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차단에도 규제 사각지대 우려··· "보험사 등 2금융권 몰릴 것"
신용대출 차단에도 규제 사각지대 우려··· "보험사 등 2금융권 몰릴 것"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12.01 16:30
  • 수정 2020.12.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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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지난달 예고한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가 본격 시작되면서 급증했던 대출 총량이 줄어들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대출 규제에도 보험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잔액이 상승하는 등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30일부터 시행된 신용대출 규제의 핵심은 연 소득 8천만 원을 넘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 총액이 1억 원을 초과하면 개인 차주(돈 빌린 사람)별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비은행권 60% 이하)' 규제를 받는 것이다.

DSR은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과 카드론 등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대비 대출 부담 수준을 나타낸다.

아울러 1억 원 넘게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안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사면 신용대출은 회수된다. 예를 들어 이미 은행권에서 9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30일 이후 신용대출을 3천만원 추가로 받고, 내년 초 서울 지역에 집을 살 경우 3천만원을 토해내야 한다.

당국은 30일을 시행일로 예고했지만, 은행권은 규제에 앞서 지난주 초부터 자체적으로 신용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은 23일부터 신용대출이 1억원(KB국민은행과 타행 신용대출 합산)을 넘는 차주에 'DSR 40% 이내'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소득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이 1억원을 넘어서면 무조건 DSR 규제 대상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연봉 8천만원 초과자' 대상의 금융당국 지침보다 엄격하다. 

아울러 소득에 비해 과도한 신용대출을 억제한다는 취지로 23일 이후 연소득의 200% 안에서만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신한은행도 이미 27일 자정(28일)부터 연소득 8천만원 초과 차주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한 DSR 규제에 돌입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30일부터 당국 지침 외에도 주력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올원직장인대출'의 한도를 기존 1억5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이고, '올원직장인대출'과 '올원마이너스대출'의 우량등급 우대금리(기존 0.3%포인트)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 신용대출 규제에 풍선효과 우려... "대출총량 좀처럼 줄지 않을 것"

금융당국이 옥죄기에 나섰지만 보험사·저축은행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 잔액은 폭증하고 있다.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시중은행과 비슷해진 데다 금융당국이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대비 1조8267억원 증가한 수치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지난 2003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저축은행 가계대출이 한 분기에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은 지난 2017년 1분기 1조1000억원 증가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증가액이 역대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긴 것은 2015년 1분기였다. 당시 1조239억원이 늘어났다. 

지난 2016년 1분기 1조3000억원이 증가하며 이후 5개 분기 연속 1조원 이상 늘어나던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2017년 2분기 4000억원이 증가하면서 줄곧 1조원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보험사들의 주담대 잔액도 늘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생명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47조2653억원으로 올해 초(43조2628억원)와 비교해 9.3%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30조3634억원), 보험약관대출(45조7315억원)을 기록해 각각 2.89%, 2.83% 증가했다.

전체 손해보험사의 8월 기준 부동산담보대출은 271억6100만원으로 집계돼 연초보다 1.13% 상승했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일부 보험사가 취급하는 신용대출의 경우 1월보다 9.81% 증가한 45억3400만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보험사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이 급증한 현상은 시중은행의 대출을 규제한 데 따른 풍선효과라는 관측이 많다. 보험사들은 주담대 금리를 낮추면서 은행에 몰렸던 신용대출 수요를 상당 부분 끌어왔다. 생보사 주담대 최저금리는 지난 6월 은행권과 비슷한 수준인 2.41~3.08%까지 떨어졌다. 10월 기준으로 봐도 생보 각 사의 분할상환방식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최저금리(고정ㆍ변동)는 2.43∼3.08%에 분포하며 은행권과 비슷했다. 

국내 저축은행의 주담대 최저금리도 연 2%대까지 낮아졌다. 이달 기준 79개 저축은행이 취급 중인 31개 주담대 가운데 스타저축은행의 '6개월 변동금리 ART론'의 금리는 연 2.80%부터 연 5.30%까지다. 국내 저축은행들은 올해 3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출 증가로 이자수익이 늘어난 영향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현행 연 24%인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함에 따라 저축은행 대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대출이 증가, 이자상환 부담으로 인해 향후 가계 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4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 악화로 금융회사 건전성이 저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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