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대화를 재개한 미국과 중국...끝까지 협력할 수 있을까?
[미중 갈등] 대화를 재개한 미국과 중국...끝까지 협력할 수 있을까?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7.25 05:40
  • 수정 2023.07.25 05: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 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몇 주 사이 세 명의 미국 고위 관리들이 쉽지 않은 과제를 안고 베이징을 찾았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중대하고 논란이 많은 양자 관계를 안정시키라는 과제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무역, 테크놀로지 및 인권 등 다방면에 걸친 긴장으로 위태로운 미·중 관계는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뒤 중국이 워싱턴과의 소통 채널을 끊으면서 지난 1년 동안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지난해 11월 발리에서 열린 중국 지도자 시진핑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이의 정상회담 이후 모색되던 대화 재개 노력은 올해 초 미국 상공에서 격추된 중국 정찰 풍선과 함께 가라앉으면서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이런 정세를 배경으로 시진핑 주석, 리창 총리,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등 중국 고위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부장관, 존 케리 기후특사가 베이징을 순차 방문하면서 밑바닥에서부터 중요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널리 환영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순리대로 풀리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CNN이 2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인류의 기후 변화 해결 의지는 미·중이 얼마나 잘 협력하느냐에 그 성패가 달려있다. 이 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는 글로벌 공급망에서부터 인도-태평양 분쟁 위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와 얽혀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합의 없이 계속 의사소통하겠다는 약속만 하고 끝난 최근의 방문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대해 두 강대국이 협력할 여지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양국의 접촉은 오판의 위험을 줄여준다는 차원에서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관계 진전과는  다릅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총자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리고 회의에서 실제로 합의된 내용에 관해서는 총자란 교수는 “계속 대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징조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질적인 성과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하지요”라고 말했다.

타협

이번 회의들에서 협력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치는 낮았으며, 기본 인식 차이가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관측통들은 말한다.

베이징은 워싱턴이 자신들의 발전과 세계적으로 발돋움하려는 노력을 애써 방해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워싱턴은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고 독단적인 중국으로부터 국가안보와 세계 질서를 지킬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양국 모두 악순환을 멈추고 선린관계를 다지고 싶다고 말은 하면서도 어느 쪽도 타협을 위해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덴버대학 ‘미·중 협력센터’의 자오 수이셩 소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양측 모두 상대방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존 케리 기후특사는 양국이 기후 협력에 대해 “인식 차이 때문에 구체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해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한 반면, 중국의 왕이 수석 외교관은 기후 문제 협력을 “중·미 관계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의 정책이 국가안보를 목표로 한 행동일 뿐 중국보다 경제적 이득을 더 많이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중국의 리창 총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안보의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은 양국과 세계의 경제 발전을 해칠 것이라고, 그는 이달 초 옐런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강조했다.

워싱턴은 지난해 안보를 내세워 중국에 대한 핵심 기술 수출을 전면 금지 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자체적인 수출 통제로 맞서고 있다.

미·중 사이의 갈등은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트럼프 시대의 관세 부과, 남중국해에서의 군사 작전, 대만 문제 등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핵심적 갈등들은 양국이 보다 덜 까다로운 영역에서 협력함으로써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지만, 이는 전략적 문제와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어려운 것부터 불가능한 것까지 가시밭길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고위급 군사 대화 재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은 워싱턴이 리 샹푸 국방장관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군사 대화를 재개하려는 미국의 제의를 거부했다.

스인훙 베이징 런민대학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은 경쟁과 대립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것을 막고자 한다”며 “양측은 서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어느 쪽도 상대방에게 중요하고 지속적인 양보를 하거나, 그럴 의사가 없으며, 전략적 안보, 기술 보안 등을 위해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조치를 계속하거나 확대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베이징서 만난 리창 中 총리와 옐런 美 재무장관 :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중국과 공정한 규칙에 기반을 둔 건전한 경쟁을 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진 = 연합뉴스]
베이징서 만난 리창 中 총리와 옐런 美 재무장관 : 리창 중국 총리(오른쪽)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7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중국과 공정한 규칙에 기반을 둔 건전한 경쟁을 원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사진 = 연합뉴스]

향후 행보는?

그러나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국제관계학자 셴 딩리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협력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양국은 이제 빠르게 협력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쪽도 겉으로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협력을 위해 전념하고 있습니다.”

셴 딩리 교수는, 최근 만남에서 양측은 다음 교류를 모색하는 한편으로 상대방이 고려해주었으면 하는 사항들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분석했다.

그리고 셴 교수는, 왕이와 같은 고위급 인사들의 거친 워딩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은 더 광범위한 긴장 속에서도 기후 문제와 같은 가능한 사항에 대해서는 협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도 지난주 초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양측이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앞으로 몇 주 안에 정기적으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요일 미국에서 열린 안보 회의에서 블링컨 장관은 CNN에 미국이 두 초강대국 간의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의 '통신 라인'을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예전에는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여러 채널을 통해 해결 가능한 일부터 풀어나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그는 “결과가 입증해 줄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관측통들은 또한 중국이 앞으로 몇 주 안에 워싱턴을 직접 답방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 정상회의(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가 열릴 때 시진핑 주석이 직접 미국을 방문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블링컨 장관이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미국을 답방해달라고 초청한 친강 외교부장이 수상하게 시야에서 사라짐으로써 우호 답방 문제가 꼬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양국, 특히 미국이 대선 시즌을 맞이함에 따라 국내 유권자의 눈치를 보며 중국에 유약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소통 채널을 계속 강화하고 양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위해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워싱턴 ‘스팀슨 센터(China Program at the Stimson Center)’의 윤선 중국 프로그램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군사 당국자 간의 대화와 마약인 펜타닐 문제는 미국의 주요 의제이며 중국은 올해 말에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그러면서도 상호주의를 요구할 것이며, 이로 인해 미국 내에서는 대 중국 정책에 대한 비판이 늘어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끝으로, 추가 의사소통의 전망은 긍정적인 전개이지만, 관측통들은 상황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경고한다.

“양국 관계가 좀 더 확고한 기반을 다진 것은 맞지만, 여전히 불안을 떨칠 수는 없습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의 총자란 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언제든지 불이 붙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갈등들은 “여전히 탈선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yoojin@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