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칼럼] 10조원 들인 현대차그룹 GBC 허가 왜 늦어지나?
[WIKI 칼럼] 10조원 들인 현대차그룹 GBC 허가 왜 늦어지나?
  • 김 완묵 기자
  • 승인 2018.08.26 10:50
  • 수정 2018.07.07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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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숙원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본지는 최근 '10조원 들인 현대차그룹 GBC 신사옥 잘 진행되나?'를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신사옥은 수도권정비위원회 규제에 막혀 연속 퇴짜를 맞아 그룹이 추진하는 신사옥 건립 계획은 12년째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한전 부지에 묶이면서 그룹은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한국전력 옛 부지를 낙찰받은 게 2014년 9월이니 벌써 4년이 다 되고 있다. 그런데도 GBC 착공 소식은 들릴 기미가 안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서울 집값이 천장을 뚫은 모습으로 상승하고 있어 허가가 차일피일 미뤄질 게 뻔하다는 걱정까지 겹친다.

한국 정부의 행정처리 방식이 이런 식이니 시급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요근래 우리의 국가 경쟁력이 자꾸 뒤로 밀리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된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014년 당시 경쟁 입찰에서 무려 10조5500억원에 달하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한전 부지 낙찰에 성공했다. 자금은 현대자동차가 55%(5조8025억원), 현대모비스 25%(2조6375억원), 기아자동차가 20%(2조1100억원)를 부담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전 부지에 10조 원 이상을 쏟아 부은 게 실착이 아니었느냐 하는 비판도 있었지만 어쩌튼 한전은 그 돈을 바탕으로 나주에 본사를 순조롭게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이 자금이 시드머니가 돼 공룡 공기업인 한전은 경영 부실에서 벗어나 여러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다른 기업 인수에 엄청난 돈을 지출하고 또 정상 가격보다 훨씬 더 높은 대가를 지불했다면 비난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한전 부지 인수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영 부실에 처한 공기업에 자금이 이전돼 사회적 확산 효과가 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 돈을 바탕으로 한전은 전남 나주에 투자를 단행하고 친환경 에너지 관련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나주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같이 이전했지만 한전의 역할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를 통해 시골 도시로 쇠락하던 나주는 상전벽해가 일어나고 지역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변화도 맛봤다.

정몽구 회장의 10조원 투자를 평가 절하할 일만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투자를 단행한 지 4년이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도 건물 착공에 대한 허가조차 내주지 않는 정부의 처사가 비난받을 소지가 있다. 한전의 지방 이전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었을 정부가 지지부진한 행정으로 나 몰라라 하는 사이 한 기업은 거대한 자금이 공중에 뜬 채 아무 일도 못하게 된 때문이다. 이런 행정 처리는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관행이다.

본지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GBC 건립 계획안은 현재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막혀 있다. 서울시와 현대차그룹이 고심 끝에 마련해 계획을 제출했지만 수도권정비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올해 3월에 이어 7월에도 퇴짜를 놓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대고 있지만 허가를 미룰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금의 서울시 집값 상승세를 감안하면 이 같은 퇴짜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만만디(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중국어) 행정이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일상화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기업으로서는 미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업인데, 행정 당국은 이런 처지를 조금이라도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법한 행정 편의주의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행위를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그게 장기적으로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국가 경쟁력도 높일 수 있는 지금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집값 상승은 정부의 정책이 잘 못돼 초래한 측면이 많다. 선제적으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보다 더 세밀하게 보유세 정책을 실시했다면 지금의 집값 급등은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는 세간의 이런 지적을 제대로 듣지 않고 수요 차단에만 몰두하다 결국 급작스런 가격 급등 현상을 맞았다는 비판이다.

GBC가 들어서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변 지역만 해도 이른 시점에 개발 청사진을 세우고 아파트 공급 확대에 나섰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쩌튼 정부의 정책 실패로 초래한 유탄을 사기업이 온전히 맞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을 들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회사 전체가 비틀거릴 정도로 강펀치를 맞은 일이 있다.

사드 용지를 둘러싸고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롯데 부지를 대체 용지로 선정해 중국 정부가 롯데에 대해 집중 타격을 가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런 미숙한 행정처리가 기업 경영과 투자의 발목을 잡는 일이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최근 집값 상승에 대해 염려가 큰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한 기업의 사운이 달린 사업마저 발목을 잡아가며 시간을 끌 일은 아니다. 그러지 않아도 현대차그룹은 올해 여러모로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GBC 건립에 나선다면 그룹 전체에 돈이 돌아가는 구조라서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바탕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빠르게 단행하고 전기차·자율주행차·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에 여력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과의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더 이상 현대차그룹의 GBC 사업에 재갈을 물려서는 안 된다. 오히려 빠른 허가로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정부가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어려운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고 기업의 기를 살리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위키리크스한국=김완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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