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긴장 고조되는 미 대학가...시위대끼리 충돌한 미 UCLA, 경찰의 개입으로 진압된 컬럼비아대학
[이-팔 전쟁] 긴장 고조되는 미 대학가...시위대끼리 충돌한 미 UCLA, 경찰의 개입으로 진압된 컬럼비아대학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5.02 06:25
  • 수정 2024.05.02 0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4월 29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의 시위대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야영지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2024년 4월 29일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학교 캠퍼스의 시위대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야영지 주변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가자 전쟁에 반대하는 미국 대학가 시위로 체포된 인원이 1,000명을 넘어서고, 유럽과 캐나다, 호주 등 다른 국가 대학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1(현지 시각) AP통신 등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위의 진앙지인 컬럼비아대학에 경찰이 진입하고, UCLA에서는 시위대끼리 충돌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는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로 나뉜 시위대가 서로 몸싸움을 벌이고 막대기를 사용해 서로를 때리는 등 충돌했다. 이보다 몇 시간 앞서 경찰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점거한 컬럼비아대학교 건물에 진입해 학교를 마비시키고 이번 시위 사태의 촉매제 역할을 한 시위대를 해산했다.

UCLA에서는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 사이에 몇 시간 동안 몸싸움이 벌어진 뒤, 시위 진압 장구를 착용한 경찰이 개입해 두 그룹을 분리했다. 경찰의 모습은 마치 폭력 사태를 진압하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의 대학이 이스라엘이나 가자지구 전쟁을 지지하는 기업들과의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외치는 시위대의 캠프는 21세기에서는 보기 드문 학생 운동 양상을 띠면서 뉴욕에서 텍사스,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일부 대학 캠퍼스에 대한 경찰 개입은 베트남전쟁 시대의 대규모 학생 운동을 연상시켰다.

법집행 기관과 대치가 이어지며 지금까지 1,000명 이상이 체포된 가운데, 드문 경우지만, 대학측과 시위 지도자들 사이에 대학 생활과 다가오는 졸업식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UCLA에서의 충돌은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철야 캠프에 세운 바리케이드와 합판을 사이에 두고 발생했다.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이 바리케이트들을 치우려고 하면서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온라인에 공개된 영상에는 철야 캠프 주변에서 불꽃이 터지는 모습도 담겼다. 양측은 의자를 던지고,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덮쳐 다른 사람들이 말릴 때까지 막대기로 때리고 발로 차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충돌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상을 입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카렌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X(트위터) 포스팅을 통해 이번 폭력 사태는 “혐오스럽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며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말했다. 또,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도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서 대학측은 자신들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늦게 뉴욕시 경찰은 컬럼비아대학의 요청을 받고 이 대학 캠퍼스로 진입했다. 대학 캠퍼스에 차려진 철야 텐트들이 철거되었고, 경찰은 사다리를 이용해 2층 창문으로 해밀턴 홀(Hamilton Hall)로 진입했다. 앞서 시위대는 약 20시간 전에 아이비리그에 속한 컬럼비아대학의 강당인 해밀턴 홀을 점거했다.

“밤새 해밀턴 홀이 점거, 파손, 봉쇄되었다는 사실을 접한 대학측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컬럼비아대학측은 이렇게 밝혔다.

“NYPD에 연락하기로 한 결정은 시위대의 행동에 대한 대응이지 시위의 목적 때문은 아닙니다. 우리는 법과 규칙을 위반하는 시위대로 인해 캠퍼스 생활이 계속 방해받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월요일 컬럼비아대학 시위대에 전달된 최후통첩이 거부된 뒤 경찰에 의해 수십 명이 건물에서 체포되었다.

미국 경찰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대학교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 경찰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워싱턴대학교 캠퍼스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힌 회계학과 1학년 파비앙 루고는 경찰을 부르기로 한 대학의 결정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건 너무 심합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사태 완화보다는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입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뉴욕 시티칼리지에서는 시위자들이 정문 밖에서 경찰과 대치를 벌였다. 30일 늦게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소셜 미디어에 게시한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거리와 보도에서 사람들을 쫓아내는 과정에서 일부 사람들을 땅에 쓰러뜨리고 밀쳐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경찰이 도착하자 관리들은 시티칼리지 건물 옥상에서 팔레스타인 국기를 내리고 대신 성조기를 게양했다.

그러는 가운데 아이비리그의 또 다른 대학인 브라운대학교는 화요일 로드아일랜드 캠퍼스에서 시위대와 합의를 이루어냈다.

시위대는, 대학측이 오는 10월 이스라엘로부터의 철수에 대한 찬반 투표를 하는 대가로 철야 텐트 시설을 철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타협은 이번 시위 사태 이후 대학측이 가자지구 전쟁 관련 거래를 중단하는 투표에 동의한 최초의 사례로 보인다.

한편, 플래그스태프에 있는 노던애리조나대학에서는 폭동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이 화요일 늦게 철야 캠프에 접근해 무단 침입 혐의로 약 20명을 체포했다. 그 과정에서 적어도 한 명은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앞서 대학 관계자는 이날 오전 학생들에게 해산하지 않으면 형사 고발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 대학 1학년 학생인 브레이든 랭은 “저는 아직도 이 갈등에 대해 잘 모르지만, 수천 명의 죽음은 참을 수 없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미누시 샤피크 컬럼비아 총장은 경찰 고위층에 보낸 서한에서 학교측은 경찰에 시위대가 점거한 건물과 철야 캠프를 해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은 MSNBC의 ‘모닝 조’에 출연해 경찰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해밀턴 홀로 진입할 것이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물 점거와 관련해 외부 세력의 개입을 다시 비난했다. 이는 샤피크 총장도 제기한 문제이지만, 시위가 외부 세력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뉴욕 경찰청 공공홍보담당 부국장인 타릭 셰퍼드는 해밀턴 홀에서 40~50명이 체포됐으며 부상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약 2주 전에 컬럼비아대학에 처음으로 텐트 캠프를 세웠다. 학교는 다음 날 텐트를 해산하기 위해 경찰을 불러들였고, 이 과정에서 1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시위대와 대학 사이의 협상은 최근 며칠 동안 교착상태에 빠졌고, 학교 측은 시위대가 철야 텐트 시설을 철거하지 않으면 정학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 같은 최후통첩을 무시하고 가구와 금속 바리케이드를 들고 해밀턴 홀을 점거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자칭 ‘좌파 시오니스트(leftist Zionist)’ 학생이라고 밝힌 일라나 레코비치는 몇 주 동안 학교 생활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가 치른 시험은 “큰 소리로 말해, 분명히 말해, 우리는 시온주의자들이 여기서 나가기를 원한다”는 시위대의 구호로 방해를 받았다.

유대인인 레코비치는 "현재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자신처럼 이스라엘의 전쟁 정책은 비판하지만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는 존립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열려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