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끄는 68년생 동갑내기 총수 ‘五龍이 나르샤’
재계 이끄는 68년생 동갑내기 총수 ‘五龍이 나르샤’
  • 양 동주 기자
  • 승인 2018.07.09 03:24
  • 수정 2018.07.09 0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용, 숨가쁜 해외 일정 소화 ‘강행군’
-정용진, 책임·분리경영의 근간 ‘소통’을 말하다
-이해욱, 대림산업 고공행진의 일등공신
-조현준, 변혁을 준비하는 ‘뉴 효성’의 리더
-이우현, ‘재무전문가’라는 남다른 타이틀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우현 OCI 사장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우현 OCI 사장

40대 총수들이 속속 그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 나이에 해외 유학을 통해 경영을 배우고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온 40대 총수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경영 환경에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 가운데서도 40대의 끝자락에 서 있는 1968년생 총수들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필두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이우현 OCI 사장 등으로 구성된 49세 동갑내기 총수들은 어느새 완숙함과 유연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재계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너 3·4세들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지적을 비웃듯 이들의 발걸음은 나날이 빨라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68년생 총수의 최전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있다.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한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기획팀과 미래전략그룹을 거쳐 경영기획팀 경영전략담당 상무와 전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12년 말부터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한 뒤로는 삼성그룹의 경영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특징은 평소 소탈하고 단촐한 차림으로 해외 출장길에 혼자 공항을 오가는 등 불필요한 체면치레를 지양하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바쁜 해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과 연루된 혐의로 일 년 동안 수감됐던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월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후 ‘공식적’인 국내 스케줄은 자제해왔다. 

대신 지난 3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출장길에 오르는 등 빠듯한 해외 스케줄을 소화했다. 유럽·캐나다를 시작으로 해서 중국과 홍콩·일본 방문으로 이어진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모아지고 있다는 게 주변의 이야기다. 특히 전장부품·AI·IoT 등 신사업 분야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과 과감한 투자는 삼성 특유의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일에는 인도 현지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다. 9일 거행되는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는 특히 인도 국빈 방문을 위해 같은날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어서 두 사람 간 첫 만남이 이뤄질 전망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1995년 신세계 전략기획실 전략팀 대우이사로 입사한 뒤 1997년 기획조정실 상무, 2000년 경영지원실 부사장을 거쳐 2006년 부회장에 올랐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정유경 당시 부사장이 총괄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남매경영시대의 신호탄을 쐈다. 2016년 4월에는 각각 보유하고 있던 이마트와 신세계의 지분을 맞교환하면서 분리경영은 본궤도에 올랐다.

남매경영체제에도 불구하고 그룹은 순항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 1월 재계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유통부문에 주력하는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이뤄낸 성과다. 2016년부터 남매가 본격적으로 이마트와 신세계를 따로 맡으면서 실시한 ‘책임 분리경영’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마트를 책임진 정용진 부회장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트레이더스, 피코크, 노브랜드 등 실험적 신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덕분에 신세계그룹은 유통업에 국한됐던 사업영업을 제조분야로 확대하는 데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정용진 부회장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키워드는 소통이다. 대중친화적 소통 행보는 SNS 활용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정용진 부회장은 개인의 작은 정보에서부터 회사의 굵직한 소식을 알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SNS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정용진 회장에게는 어느새 ‘소통의 경영인’이라는 애칭마저 따라붙었다. 또한 SNS뿐 아니라 취업박람회 등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행사에도 자주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대림산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조3326억원, 영업이익 54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30% 늘었다. 2014년에 27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특히 주택을 비롯한 건설사업부 실적 개선 폭이 컸다. 영업이익만 217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64%나 증가했다. 올해도 전국에 아파트 2만3000여 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대림산업 실적 상승세를 이끌어온 일등공신으로는 이해욱 부회장이 꼽힌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68년생 총수들 가운데 가장 체계적으로 경영교육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림사업은 2006년 이준용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었다. 그 시기에 이해욱 부회장은 경영수업을 받으며 차근차근 후계구도를 준비해왔다. 

1995년 대림엔지니어링 경영기획부에 입사한 이해욱 부회장은 대림산업 기획실장, 석유화학사업부 부사장을 거쳐 2007년 대림코퍼레이션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2010년 대림산업 부회장을 맡으면서 사실상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이해욱 부회장은 혁신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해온 인물이다. 신년사에서도 이해욱 부회장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 제대로 된 방법으로 될 때까지 혁신 과제를 실천해 회사와 임직원이 다 함께 성장하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혁신이라는 큰 그림을 이행하고자 이해욱 부회장은 2018년 3월 22일 대림산업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는 곧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해욱 부회장의 퇴진과 함께 그룹 내부 순환출자 해소가 이뤄진 게 그 방증이다.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오라관광→대림코퍼레이션’으로 이어진 기존 순환출자고리는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오라관광’으로  단순화됐다. 이 과정에서 2018년 1분기 기준 대림코퍼레이션의 내부거래 비중은 42.2%에서 20%로 20.2%포인트 급감하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났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의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량한 재무구조와 안정적 원가 관리에도 고질적 디스카운트에 시달려온 대림산업에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은 1997년 효성T&C(현 효성)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입사해 그룹의 주요 요직을 거친 뒤 2016년 12월 효성 회장 정식으로 부임했다. 

조현준 회장은 외국어 실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평가된다. 미국과 일본 유학 경험으로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을 유창하게 구사한다. 조기 유학에 나선 배경으로 어학의 중요성을 꼽았다. 효성의 스판덱스사업, 노틸러스효성의 ATM사업 등 해외사업 확대 배경에도 조현준의 해외 네트워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조현준 회장은 ‘뉴 효성’ 출범과 함께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1일 지주사인 (주)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5개 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각 사업부문이 독자 경영을 하게 됐다.

조현준 회장은 자신의 소신대로 계열사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사업회사별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효성은 지주사 체제로 개편 이전까지 한 회사 안에 섬유, 무역, 자동차용 첨단소재, 건설, 에너지 등 여러 사업부문을 영위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는 반면 기업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기 힘들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타개하고자 조현준 회장은 분할된 4개의 사업회사를 오너 일가가 직접 경영하기보다는 각각의 전문 경영인들에게 맡기고 독립경영과 책임경영을 주문하고 있다. 직접적으로 사업회사에 관여하지 않고 한 발짝 물러나겠다는 방침이다. 

대신 본인은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신사업 육성에 치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조현준 회장은 지주사 체제 개편 당시부터 "㈜효성과 신설된 사업회사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에 집중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우현 OCI 사장

 

이우현 OCI 사장은 여타 총수들과 달리 재무 전문가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1996년부터 미국의 BT 울펜숀, 1998년부터 홍콩 CSFB(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이후에도 BT울펜손, 체이스 맨해튼 뱅크 등 국내외 원자재 및 투자회사에서 인수합병과 제조업 투자 전문가로 일했다.

이우현 사장은 2005년이 돼서야 동양제철화학(현 OCI) 전략기획본부 본부장 전무로 모습을 드러냈다. 동갑내기 총수들이 1990년대 중후반에 입사한 것과 비교하면 약 10년가량 늦은 셈이다.  

이우현 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게 된 2013년만 해도 OCI는 3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이 무렵 이 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표하는 시선도 많았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이우현 사장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고 원가 절감에 나서는 등 과감한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2014년 2조1670억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8800억원으로 줄었고 부채비율은 128%에서 78%까지 떨어졌다.

건전해진 재무 구조를 바탕으로 이우현 사장은 올 초부터 신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우현 사장은 올 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존 영업 현금흐름의 10% 정도를 신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며 “10년 뒤 신사업에서 이익의 3분의 1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우현 사장은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 전문가로서 투자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외부 회사에서 금융과 신사업 투자 분야의 전문성을 키웠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설명회 때 항상 직접 나서 기자나 투자자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우현 사장은 OCI의 주력 사업인 태양광 분야의 동향 파악을 위해 해외출장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체류 기간이 더 짧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위키리크스한국=양동주 기자]

djyang811101@gmail.com

기자가 쓴 기사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