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첫 돌을 맞이하기도 전에 죽음을 기다리던 아기는 당시 국내 처음 시도된 생체 간이식을 통해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심장이 약해 본인 목숨조차 담보하기 어려웠던 어린 여자 아이는 두 차례의 심장이식을 받고 어느덧 엄마가 되어 또 다른 생명을 세상에 품어낼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장기이식 초창기부터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기부전 환자 2만5,000명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현재까지 간, 심장, 신장, 폐, 췌장, 각막, 골수 등 2만5,000건이 넘는 장기이식을 시행했다. 이식 후 생존율은 1년 기준 간 98%, 심장 95%, 신장 98.5%, 폐 80%를 보였다.
간이식의 경우 수술 건수만 8,500건을 넘었다. 생존율은 1년 98%, 3년 90%, 10년 89%이다.
간이식의 85%는 살아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이다. 면역학적 고위험군인 ABO 혈액형 부적합 생체 간이식은 서울아산병원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
심장이식은 1992년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말기 심부전을 앓고 있던 당시 50세 여성 환자에게 국내 처음 시행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00건 이상의 기록을 보였다. 생존율은 1년 95%, 5년 86%, 10년 76%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거부반응 발생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 이른바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부적합하거나 기증자와 수혜자 간 조직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하는 교차반응 검사 결과가 양성인 경우에도 신장이식을 안전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신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지금까지 2만5,000명에 달하는 환자들에게 고귀한 생명을 선사할 수 있던 원동력은 절체절명의 중증 환자까지도 살려내고자 하는 사명감이었다”며 “생명을 향한 의지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 끝에 장기 이식은 어느덧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 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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