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한국GM, 산은 자료 제출 요구 '묵살' 정부에 손 벌리며 회생안은 외면
[이슈 진단] 한국GM, 산은 자료 제출 요구 '묵살' 정부에 손 벌리며 회생안은 외면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18.02.21 06:00
  • 수정 2018.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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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20일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여야 원내지도부와 포토타임을 마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12월 제너럴모터스(GM)에 총 8개 조항으로 구성된 요구안을 전달하고 이행을 촉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GM은 요구안에 대한 별다른 응답 없이 두 달 뒤 일방적으로 군산공장 폐업을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에게 직접 전한 이 요구안은 정부의 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이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올해 2월 작성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이란 자료에 따르면 이 회장은 GM 측에 ▶흑자 전환 대책 ▶자본잠식 해소 방안 ▶GM 본사 대출금 금리 인하 ▶생산물량 확대 ▶산은의 감사권 행사 약속 ▶중장기 경영계획 ▶산은의 소수주주권 강화안 ▶분기별 재무 실적 등 8가지 사항을 요청했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으려면 한국GM이 먼저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고 재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의미다. 정치권도 이날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과의 국회 면담을 통해 한목소리로 GM의 성실한 자세를 촉구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국회 요구를 GM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GM은 산업은행의 요구안에 대해 수용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엥글 사장은 이날 국회 면담에서 신차 2종을 창원·부평공장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엥글 사장은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돈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도 했다. GM의 대출액은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다. 하지만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밝히지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도 표명하지 않았다.

과거 GM은 경영컨설팅과 주주감사권 행사 등 산은의 경영 개선 요구나 협조 요청을 번번이 거부하기도 했다.

GM이 이처럼 산은 요구를 무시한 데는 갈팡질팡했던 한국 정부의 관리 전략도 한몫했다. 2012년 GM은 산은이 보유한 17%의 지분을 사들이겠다고 비공식적으로 제안했으나 당시 산은은 한국GM 철수 가능성 등을 들어 GM 측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015년에는 한국GM의 산은 지분을 2018년까지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철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한국GM에서 손을 떼려 했다는 비판을 부른 대목이다.

KDB산업은행은 한국GM 사태를 감지했으나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산은은 "한국GM의 재무를 살피기 위해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되레 2대주주로서 제역할을 못한 것이 아니냐는 타박만 돌아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주주감사 청구권을 발동한 것을 두고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도 쏟아내고 있다.

한국GM은 경영난 속에 산은에 공장을 담보로 운영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은은 자칫 공장처분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반대했다. 주총특별결의사항을 통한 거부권 행사가 가능했다. 대신 동산(動産·부동산 이외의 물건)은 담보를 할수 있게 했다.

한국GM 실적악화의 요인으로 꼽히는 △고금리 본사대출 △본사분담금 등에 관해서도 수차례 인하를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으나 단 한차례 답변도 없었다. 이밖에 경영개선대책, 장기발전계획수립, 재무구조 개선조치 등을 요구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2016년 한국GM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서 관리 방안을 마련해봤지만 소액주주로 번번이 이사회에 가로막혔다"고 말했다.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직무유기'로 십자포화를 맞는 동안 방한한 배리 앵글 GM 총괄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시종일관 여유있는 태도로 여야 의원들과 면담했다.

배리 앵글 사장은 이날 2대 주주이자 정부기관인 산업은행 대신 국회를 찾아 되레 '일자리'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기조가 일자리에 방점이 찍힌 만큼 30만 일자리가 달린 GM 철수의 중요성을 과시하려는 태도로 풀이된다.

앵글 사장은 "(한국의) 수백만 일자리의 수호자가 되고 싶다"면서 "한국에 남아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규 차종 2종 생산을 창원·부평 공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투자가 한국 정부의 지원을 전제로 한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대신 "경영 상황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대형 투자와 신제품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GM본사가 한국GM으로부터 고금리 대출로 이윤을 챙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앞으로 진행될 실사에 관해서도 "투명성 강화를 위해 3자가 실사하는 방안에 동의했다"고만 밝혔다. 산업은행은 현재 한국GM에 실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실사 시행까지는 최소 석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kbs13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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