 관련 치료재료 공급에 차질이 없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으로 떠들썩하던 2009년, 당시 각국 정부마다 예방백신 확보를 위해 치열한 백신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해외 백신생산업체들이 독일과 영국 등 일부 국가들의 독점으로 인한 선주문 물량 마감으로 백신 공급불가를 통보하자 많은 국가에서 신종플루 백신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당시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벨기에 브리셀행 비행기를 타로 GSK를 방문한 바 있다. 그해 국정감사에서는 ‘백신 구걸 외교’라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바이오 주권 확립의 해'로 설정하고 필수 예방백신의 안정적 공급 추진과 신종 백신의 개발 지원으로 바이오 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또 예를 들자면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시키며 7월 4일부터 디스플레이 패널 부품과 반도체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인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한국 수출 및 제조기술 이전을 기존의 포괄 수출허가에서 개별 수출허가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국내 반도체 산업에 큰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만일 해당 품목들이 국내에 없는 의약품이라면 어땠을까. 신약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데미지는 상당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이런 것이 제약 주권이다. 필수 의약품의 확보와 세계 시장에 당당하게 내놓을 수 있는 혁신적 의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제약 주권을 확립할 수 있는 길이고, 실제로 국내 상당수 제약사들과 바이오 업체들이 그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단지 의약품 청구액으로 제약 주권을 논하는 것은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오히려 제약 주권을 논하려면 신약 개발을 저해하는 규제적 성격의 제도 등에 대해 강한 질타를 했어야 맞지 않을까 싶다. 보건의료 및 제약산업에 문외한의 표현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 보건복지위원의 생각과 발언이라고 보기엔 아쉬운 대목이다.

[위키리크스한국=손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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