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영국 정부와 법원은 위키리크스 어산지에게 자유를!” 세계의 네티즌 여론 비등
[월드] “영국 정부와 법원은 위키리크스 어산지에게 자유를!” 세계의 네티즌 여론 비등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3.14 06:00
  • 수정 2018.03.14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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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대사관 ‘어산지를 석방하라’ 시위 중계. [구글 스트릿뷰]
전세계 네티즌 사이에, 영국 정부와 법원이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안 어산지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 사실상 억류상태에 있는 줄리안 어산지의 건강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보도가 퍼진 이후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각 대륙의 언론사들, 인권단체들에는 그가 영국을 떠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언론사와 시민단체들의 인터넷 기사, 페이스북, 트위터마다 “인류의 영웅 줄리안 어산지에게 자유를 줘야 한다”, “영국 정부는 미국의 하수인 역할을 하지 말라”, “어산지가 구금되는 것은 세계의 시민 정신이 구금되는 것이다”등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달 어산지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이 모두 위험한 상태에 있다고 어산지를 진료한 두 명의 임상의를 인용해 보도했고, 전세계의 언론은 이를 인용해 그의 건강을 우려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계속된 감금으로 인해 그의 육체나 정신이 모두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는 의료적 측면에서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소견이었다.

영국 정부는 의사들이 최소한의 진료 도구를 갖고 대사관을 방문하는 것만 허용할 뿐, 어산지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안전을 보장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 어산지 건강 악화됐지만... 영국 법원은 부정적 판단


대사관 내부에 갇혀 햇빛과 적절한 환기는 물론 바깥 활동도 제약되면서 어산지의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산지 변호인 측은 스웨덴 당국의 성폭력 혐의 예비 수사가 중단된 만큼 체포 영장은 "목적과 기능을 상실했다"며 어산지의 체포 영장 철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런던형사법원 엠마 아부스놋(Emma Arbuthnot) 판사는 지난달 13일 어산지에 대한 ‘2012년 6월의 체포 영장이 유효하다’는 결정을 다시 내렸다.

아부스놋 판사는 "정의의 진로에 자신이 내세우는 조건들을 올려놓기를 원하는 사람 같다는 인상이 든다. 자신이 일반적인 법규 위에 있고 자신한테 유리할 때에만 정의를 원하는 것처럼 비친다"고 비판했다.

이 체포 영장은 2012년 어산지가 영국 법원의 송환 여부 결정을 앞두고 법원에 출석하지 않음으로써 보석 조건을 어긴 이유로 발부됐던 것이다.

어산지는 당시 성폭력 혐의로 인해 스웨덴으로 송환될 경우 다시 미국으로 강제송환될 것으로 보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했고 이후 6년째 생활해오고 있다.

지난해 4월 당시 미국 검찰총장 제프 세션은 ‘어산지 체포가 우선 순위’라며 영국 정부가 어산지에게 미국으로 송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어산지가 에콰도르 대사관 문 밖을 나올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영국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 사실상 억류돼 있는
▶ 미국은 왜 줄리안 어산지 체포에 혈안이 돼 있을까?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인 줄리안 어산지가 2006년 설립한 위키리크스는 각국 정부 등의 비밀주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를 공개, 명성을 얻고 왔다.

아이슬랜드에서 닻을 올린 위키리크스는 전세계적인 미디어 조직이자 관련 기구들과 연계된 정보 라이브러리(multinational media organisation and associated library)를 표방하며 세계의 언론,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최고의 신뢰를 쌓았다.

위키리크스는 아프리카 연안에서의 유독물질 투기 관련 메모, 영국 극우파 정당(BNP) 당원 명부, 스위스은행 관련 문건 등을 공개하고, 사이언톨로지의 실태와 케냐 정부의 부패 등을 고발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위키리크스의 용기 있는 행동은 전세계 언론,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이 꼭꼭 숨겨놓았던 비밀문서들을 잇따라 터뜨리면서, 그는 미국 정부와 CIA의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어산지는 2010년 위키리크스에서 미국이 수행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과 관련된 기밀문서 수십만 건을 폭로해 1급 수배대상에 올랐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는 2010년 미 육군정보기관의 분석가, 첼시 매닝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매닝은 25만건 이상의 외교 문서들을 유출했다. 여기에는 군사기록들이 포함돼 있고, 그 중에는 아파치 헬기팀이 미사일 발사대를 갖고 있다고 여기고 한 무리의 사람들을 총격해 죽이는 장면도 담겨있다. 결국 이 사람들은 TV 카메라를 들고 있던 로이터 통신의 기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비밀 문서, 이미지, 비디오는 물론 1만3,000명이 수용된 관타나모 스캔들도 포함돼 있다.

위키리크스는 또 미국의 전세계 대사관들이 펼쳐온 갖가지 비밀활동을 담은 방대한 양의 외교 전문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클린턴은 이 유출 사건이 정부를 와해시켰다고 말했고, 이 정보를 훔친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자료를 넘겨준 매닝은 2010년 35년 형에 선고됐다가 투옥됐고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지난해 7년으로 감형돼 석방된 바 있다.

'어산지에게 자유를!' 위키리크스 지지자들이 영국 법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유투브 캡쳐]




▶ 어산지를 체포하기 위한 미국의 ‘공작 의혹’

어산지의 모든 활동은 미국 정부로서는 끔찍한 일이 됐다. 그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킬 구실을 찾던 미국 정부는 ‘성범죄’ 굴레를 덮어씌우는 공작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8월. 스웨덴에서 두 명의 여성이 어산지를 경찰에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스웨덴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어샌지를 만나 각각 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두 여성은 엿새가 지난 뒤에 어산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는 점이다. 성범죄는 특히 사건이 발생한 직후 피해자가 바로 신고하는 것이 보편적인데 극히 예외적인 경우였다.

특히 두 여성 중 한 명은 주미 스웨덴대사관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는 CIA 요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한 여성은 어산지가 참석했던 세미나의 운영자로, 매력적인 금발의 페미니스트로 전해졌다. 이 여성은 관계를 맺은 다음날 어샌지와 함께 행사를 준비하기도 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점들이 미 정부 중 한 쪽에서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을 사는 이유다.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성범죄 혐의로 수배를 받자 영국으로 이동했고, 영국 법원은 2012년 5월 ‘스웨덴으로 추방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어산지 측은 미국으로 보내기 위한 음모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2012년 6월, 어산지는 정치적 망명을 주장하며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했다. 에콰도르 대사관은 2개월 후 그를 받아들였다. 이후 어산지는 런던 소재 에콰도르 대사관 내에서 사실상 갇혀 지내왔다.

2016년 2월, 유엔 인권그룹은 영국 정부에 “어산지는 임의 구금(arbitrarily detained) 상태”라고 판정하고 석방을 권유했다.

유엔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성명을 통해 영국과 스웨덴은 어산지의 신체와 이동의 자유를 존중해 어산지의 자유 박탈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은 구체적으로 어산지의 현재 상태가 ‘인권에 관한 보편적 선언’ 7, 9, 10조 그리고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선택의정서’ 14조에 위배한다고 지적했다.

어산지의 자의적 구금 상태가 종식되고, 그의 신체와 이동의 자유가 존중돼야 하며, 보상을 받을 권리를 줘야 한다고 유엔은 강조했다.

이같은 국제 여론에 힘입어 스웨덴 검찰은 2017년 5월 성폭행 혐의 조사기간 만료를 이유로 수사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영향을 받고 있는 영국 정부와 법원은 유엔의 권고를 공개적으로 무시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줄리안 어산지 [EPA 연합뉴스]
▶ 미국의 영향을 받는 영국 정부와 법원의 선택은?

에콰도르 정부는 호주 출신의 어산지가 자진해서 작년 12월 12일 에콰도르 국민으로 귀화했다고 밝히고 어산지에 대한 외교관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어산지 변호인 측은 "어산지를 체포하는 것은 더는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에 송환될 위험이 있다"는 등 이유들로 체포 영장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영국 정부는 에콰도르대사관으로부터 어산지의 퇴거를 촉구하고 있다. 또 아부스놋 판사는 "(미국에 송환될 수 있다는) 어산지의 두려움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법에 따르면 에콰도르 대사관을 나오면 체포돼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그가 미국으로 추방될 가능성이 95% 이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능한 옵션으로는 영국 정부가 그를 미국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로 추방하는 것이지만, 이는 미국과의 갈등을 감수해야 하는 사안이다.

한 국제 법률가는 “매닝에 대해 35년형을 선고한 미국 법원은 어산지에 대해서는 그 보다 더 중대한 형량을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어산지에게 씌우고 있는 혐의는 간첩혐의다.

일반적으로 간첩은 상대방 국가, 또는 특정 기업집단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그러나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해 정부와 군대의 정책, 전략에 반대하는 문서들을 공개하는 것이 왜 간첩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세계의 정부와 군대는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위임받은 것이다. 특히 인명을 빼앗고 인권을 제한하는 힘은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적군 10명을 죽이기 위해 100명의 민간인이 살해되는 군사작전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세계 각국의 정부와 언론, 시민들이 진지하게 해답을 모색해야 할 문제다.

이는 특히 영국 정부가 줄리안 어산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방향을 시사해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김병수 대표기자]

자유를 박탈당한 채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 억류돼 있는 줄리안 어산지 [EPA 연합뉴스]
자유를 박탈당한 채 런던 에콰도르 대사관에 억류돼 있는[관련 기사]

▶Judge refuses to withdraw Julian Assange arrest warrant
(The Guardian 2018. 2.13)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18/feb/13/judge-refuses-to-withdraw-julian-assange-arrest-warrant

▶Julian Assange is in arbitrary detention, UN panel finds
(The Guardian 2016. 2.04)
https://www.theguardian.com/media/2016/feb/04/julian-assange-wikileaks-arrest-friday-un-investigation

▶Who is Julian Assange and why is he living in the Ecuadorian embassy in London?
(Metro 2018. 2. 06)
http://metro.co.uk/2018/02/06/julian-assange-living-ecuadorian-embassy-london-7291981/

▶Galileo galilei and Julian Assange
(WikiLeaks Korea 2018. 03. 12)
http://wikileaks-kr.org/media-focus-galileo-galilei-and-wikileaks-founder-julian-ass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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