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위기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보수당 내에서조차 잇단 반란 '흔들흔들'
[월드 프리즘] 위기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보수당 내에서조차 잇단 반란 '흔들흔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2 06:18
  • 수정 2024.04.2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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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시 수낵 영국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사진 = 연합뉴스]

올해 영국 총선을 앞두고 부진한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보수당의 리시 수낵 총리가 추진 중인 간판 정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심지어는 보수당 내에서조차 잇단 반란에 부닥치며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고, 21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요즘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여당인 보수당에게 불리할 것으로 예측되는 지방선거를 2주 앞둔 상황에서 수낵 총리에게는 ‘총리실에 앉아는 있지만, 권력은 없는 총리(in office but not in power)’ 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수낵 총리는 올해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날짜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총리가 자신의 당을 적어도 10년 동안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이끌 수도 있는 재앙적 상황을 피하기 위해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고 있다는 말들이 퍼지고 있다. 그는 버티면 버틸수록 여론을 돌려놓을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고 여기는 듯하다.

수낵 총리의 문제는 그가 추진하는 모든 일이 어떤 식으로든 역효과를 낳는다는 데에 있는 듯하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그가 추진하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법률로 꼽힐, ‘금연법(smoking ban)’ 은 상원에서 통과된다면 그의 업적의 핵심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야당인 노동당의 지지로 간신히 첫 관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총리의 내각 구성원들(대부분 그의 직책을 노리는 있는)은 법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뿐만 아니라 그의 전임자 두 명은 공개적으로 그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캐나다 청중을 상대로 “윈스턴 처칠의 당이 시가 흡연을 금지한다고요? 정말 제정신이 아닙니다.”

그리고 자신의 새 책을 홍보도 할 겸 수낵 총리를 향해 일주일 내내 조롱을 퍼부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이 법안을 “미덕을 알리는 법안(virtue-signalling piece of legislation)”이라고 불렀다.

최종적으로 수낵 총리가 소속된 보수당 의원 중 거의 절반이 이 계획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스스로를 “정부를 대표하는 자연스러운 정당”이라고 부르는 보수당이 분열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공개적인 징표였다. 총리의 측근은 이를 부인하지만, 총리가 당, 정부, 국가에 대해 어떤 권위를 갖고 있다는 생각은 점점 더 소가 웃을 일이 되어가고 있다.

수낵 총리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는 듯하다. 인플레이션이 하락했고 그의 정책을 대표하는 이민 정책이 입법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보다는 트러스 전 총리의 책 출간 소식이 더 뉴스거리가 되면서 며칠 동안 정치적 의제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운들은 수낵 총리 스스로 자초한 요소도 있다. 지난달 보수당 부대표였던 리 앤더슨은 보수당을 떠나 라이벌 우익 정당인 ‘영국 개혁당(Reform UK)’에 합류했다. 리 앤더슨은 그동안 보수당에서 수낵 총리가 할 수 없는 일을 떠맡으며 총리의 핵심 우군 역할을 했었다.

앤더슨은 전통적으로 노동당 지지층인 노동계급 출신의 전직 광부였다. 실제로 그는 노동당 정치인 생활도 했었다. 그러다가 무엇보다도 브렉시트로 인해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자 중 상당수가 우경화하면서 2019년에는 이들 중 다수가 보수당을 지지하게 되었다.

사립학교 출신에다 수억만 장자 부자 반열에 오른 테크 기업 출신인 수낵 총리는 근본적으로 좌파 유권자들의 구미에 맞는 총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앤더슨이 무슬림 출신 런던 시장인 사디크 칸에 대해, 수낵 총리도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을 하자 그를 보수당에서 정직시켜버렸다. 그러자 앤더슨은 곧바로 다음 선거에서 보수당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영국 개혁당’으로 당적을 바꿔버렸다.

물론 수낵 총리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말을 구사하고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전력이 있는 앤더슨을 당의 부대표로 임명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수낵은 앤더슨을 부대표로 임명했고, 이제 와서 보면 그 결정은 우스꽝스러워 보일 뿐이다. 앤더슨이 그의 전 상사를 상대로 매일 공개적으로 공격을 퍼붓고 있기 때문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영국 의회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지난 15일(현지 시각) 영국 의회 하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수낵 총리는 자신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는 습관이 있다. 그는 총리의 승인 없이 경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신문에 기고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전 내무장관을 즉시 해고해야 했다. 브레이버먼 전 장관은 해고된 후 수낵 총리가 이민 정책을 놓고 “배신”을 했다고 비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낵 총리는 자신이 소속된 당내 우파들에게 너무 자주 공격을 받아 더 이상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어떤 권위도 갖지 못하게 되었다. 그는 많은 부문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보다 우파 성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기이하게도 존슨보다 부드러운 보수주의자로 간주된다.

이 모든 것들이 잔 펀치처럼 쌓이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낵 총리의 권위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전반적으로 망했다고 느끼고 있으며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돌아갈 길이 없으며 모든 일에서 잘못들이 발견된다. 수낵 총리는 의외로 약간 이상하고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평가에는 반박하기 어려운 요소가 있다. 게다가 여론조사도 결코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모든 긍정적인 것에는 암초가 따른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망명 신청자들의 신청이 처리되는 동안 그들을 르완다로 돌려보내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수낵 총리의 정책이 다음 주에 마침내 의회를 통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의 가장 즉각적인 영향은 그가 입국을 금지하기로 한 소형 보트 횡단이 급증하는 것으로 표출되고 있다. EU의 국경 관리 기관인 ‘프론텍스(Frontex)’에 따르면 2024년 첫 3개월 동안 소형 보트를 이용한 난민은 56%나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서 유럽 ​​관리들은 갑작스러운 보트 난민 증가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영국에 입국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여기는 난민의 증가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해당 난민들이 지금 들어갈 수 있을 때 떠나야 한다며 서두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난민 입국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에게는 이러한 차이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단지 56%의 난민 증가와 새로운 정책이 다음 총선 전까지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이 보일 것이다.

이상이 아마도 수낵 총리의 향후 6개월의 모습일 것이다. 그는 자기 정당 내 우파들에게는 양에 차지 않는 세금 감면을 들고나올 것이다. 또, 그는 브레이버먼 전 장관과 트러스 전 총리 같은 사람들이 부족하다고 조롱할 극우 정책도 약속할 것이다.

물론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아마도 최단기 총리로 영국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그녀는 언론이 “시든 상추보다 빨리 총리 자리에서 내려왔다”고 조롱하는 오명을 유산으로 안고 있다. 이런 전직 총리에게조차 조롱을 받는 수낵에게 상황은 정말 좋지 않아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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