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탐사 경쟁] 러시아-인도 '희비교차...인도 찬드라얀 3호 착륙 성공 vs 러시아 '루나 25호' 실패
[달 탐사 경쟁] 러시아-인도 '희비교차...인도 찬드라얀 3호 착륙 성공 vs 러시아 '루나 25호' 실패
  • 유진 기자
  • 승인 2023.08.24 05:47
  • 수정 2023.08.24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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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 25호' 발사 장면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 25호' 발사 장면 [사진 = 연합뉴스]

인도의 달 무인우주선 찬드라얀3호의 달 착륙선 '바크람'이 23일 오후9시34분(한국시간) 세계 최초로 달 남극 부근에 연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히는 달 남극으로부터 500㎞ 떨어진 남위70도 부근이지만 태양의 그림자만 져 아주 어두운 남극으로 통한다. 이곳에 물이 든 얼음덩어리가 존재하는 것을 인도의 첫 달 무인우주선 찬드라얀1호가 2009년에 확인했고 나사는 2년 뒤 달 남극의 물 얼음 존재를 확인했다.

현재는 햇볕이 잘 비치는 달 중앙 적도 부근에도 물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달 남극은 물 얼음 존재 외에 그림자 때문에 지면 구별이 어려워 착륙이 다른 곳보다 어려웠다. 이곳을 인도가 최초의 자국 무인우주선 달 착륙 성공과 함께 세계 최초로 착륙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반세기만에 야심차게 꺼내든 달 탐사 시도가 실패로 막을 내렸다.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달의 남극을 조사하기 위해 떠난 무인 달 탐사선 ‘루나 25호(Luna-25)’가 지난 20일 달 표면에 추락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로스코스모스는 “초동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계산된 수치와 실제 충격량 변수 간의 편차 때문에 ‘루나 25’ 우주선이 계산되지 않은 궤도로 진입했고, 달 표면에 충돌한 결과 소멸했다”고 설명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유튜브 생중계 캡처
인도 찬드라얀 3호 착륙 성공.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유튜브 생중계 캡처

지난 11일 오전 극동 아무르주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발사된 ‘루나 25’는 당초 21일 달 남극 표면의 보구슬라우스키 분화구 북쪽에 착륙해 1년간 달 내부 구조 연구와 물을 포함한 자원 탐사 등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관련해서 23일(현지 시각) 이번 러시아 달 탐사선의 착륙 실패는 러시아라는 우주 강국의 한 프로그램이 실패한 것 이상의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러시아 우주선이 오작동을 일으켜 달에 충돌했다. 이번 착륙 실패로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달 탐사 계획의 미래와 우주 개발 성과를 뒷받침하는 지정학적 역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우주선 ‘루나 25(Luna 25)호’는 지난 8월 19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로스코스모스(Roscosmos)와 교신이 두절되었다가 일요일 최종적으로 사망이 선고되었다.

로스코스모스의 책임자인 유리 보리소프 소장이 밝힌 최초 보고에 따르면 우주선의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착륙 며칠 전에 궤도를 조정하려 할 때 점화에 실패했다고 한다.

로스코스모스는 이번 실패로 실의에 빠졌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이 수십 년 동안 어려움에 봉착했다고 주장해왔는데, 러시아는 이를 불식시키면서 자신들이 20세기 우주 경쟁에서 보여준 놀라운 업적을 여전히 성취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우주의 평화로운 탐사를 장려하는 비영리 단체 ‘보안 세계 재단(Secure World Foundation)’의 워싱턴 지부 이사인 빅토리아 샘슨은 “러시아의 냉전 유산은 이를 계승·발전시키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유산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구소련 시절 러시아는 1966년 사상 최초의 연착륙을 포함해 총 7대의 우주선을 달 표면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었다.

로스코스모스의 유리 보리소프 소장은 지난 세기 소련의 성공이 쉽게 반복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모든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마스터해야 합니다. 물론 새로운 기술 수준에서 말입니다.”

그는 러시아 국영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리소프 소장은 로스코스모스 우주 연구소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로스코스모스는 ‘루나 25’의 실패를 거울삼아 차기로 예정된 ‘루나 26’과 ‘루나 27’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 정책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이를 실현할 힘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제재를 받고 있고, 크렘린 당국이 로스코스모스의 중요도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나 프로그램을 계속하겠다고 해도 현시점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언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정말 이 프로그램을 지속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전 터키 대사와 미국 외교부 국장을 지낸 듀크 대학교 우주 외교 연구소 창립 멤버인 로버트 피어슨은 이렇게 주장했다.

피어슨은 이번 실패는 세계 무대에 러시아가 “진지하게 우주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26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의 발사대 39-B에 서 있는 아르테미스 1호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8월26일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에 있는 케네디 우주 센터의 발사대 39-B에 서 있는 아르테미스 1호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민간 우주 개발 지형도의 변화

이번 러시아의 달 착륙 실패는 전통적으로 우주 강국이 아니었던 국가들에 의한 달 탐사 노력이 쇄도하는 가운데 발생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루나 25호’는 달 착륙을 시도할 인도의 ‘찬드라얀 3(Chandrayaan-3)’호 우주선과 함께 비행 중이었다.

그리고 빠르면 2025년에 우주 비행사를 달 표면에 다시 착륙시킬 미국의 야심찬 ‘아르테미스 III(Artemis III)’ 프로젝트를 포함해 12개 이상의 나라들이 향후 몇 년 이내에 달 탐사 계획을 갖고 있다.

“달 탐사 열풍은 우주 탐사 비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말해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샘슨 이사는 이렇게 평가했다.

“생각만큼 저렴하지는 않지만, 전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가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국가가 달려들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루나 25’의 실패는 러시아의 우주 계획에 좌절을 안겨주었지만,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앞서 ‘찬드라얀 2호’를 달에 보내려던 인도의 시도도 실패로 끝났다. 그리고 2019년 이후 같은 목표를 지니고 날아올랐던 다른 두 개의 상업용 우주선도 추락했다.

그러나 아마도 소련 시대의 폭넓은 경험 때문에 이번 러시아의 우주선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을 것이다.

피어슨은 만약 인도 우주국이 이번에 찬드라얀 3호를 안전하게 착륙시킨다면 “우주 개발과 관련한 러시아 측의 명성과 영향력, 기술력은 치욕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루나 25’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었기에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로스코스모스는 자금과 품질 관리 문제 및 부패 혐의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샘슨은 주장했다.

로스코스모스 또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서방 국가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은 ‘루나 25’ 프로그램을 포함해 향후 탐사에서 로스코스모스와 협력할 예정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계획을 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는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우주 계획 파트너인 중국이 ‘루나 25호’의 실패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달에 영구 전초기지를 만들려는 미국 및 동맹국들과 경쟁하기 위해 달 기지인 ‘국제 달 연구 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가 있다.

샘슨은 21세기 들어 달에 우주선을 연착륙시킨 유일한 국가인 중국은 이미 이 프로그램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중국이 ‘루나 25호’ 실패 이후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슨과 피어슨은 모두 러시아가 우주 개발과 관련해 국제 무대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과거 국제 우주정거장(ISS) 프로그램에서 발을 빼겠다고 으름장을 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프로젝트에서 미국의 주요 파트너이다.

뿐만 아니라 NASA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종료한 이후 수년 동안 러시아는 우주비행사를 우주정거장에 오가도록 한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현재는 미국의 경우 민간 업체인 SpaceX가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 25호'가 달을 향하는 과정에서 찍은 사진에 이번 임무의 엠블럼이 담겨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 달 탐사선 '루나 25호'가 달을 향하는 과정에서 찍은 사진에 이번 임무의 엠블럼이 담겨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루나 25’ 프로젝트가 중요한 이유

‘루나 25호’는 달의 남극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인도가 ‘찬드라얀 3호’를 착륙시키고, NASA가 미래의 로봇 임무뿐만 아니라 우주비행사를 떨어뜨릴 지역도 바로 달의 남극이다.

달의 남극에 대한 이 같은 폭넓은 관심은 ‘물얼음(water ice)’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달의 남극 근처 그늘진 분화구에 엄청난 양의 물이 얼어붙은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고 믿고 있다.

물얼음은 우주 탐사의 미래에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이 귀중한 자원은 우주를 더 깊이 탐사하는 임무를 위한 로켓 연료로 전환되거나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 비행사를 위한 식수로 사용될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달의 남극을 목표로 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달의 남극은 일종의 ‘우주 경쟁의 2막’인 셈입니다.”

애리조나대학의 ‘달과 행성 연구소’의 부교수인 안젤라 마루시악 박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달의 남극은 궤도 역학으로 인해 다른 지역만큼 깊이 탐구되지 않았다. 바로 러시아를 위시한 달 탐사 야망을 가진 다른 모든 국가가 남극에 몰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피어슨은 왜 러시아가 거의 50년 만에 달 탐사 프로젝트를 재개하면서 굳이 남극 착륙을 선택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아직도 세계의 우주 경쟁에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달 어딘가에 착륙하기만 했으면 됐을 겁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제 생각에는 그들 입장에서는 더 안전한 선택을 했어야 했는데도 굳이 어려운 선택을 한 겁니다.”

한편, 어떤 국가가 언제 어떻게 달에 도달하는지는 과학자들이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국가간 정보 공유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인도는 달 탐사의 과학적 데이터 공유 약속 등을 규정한 문서인 NASA의 ‘아르테미스 협정(Artemis Accords)’에 서명했다.

반면 러시아는 서명국이 아니다.

하지만 샘슨 이사는 관련된 상대방들이 정치적으로는 적국들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전쟁처럼 하나의 경쟁으로 간주하는 것에 반대했다. 달 탐사에서 어떤 역학이 발생할지 정확히 아는 것은 어렵지만, 달은 큰 영토이며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가 우려하는 점은 우리가 이 문제를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방식으로 바라볼 경우 우리가 피하려고 하는 바로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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