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변질된 취지 “원가부담은 韓 철강사 몫”
美 블랙프라이데이 할인행사…변질된 취지 “원가부담은 韓 철강사 몫”
  • 문 수호 기자
  • 승인 2018.11.07 15:25
  • 수정 2018.11.07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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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간 협조 방식에서 할인 고착화, 일방통보식 원가인하
과거 공장가동률 도움 됐지만, 최근 철강업계 적자 심각
가전사 요구 거절 시엔 공급물량 감소 불이익 받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후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TV제품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후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TV제품들 [사진=연합뉴스]

국내 철강업체들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미명하에 대형 가전사들로부터 원가부담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11월23일 시작되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미국에서 전통적으로 연말 쇼핑시즌을 알리는 시점이자 연중 최대의 쇼핑이 이뤄지는 날이다. 이날에는 연중 최대의 세일이 진행되는 만큼 국내 온라인 쇼핑 수요가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매년 11월 넷째 주 금요일에 행사가 열리는데, 이전까지 지속된 장부상의 적자가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서 ‘Black’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이날부터 연말까지 이어지는 세일 기간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각종 상품 구매가 집중돼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짧은 기간 집중적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만큼 미국에 진출한 국내 대형 가전사들에게도 이 시기는 매우 중요한 판매시즌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연말 할인 시즌에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할인 판매인만큼 수익성은 다소 떨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이에 대한 원가절감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데, 매년 철강업체들에게 원가인하 압박이 가장 거세게 이뤄지고 있다.

과거 판매 물량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 측면이라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가전사들의 원가인하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대형 가전사들은 매년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맞춰 각 업체별로 할인 물량을 통보하고 있다. 과거에는 일정 물량을 통보하던 것이 최근에는 총 금액 할인 방식으로 전환됐다.

삼성전자의 'B2B 건조기'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B2B 건조기'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러한 사실상의 원가인하 통보를 받은 철강업체들은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가전사의 구매정책 요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다음 공급 협상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과거에는 서로 간에 협조를 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할인시즌에 도와주면 다음에 물량 많이 줄게” 식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매년 시즌별로 원가인하가 고착화되면서 협조가 아닌 일방통보에 가까운 상황이 됐다. 실제 철강업체의 협조가 미흡했던 경우 해당업체의 공급물량이 줄어든 사례가 적지 않다.

현재는 연간 행사처럼 관례가 돼버려 어느 순간 본질이 왜곡됐다. 영업이익은 다소 줄어도 판매 물량을 늘려 절대 수익을 보존하자는 취지였지만, 현재는 원가인하 수단이 되면서 사실상 철강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시즌 끝나는 모델들에 대한 바겐세일이 시초였지만 이제는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제는 아예 행사용 저가형 모델로 따로 만들어지고 있다. 관례화되면서 어느 순간 본질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다만 냉장고나 세탁기, 에어컨 등의 가전제품의 경우 스마트폰 같이 많은 물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어서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손실 보존 수단이 없다는 점이 맹점이다. 결국 가전사들은 원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 소재부문에서 가격을 깎고 들어가는 것이다.

철강업계 내에서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는 과거 가전제품의 비수기로 인해 공장가동률 확보가 어려울 당시 많은 도움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가인하에 따른 단기간 판매 확대 방식의 블랙프라이데이 효과에 대한 평가가 명확치 못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생산기지와 온라인 판매 등 모델별 수급 상황을 광범위하게 측정해야 하기 때문에 효과에 대한 판단과 분석이 쉽지 않다는 게 철강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형 가전사들이 제품 판매가격과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철강업계에서 지원해 준 물량이 전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용으로 사용됐는지를 가늠하는 것 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철강업계에서 100억원을 할인받고 50억원만 할인 판매했는지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철강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블랙프라이데이 물량을 많이 배정받는 것을 꺼리고 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공급 물량을 조절하는 것은 구매 입장에서 갖고 있는 유일한 패”라고 인정하면서도 “철강업체들이 원가 압박에 적자가 나기 시작하면서 무조건적인 물량 확대를 꺼리고 있다. 그렇다고 가전사와 트러블을 낼 수도 없어 적당선에서 가전사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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