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55곳, 핀테크 기업 20곳, 비금융 기업 41곳 신청
"금융회사 넘어 IT 회사, 통신,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신청 의사 밝혀“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 테크핀 경쟁 본격화
모바일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핀테크 업체와 네이버와 카카오 등 정보기술(IT) 업체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토스 등 핀테크 기업 20개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비금융 기업 41개사는 이달초 금융위원회에 마이데이터 사업 희망 의사를 밝혔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지에 흩어진 개인정보의 주권을 개인에게 돌려주며 본인정보 통합조회, 맞춤형 신용·자산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지난 1월 데이터3법 통과에 따라 기업들은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삭제해서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가명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의 개발이 가능해졌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성향이나 이용빈도를 분석해 실적 상승을 꾀할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은행, 신용카드사와 같은 금융사보다 핀테크 기업과 비금융사들의 참여가 높았다는 것이다. 사업 희망 의사를 밝힌 116개사 중 금융사는 55곳으로, 핀테크 기업과 비금융사를 합친 수치(61곳)보다 낮았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뿐 아니라 IT 회사, 통신,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허가 수요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금융사가 아닌 카카오·네이버·SK텔레콤 등의 IT 공룡들은 최근 금융 상품을 속속 출시하며 '테크핀' 산업의 약진을 이끌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장기화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가 0%대까지 떨어졌지만, 이들 기업은 연 2~3% 금리라는 파격적인 혜택으로 무장한 통장 상품을 최근 선보였다.
기존 금융사들이 자본과 금융 경쟁력에 IT 기술을 접목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개발하는 핀테크와 달리, 테크핀은 금융사가 아닌 IT 기업이 주도하는 금융 서비스를 일컫는다.
금융위는 오는 8월 5일 이후 마이데이터 산업 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사전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고 지난 3일 설명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까지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마이데이터 예비 컨설팅을 진행한다. 수요조사에 참여를 희망한 기업들이 많은 만큼 수요조사서를 성실하게 작성한 기업들부터 컨설팅을 우선 진행한다.
한편, 금융당국은 마이데이터·마이페이먼트(My Payment) 등 새로운 금융서비스와 결합 방안을 연구하면서 영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정책 동향도 조사하고 있다.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산하 은행에서 통신요금 납부와 온라인쇼핑 이력을 토대로 신용등급을 측정, 학생과 주부를 위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놔 큰 성공을 거뒀다. 지출이 과하면 할인상품을 알려주고, 불필요한 보험은 정리해주며, 여윳돈 규모에 걸맞은 투자를 권하는 식이다.
미국 보험사 프로그레시브는 차량 운행정보를 활용해 유연한 보험료 체계를 구축했다. 과속, 급제동 등을 삼가는 운전자는 보험료를 최대 30% 깎아준다. 국내서도 삼성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이 SK텔레콤 내비게이션 T맵의 안전운전점수에 따라 보험료를 5~11% 할인한다.
데이터 제공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기 위해 올해부터 경기도는 세계 최초로 주민들에게 지역화폐 기반의 데이터 배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주민이 지역화폐 카드를 사용하면서 생성된 데이터를 비식별 정보로 가공해 이를 연구소·학교·기업 등에 팔아 그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화폐를 쓴 주민들에게 다시 배당하는 제도다. 데이터 제공자에게 직접 정당한 보상을 한다는 점에서 세계 최초를 표방하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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