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베이징올림픽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인권탄압 논란
[Weekend] 베이징올림픽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인권탄압 논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2.12 06:52
  • 수정 2022.02.1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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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권운동가 후자[A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인권운동가 후 자[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세계인의 이목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화려함에 쏠리는 한편에서는 중국 반체제 인사에 대한 가택연금 등의 인권탄압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고, 11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면서 세계인의 관심도 광범위한 규모로 치러지는 버블 올림픽 이벤트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참가 선수들이나 언론 및 참여 인사들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지정된 곳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나 베이징의 다른 곳에서는 중국의 저명한 인권운동가인 후 자가 또 다른 버블을 다시 한 번 겪고 있다. 후 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는 현재 올림픽 기간 동안 외부 노출을 금지당한 채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동계올림픽이 매우 중요한 정치 행사이기 때문에 다른 목소리가 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비판이나 인권에 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와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그는,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주일 동안 계속되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CNN과의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는 나같은 사람들을 ‘국내 적대세력’이라고 부릅니다. …… 그들이 저를 세상과 차단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후 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인권운동가로 세계의 명성을 얻었으며, 지난 2017년 사망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반체제인사였던 류 샤오보의 친구로도 잘 알려져 있다.

후 자는 투병 중인 어머니의 간병 목적 여행 외에는 일절 이동이 금지된 채 1월 15일부터 가택연금 중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현재의 가택연금은 자신이 지난 20년간 겪고 있는 24시간 감시체제를 강화한 조치라고 말한다.

이는 또 중국에서 민감한 정치 행사가 벌어질 때마다 그가 겪어온 익숙한 조치이다. 그는 애초에는 올림픽 기간 동안 베이징을 완전히 떠나 광둥성에 가 있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발이 묶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몇 달 동안 탄압에 직면한 사람은 후 자뿐만이 아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중국 인권운동을 펼치는 비영리 단체 ‘인권수호자(Chinese Human Rights Defenders)’에서 연구 및 변호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윌리엄 니는 동계올림픽 전에 사람들의 행방 추적과 가택연금, 그리고 유명 인권운동가들 및 변호사들의 구금을 포함한 국가안보 조치들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중국이 국제적으로 정치적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에 당국은 올림픽 분위기를 해치며 인권 남용을 거론하는 귀찮은 운동가들을 배척하고 있는 겁니다.”

그는 많은 인권운동가들이 항상 국가안보의 감시를 받거나 다른 통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SNS 계정을 폐쇄하고 가택연금과 구금, 행방불명에 기르기까지 인권운동가들의 입과 활동을 봉쇄하는 조치는 중국에서는 민감한 행사를 치르기 전 늘 있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공산당은 반체제인사들을 언제나 밀착 감시하고 있다.

“핵심은 인권운동가들과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차단하는 데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에는 중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인권감시기구(Human Rights Watch)의 중국 출신 수석연구원 마야 왕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관측통들에 따르면,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통제는 일년 내내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시기와 민감한 시기를 따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중국의 인권운동 환경은 지난 10년 동안 상당히 악화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규탄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반대하는 미 시위대 [EPA연합뉴스]
중국 위구르족 인권탄압을 규탄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반대하는 미 시위대 [EPA연합뉴스]

동계올림픽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한 우려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미국이 주도한 외교적 보이콧은 중국 극서 지역인 신장의 위구르와 다른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는 워싱턴 측의 주장을 앞세워 진행됐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비난을 부인하고 국제적인 인권탄압 주장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들은 국제적인 압박을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기획된 ‘정치적 허위와 책동’이라고 간주하고 있다.

CNN은 중국 공안부에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후 자가 가택연금을 강요당하고 있으며, 다른 인권운동가들도 구금되거나 감시받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팩스로 질문을 보냈는데, 해당 관청은 이 질문을 베이징 당국에 이첩했다. CNN은 베이징 시 정부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중국 시골의 HIV/AIDS 상황과 관련된 인권운동으로 명성을 얻은 후 자는 가택연금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자신이 중국에서는 차단된 트위터에 인권운동 탄압이 강화되고 있다는 글을 올린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나아가 투옥되거나 행방불명된 반체제인사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이후부터 보안요원들이 수차례 찾아왔었다고 후 자는 말한다. 보안요원들은 이번 주에도 한 번 찾아와서 스키선수 아일린 구(Eileen Gu)에 대한 말을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한다. 이번 주의 방문은 그가 트위터를 통해 중국 선수로 출전하고 있는 미국 태생의 아일린 구의 기사에 댓글을 단 다음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후 자는 가택연금이 다음 달 치러지는 금년도 전국인민대표대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독서를 하면서 그 시간을 견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저는 감옥에 있는 제 친구들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그들과 저의 형편은 천국과 지옥 차이나 같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 불평할 거리도 못되지요.”

그는 가택연금 기간 동안 CNN을 위해 제작하고 있는 동영상 일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분명히 정신 건강을 해치는 등 스트레스는 있습니다. 누구나 밖에 나가 밝은 햇빛 아래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희망하지요.”

그는 다른 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후 자는 보다 혹독한 탄압에도 익숙해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리기 불과 몇 달 전 그는 ‘국가 전복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3년 6개월 형을 언도받았었다. 이 판결로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의 인권탄압 상황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었다.

후 자는 이번에는 동계올림픽 개막식을 베이징에 있는 연로한 부모님 집에서 시청했다. 그의 부모 집은 보안 당국이 허락한 유일한 여행 장소이다. 당국은 만일 그가 목소리를 높일 경우에는 이 특권도 빼앗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그는 또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신은 다시 투옥될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은 아마도 주최국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행사가 아닐까 한다"며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위구르, 티벳, 홍콩, 타이완 등을 포함, 중국 본토의 시민들과 우리 같은 인권운동가들 및 반체제인사들에 대한 중국의 인권탄압 상황을 탄원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는 세계가 중국의 인권 상황을 똑똑히 지켜보고, 올림픽 때 뿐만 아니라 다른 때에도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중국의 미래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랍니다.” (후 자)

[위키리크스 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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