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의료시설까지 무차별 폭격하는 러시아... "인류의 전쟁 전통 파괴" 비판
[우크라 침공] 의료시설까지 무차별 폭격하는 러시아... "인류의 전쟁 전통 파괴" 비판
  • 유 진 기자
  • 승인 2022.03.22 05:57
  • 수정 2022.03.2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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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병원의 한 임산부가 폭격 직후 이송되고 있다. 이 임산부와 아이는 사망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병원의 한 임산부가 폭격 직후 이송되고 있다. 이 임산부와 아이는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력하면서 각급 병원까지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하고 있다. 이같은 행태에 대해 국제기구들은 ’아무리 전쟁 때라도 의료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인류의 전통을 깨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9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산부인과 병원을 공습했다. 이 공습으로 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당했다. 한 임산부가 들 것에 누워 아랫배를 잡고 피를 튀기며 응급대원에 의해 병원에서 긴급 후송되는 장면이 담긴 AP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그녀와 아기 둘 다 살아남지 못했다.

세계보건기구가 발행한 ‘의료 감시 시스템 (Surveillance System for Attacks on Health Care, SSA)’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무력충돌이 시작된 이후 110여개의 의료시설이 공격을 받았다. 의료시설과 구급차들이 공습으로 손상되거나 파괴되면서 수백명이 사망 또는 중상을 입었으며 필수 의료서비스 이용시스템이 붕괴됐다.

러시아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세계보건기구는 "아기, 어린이, 임산부, 그리고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일하는 의료 종사자들을 공격하는 것은 비양심적인 잔인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WHO는 나아가 ”러시아의 공습이 치료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릴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생존 가능성을 압박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인권‧의료단체는 물론 지식인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지역 인구의 의료지원은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이러한 전쟁의 장기적인 결과는 무엇인가? 과거의 분쟁에서 일어난 일이 어떻게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곤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까?

2011년부터 인권을 위해 힘쓴 의사들은 시리아 내 350개 의료시설에서 601건의 고의적 공격이 있었다고 서술했다. 그들은 왜 의료시설을 공격할까?

미 공영미디어인 NPR은 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이같은 질문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인권의사회 중동‧북아프리카 연구원인 하우삼 알나하스 박사는 ”공중보건을 공격하는 것은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하고 그들의 의지를 꺾으며 사기를 떨어뜨리는 효과적인 전쟁무기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우삼 박사는 ”국가가 의료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며 ”환자가 병원에 가는 것이 위험해지기 때문에 도움을 청하러 가는 것이 목숨을 거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환자들의 공포는 곧바로 국민들의 공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하우삼 박사는 ”지난해 3월 시리아의 알레포의 알-알타렙 병원에 3차례 공습이 있은 후 일어난 사건을 기록했는데, 당시 병원에서 폭격의 위험으로 인해 산전 및 생식 진료 상담과 환자들도 27%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언제, 어떤 환자들이 병원에 밀려들지, 언제 나갈지 짐작을 할 수 없는데다 의료시설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임산부들은 제왕절개를 선택한다.

하우삼 박사가 2014~2016년 알레포에서 응급의사로 있을 때, 2014년 시리아의 군사력 확대와 함께 제왕절개수술이 급증한 것을 확인했다.

임산부 마리아나 비셰기르스카야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산부인과 병원 밖에 서 있다. 그녀는 사고 후 다른 병원에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사진=NPR]
임산부 마리아나 비셰기르스카야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산부인과 병원 밖에 서 있다. 그녀는 사고 후 다른 병원에서 여자 아이를 출산했다. [사진=NPR]

의료 시설이 공격받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나

인권을 위한 의사회의 의료 책임자이자 미시간 대학의 내과 및 공중보건학 교수인 미쉘 히슬러 박사는 ’의료시설들이 공격받으면 단기적으로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보급품, 의약품, 산소가 부족하고 환자들은 링거액, 필요한 수술이나 투석 같은 치료들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존스홉킨스대학 공중보건학과 교수이자 ’전쟁의 폭력으로부터 공중보건을 지키는 투쟁‘의 저자 루벤슈타인 교수는 ”이러한 공격들로 인해 복잡한 부상들에 대한 치료 기록도 누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떠나고 경험이 적고 젊은 의사들만 남아 혼선이 불가피해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마취를 돕는 사람이 직접 마취를 하거나 치과의사가 해야 할 구강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분쟁 지역마다 감행되는 의료시설 공격이 어떤 악영향들을 미치는가

루벤슈타인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에는 예방접종자가 같이 공격을 받기 때문에 백신 계획 전체가 중단되면서 소아 예방접종 사례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료진이 집집마다 다니기에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홍역 예방접종도 중단해야 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제미오에 있는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은 HIV와 에이즈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사우디가 예멘의 병원과 양수시설, 양수시설, 위생시설을 폭격해 200만 명 이상이 콜레라로 감염된 사례도 있다.

히슬러 박사는 시리아에서는 폭격을 피해 병원들이 지하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시리아 병원들은 흰 깃발을 휘날리다 목표물로 설정된 것을 알게되면 깃발을 내리고 지하로 내려갔다.

하우삼 박사는 ”만약 모든 중환자실이 전쟁 부상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찬다면, 장비들은 코로나19 환자나 심질환 환자, 또는 전쟁과 관련이 없는 질병 치료에 쓰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루벤슈타인 교수는 ”충돌이 끝난 후에도 의료 서비스를 복원하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는 동안 전쟁 때와 비슷하게 사람들의 건강은 점점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히슬러 박사는 장기적인 결과로 의료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계속적인 의료 종사자의 부족과 필요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보급품이나 시스템이 없는 것은 매우 큰 일“이라고 말했다. 시리아의 예멘과 티그레이에서는 거의 모든 의료 시스템이 멈췄다고 밝혔다.

현재 3개의 국제법원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전쟁범죄를 조사하고 있는데...

최근 분쟁지역의 의료시설 공격이 잇따르면서 의사들은 언제든지 표적이 되어 살해될 수 있다는 점을 불안해 하고 있다. 환자에게 최선의 케어를 해야 하지만 자신의 안전도 걱정이 되는게 현실이다.

하우삼 박사는 ”의료 종사자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전쟁으로 의료가 보호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하우삼 박사는 2년 동안 시리아에서 병원에서 근무하며 자신의 치료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는 것이 보람 있는 일이었지만, 모든 의료인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지속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인들은 그렇게 많은 외상환자들을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경험하지 못한 전쟁 관련 부상들을 치료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했다.

히슬러 박사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문서화 하고 증거를 수집함으로써 책임감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이 우리 같은 조직이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전쟁 중 병원을 폭격하고 환자들과 의료 종사자들을 죽일 수 있는 세상에 산다면, 우리는 아무도 안전을 보장받지 않는 원시적 전쟁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을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반면, 전쟁의 시계는 2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위키리크스한국=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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