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도 ‘영업점 축소’ 가속화...‘금융 난민’ 고령층 고객은 ‘어디로’
지방은행도 ‘영업점 축소’ 가속화...‘금융 난민’ 고령층 고객은 ‘어디로’
  • 정세윤 기자
  • 승인 2021.07.06 15:52
  • 수정 2021.07.0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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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부산·전북은행, 비대면 영업 확대·디지털 전환 사활
지방은행들 점포수 매년 줄지만, 고령층은 여전히 창구 방문
금융서비스 ‘사각지대’놓인 노년층 위한 대책과 준비는 ‘미흡’
지방은행 지점 축소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소외계층인 고령층을 위한 대비는 뒤따르지 않은 상황이다. [출처=연합뉴스]
지방은행들의 지점 축소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고령층을 비롯한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비는 미흡해 이들 고객들이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1. 부산에 거주하는 유모씨(84)는 원룸임대업을 운영하면서 돈거래를 많이 하지만 여전히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만 안심이 된다. 현금자동화기기(ATM)가 있지만, 돈을 넣고 찾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유씨는 “ATM기는 사용할 줄 모른다”면서 “업무가 복잡해서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은행원 통해서 설명 듣고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2. 휴대폰 은행 앱 사용을 몰라 평소 ATM기로 통장정리를 하는 대구 거주 김모씨(74)는 지난 6월초 모 회사로 15만5800원이 이체됐다는 걸 뒤늦게 확인했다. 수신인 회사 이름도 생소하고 이체한 기억도 나지 않아 난감해진 김씨는 “이럴 때면 통장을 가지고 직접 멀리 있는 지점까지 찾아가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시중은행들이 점포수를 빠르게 줄이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들도 영업점 축소와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고령층을 비롯한 디지털금융 소외계층은 ‘금융 난민’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터넷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등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줄도 모르고, 영업점을 방문해 직접 설명을 들어야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고령층이 금융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것이다.

대구·부산·전북은행 등 주요 지방은행들은 최근 비대면 영업을 확대하면서 점포 축소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6개점, 2018년 4개점, 2019년 4개점 축소에 이어 지난해에도 11개점을 폐쇄하는 등 점포 축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은행도 해마다 점포를 줄여나간 결과 2016년 265개였던 점포가 지난해 232개점으로 축소됐다. 올해의 경우 부민동점, 진례점, 해운대중동점 등 3개점을 이달내 인근에 위치한 금융센터와 통폐합할 예정이다.

다른 지방은행들에 비해 수도권 등 타지역 진출이 많았던 전북은행은 올해 충경로점, 나운동점 등 6곳을 폐점할 예정이다. 전북은행은 2019년 100개점에서 지난해 98개점으로 축소된 상태다.

이들 지방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점포 축소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주요 방문 고객층인 고령층 손님을 위한 대책과 배려에는 현재 미흡한 실정이다.

(왼쪽부터) 부산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본사 전경 [출처=각사]
(왼쪽부터) 부산은행, 대구은행, 전북은행 본사 전경 [출처=각사]

우선 DGB대구은행은 점포가 없어진 자리에 은행원 없이 고객 스스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는 365코너(ATM기)와 DGB셀프창구를 설치해 점포 폐쇄 불편에 대비하고 있다. 아울러 불편함이 많이 생기는 곳은 은행 직원들이 버스로 이동하며 은행 업무를 도와주는 이동점포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ATM기조차 사용방법을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노년층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이같은 대책들이 실효가 없다는 것이다.

대구지역에 거주하는 김모씨(87)는 “ATM기, 그런 거 쓸 줄 모른다”며 “우리 같은 나이 많은 사람들은 은행 방문해 직원 설명 들어야하는데 지점이 없어지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ATM기를 쓸 수 있더라도 현금 입출금 외 다른 업무를 볼 수 있는 노년층 고객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이동점포는 은행 관계자조차도 언제 어디로 방문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로 안내와 홍보가 미흡한 상황이다.

노년층 고객을 위한 비대면 상품에 대한 교육이나 홍보도 점포 폐쇄 시 발송되는 안내 문자가 전부다. 고령층 고객의 비대면 금융업무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는 크게 미흡한 상황인 것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요일 이동점포가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점포가 없어지면 안내 문자를 드리고 우회할 수 있는 점포나 어르신 전용 상담 전화번호를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의 상황도 대구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노년층을 위한 교육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은행은 2019년 시니어를 위한 행복한 금융선포식을 갖고 디지털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시니어 고객들에게 맞춤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시니어 서포터즈 운영, 시니어 고객 대상 디지털 금융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현재 모든 활동이 중단된 상태로, 은행 차원의 대비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은행 관계자는 밝혔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노년 고객층이 겪을 수 있는 불편이 있다는 점에 대해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북은행도 다른 지방은행들의 상황과 대동소이했다. 전북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2016년부터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취약계층 전담 상담창구를 전 영업점 대상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상담창구가 영업점 내에 있어 점포가 폐쇄되면 금융취약층이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상담창구도 같이 없어지는 처지다.

이밖에 전북은행은 노령층을 위해 텔레뱅킹, 고객센터 등에 유선 문의를 할 때 ‘느린 말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고령층 맞춤형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어르신에게 더 정확한 상담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어르신 전용 서비스 코드의 입력을 통해 전문 상담원과의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령층 고객들 사이 관련 서비스에 대한 홍보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은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 강화에 따른 지점축소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고령층에 대한 대책과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인구 감소가 있지만 고령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이 유지돼야 한다”며 “노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 교육이 병행된다면 은행 인력이 부족해도 소외계층을 위한 서비스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당국도 지난해부터 은행권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소외계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권 점포 폐쇄 규정을 강화했다. 폐쇄 대상, 점포 고객 수 등을 분석하는 사전영향평가를 외부 전문가도 참여하도록 하고, 자율을 필수로 바꿨다.

[위키리크스한국=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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