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노동자들 '유턴' 신드롬...CNN, 21살짜리 조기 은퇴자의 자연인 생활 조명
[월드 프리즘] 중국, 노동자들 '유턴' 신드롬...CNN, 21살짜리 조기 은퇴자의 자연인 생활 조명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31 06:46
  • 수정 2023.12.31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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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 자연인을 선택한 젊은 은퇴자 류 유웬이 올린 브이로그의 한 장면 [류 유웬 브이로그 캡처]
도시를 떠나 자연인을 선택한 젊은 은퇴자 류 유웬이 올린 브이로그의 한 장면 [류 유웬 브이로그 캡처]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귀주)성의 절벽에는 젊은 ‘은퇴자’ 류 유웬(21)이 손수 지은 대나무 오두막이 자리잡고 있다.

3년 전, 류는 시골 고향인 구이저우성의 샤시샹을 떠나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성(省)인 광둥성 산터우시에 정착하려 노력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의 엄청난 성장과 중국에서 세계 최대 도시들이 탄생할 수 있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시골 출신 노동자들의 도시 상경 대열에 합류했던 것이다.

CNN방송은 29일(현지 시각) 중국 경제 성장의 일익을 담당했던 시골 출신 노동자들이 도시 생활에 환멸을 느껴 낙향하거나 자연인의 삶을 선택하는 사례들이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등학교 중퇴자였던 류가 도시에서 좋은 일자리를 잡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자격증 부족으로 공장에서 여러 차례 거절당했고, 결국 자동차 정비공, 건설 노동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류 공장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도시 생활의 고단함에 환멸을 느낀 류는 2022년 말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구릉지대와 강이 아름다운 구이저우성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그의 부모와 형은 그의 결정에 반대했지만, 그는 “소박한 삶”을 원했고 압박감이 큰 도시의 생존경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했고, 초과근무도 했습니다. 내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죽순을 자르던 중 CNN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깹니다.”

류가 느낀 좌절감은 심각한 취업난, 입시 경쟁 및 과중한 업무로 인한 번아웃, 그리고 국가가 전개한 가혹한 코로나 팬데믹 봉쇄 정책의 악영향과 맞닥뜨린 중국 젊은이들 사이의 환멸감 증가를 반영한다.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도시의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실업률 통계가 이처럼 부정적으로 나오자 6월 이후부터 집계를 중단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 지역의 젊은 세대 실업률이 심각하게 떨어지자 그 대책으로 당국은 도시의 젊은이들에게 시골에 내려가 정착하라고 장려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젊은이들에게 “농촌 경제 활성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는데, 이는 마오쩌둥 전 주석이 주창한 ‘하방(下放) 운동’을 연상시켰다. 마오 주석은 수십 년 전 수천만 명의 도시 청년들에게 벽촌으로 내려가 계몽운동에 나서라는 ‘하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었다.

그 자신도 ‘하방운동’에 직접 참여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 중부 시골에서 보낸 젊은 시절이 심신 단련에 도움이 되었고,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그리고 한때 시 주석이 ‘하방운동’을 벌였던 마을은 지금은 그를 기리는 공산주의 사당으로 바뀌어 전국 각지의 관리들과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절벽 위에 자리잡은 류 유웬의 오두막 [류 유웬 브이로그 캡처]
절벽 위에 자리잡은 류 유웬의 오두막 [류 유웬 브이로그 캡처]

중국에서 가장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이자 주요 공장 밀집 지역인 광둥성 당국은 올해 초 30만 명의 청년 실업자들에게 시골에 내려가 일자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가 깨달은 것처럼, 자연인의 삶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류의 부모는 궁벽한 야생에서 홀로 사는 아들이 걱정돼 그가 사는 곳 주변에 CCTV를 설치했다. 그리고 류는 전기 공급을 위해 오두막 주변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했다.

한편, 류는 성공적인 자연인 삶을 위해 색다른 길을 찾았다. 이는 중국 당국이 도시 젊은이들에게 장려한 농장 노동이나 농촌의 생산직 일자리와는 완전히 다른 길이다.

류는, 오지에서 자연인의 삶을 유튜브에 올려 1,80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게 된 중국의 브이로거이자 인플루언서인 리지키에게서 영감을 받아 그도 야생에서의 일상을 담은 동영상 브이로그를 매주 업로드한다.

이렇게 브이로그로 성공을 꿈꾸는 중국의 젊은이는 류 혼자가 아니다. 또 다른 중국 음식 브이로거인 댱지 지아오그는 10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구독자에게 윈난성 남서부의 한 마을에서 건강식 요리 방법을 가르친다. 또 다른 중국의 Z세대 ‘은퇴자’인 쓰촨성 출신 쟈오 춘 지와 진진의 시골 생활 브이로그도 류와 유사한 콘텐츠를 게시한다.

그러나 악명 높은 중국의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때문에 다른 여러 소셜 미디어 사이트들과 마찬가지로 유튜브도 중국 내 대부분의 사람들은 쉽게 접속할 수 없다.

류의 동영상은 돼지우리를 만드는 모습부터 강아지 럭키와 플라워와 함께하는 삶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그는 휴대폰과 삼각대만 갖추고 밭에서 배추, 마늘 등 채소를 재배하는 장면이나 새끼 돼지들을 위해 으깬 고구마와 돼지풀을 준비하는 등 야생에서의 나홀로 삶을 찍어 올린다.

류는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동물들이 곁에 있어 결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9월부터 온라인에서 빠르게 주목을 받았고, 그의 소셜 미디어 계정 전체에서 35만 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유 유웬이 손수 지은 궁벽한 야생의 오두막 [류 유웬 브이로그 캡처]
유 유웬이 손수 지은 궁벽한 야생의 오두막 [류 유웬 브이로그 캡처]

일부 온라인 사용자들은 “그는 비디오 게임에 중독된 다른 Z세대와는 달리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확실히 알고 있고 건강한 생활방식을 갖고 있다”고 감탄하고 있다.

또 다른 누리꾼은 “2000년대생이 은퇴를 감행하는데 1980년대생인 우리는 뭐냐”고 한탄했다. 바로 류가 불과 21세라는 젊은 나이에 직장을 박차고 “은퇴”를 선택한 것을 빗대어 말한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저런 오두막에서 뭐 생산적인 일을 할 것이 있기나 하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무런 의미 없는 삶을 살면서 ‘바짝 엎드려(탕핑)’ 있는 건가요?” 이 댓글 작성자는 이렇게 물었다.

열심히 일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야 한다는, 사회적 압박을 거부하는 ‘탕핑’ 운동은 2021년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탕핑’은 열심히 일해도 수익은 감소하는, 전통적인 목표를 향해 끝없이 노력하는 대신 단순한 삶을 추구한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있다.

류는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반박한다.

“아마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를 ‘탕핑’으로 볼 수도 있지만 나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항변했다. 

“나는 이 오두막도 손수 지었습니다. 야생의 생활은 도시에서 일하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습니다.”

비록 야생의 삶이지만 류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동영상에 광고와 PPL을 삽입한다. 그는 핸드크림, 세안제, 냉면 등을 팔아 소소한 수입을 올려 그걸 가지고 살아간다고 말했다.

류는 앞으로 시설을 확장해 닭장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식용 닭고기를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농촌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실행에 옮기라고 격려한다.

“야생의 생활은 도시 생활보다 훨씬 낫습니다. 도시에서는 물을 마시는 것조차 돈이 듭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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