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불발...정무위 회의 무슨 얘기 오갔나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불발...정무위 회의 무슨 얘기 오갔나
  • 황양택 기자
  • 승인 2020.12.08 15:34
  • 수정 2020.12.08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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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 국회서 무산
실손보험 계약건수 3400만 넘어...청구 과정 어렵고 복잡해 문제
간소화 법안에 의료계 집단적으로 반발, 정무위 돌며 입장 전달
김희곤·민형배·성일종 의원 법률안 사실상 반대하며 처리 미뤄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법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못 믿으면 대한민국에서 믿을 기관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 됐던 국회가 다시 문을 연 8월 30일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 비말 차단용 칸막이가 설치돼 있다. [출처=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최근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지난 정무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 주목된다.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사안에 대해 21대 국회서 활발한 논의를 펼치면서 여러 기대를 모았지만 의료계 입장에 따른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정무위는 지난 2일 진행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제4차 회의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3건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심사했지만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해당 법률안은 실손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의 전자적 전송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계약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한 의료비 증명서류를 보험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 줄 것을 요양기관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요청을 받은 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그에 따르도록 한 것이다.

실손보험은 올 상반기 기준 누적 계약건수가 3466만건에 달하지만 그간 복잡한 청구 절차가 문제로 지적돼 왔다. 병원 내방과 수납, 청구 서류 발급을 위한 재방문, 서류 제출, 청구 완료 등 여러 단계를 걸치면서 보험금 청구를 어렵고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안은 실제 대다수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보험연구원에 의하면 입원 환자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95%가 무청구자이거나 연평균 50만원 이하의 소액 보험금 수령자였다. 통원 부문 역시 가입자 80% 이상이 무청구자 및 연평균 10만원 미만 소액 청구자다.

하지만 의료계서는 청구절차 부담을 의료계에 넘기는 것이 부당하다며 극렬히 반발한다. 해당 문제는 보험 가입자와 보험사간 문제인데 의료기관이 서류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도 함께 거론된다. 최근 의협에서는 정무위를 돌며 의원들에게 이러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자료=보험연구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자료=보험연구원]

◇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 “심평원 못 믿으면 대한민국서 믿을 기관 없어”

지난 정무위 회의에서 정부 측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009년 권익위원회에서 제도개선을 권고한 이후 10년 이상 논의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묵은 과제가 됐다”며 “현재 소액의 경우 청구를 잘 하지 않아 대다수 사장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요양기관에 대한 의무부과 타당성에 대해 도 부위원장은 환자의 동의를 거쳐 환자가 요청하고 신청한 것이기 때문에 서류를 전송하는 것은 현재 보험계약자가 직접 병원에 가서 각종 서류를 떼 전달하는 것과 동일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방식과 형태만 다를 뿐이지 똑같은 병원 업무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자의 민감한 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서도 도 부위원장은 해당 업무 위탁기관으로 거론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비밀누설 금지와 정보 직접·활용 금지 조항 등을 마련했다면서 불식했다. 그는 "심평원은 실손보험 외에 급여항목, 건강보험에 대한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동 기관을 못 믿는다면 대한민국에서 믿을 기관은 없다”고 강조했다.

서류 전송비용 부담과 관련해서 전산시스템 구축을 보험사가 부담하되 건당 발급수수료를 개인 계약자가 지불함으로써 보험사에 대해 과다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발급비용은 현재 종이로 직접 출력하는 것보다 전산으로 하는 것이 훨씬 줄여 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의료법에 대해서도 도 부위원장은 “반드시 의료법 개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법제처 의견이 있긴 하지만 ‘의료법 제21조에도 불구하고’라는 배제 조항이 있기 때문에 보험업법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 [사진=연합뉴스]
실손의료보험 [사진=연합뉴스]

◇ 김희곤·민형배·성일종 의원 등 반대 목소리...“지금 논의할 사안 아냐”

21대 국회 들어 전재수·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등 여야에서 각각 관련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반대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전혀 상반되는 업계의 주장을 보면 의사업계도 그렇고 보험업계도 그렇고 자신들이 이익 될 만한 것을 도리어 포기하는 듯하면서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뭔가 하는 의심도 든다”며 “두 업계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우선 마련해 주고 거기서 사회적인 합의가 될 수 있도록 한 후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보험업계 내용과 다른 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서는 청구 간소화 절차에 따라 지급시간 단축과 행정 비용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청구 건 감소에 따른 보험금 지급 증가와 전산망 구축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의료계서는 행정 부분에서의 이점이 있지만 비급여 부문 정보 축적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문제가 지금 논의할 사항은 아니라며 거세게 반대했다. 민 의원은 “의료기관에 국가가 혹은 환자가 무슨 권리로 의무가 없는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느냐”며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는 논의가 굉장히 빈약하다”고 주장했다.

도 부위원장은 “현재 의무를 강제하는 부분에 대해 환자(보험계약자)가 의료기관에 본인의 자료를 제공토록 요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면서 “의료법 21조에서도 그 권한을 보호·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발급을 요청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정보와 기록을 제3자에게 보내라고 할 수 있는 권한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보험사와 개인의 계약 관계인데 법률이 이렇게 강제해서 할 필요가 있느냐”며 “편의성은 분명히 있지만 의료인들이 반대하고 있다. 좀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도 부위원장은 “현재 자동차보험의 경우 이번에 개정안에 있는 그 내용대로 똑같이 현재 시행하고 있다”며 “따라서 자동차보험의 경우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상 근거를 두고 있고, 이런 입법 선례도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윤창현 의원은 “(현재 실손보험에) 3800만명이 가입돼 있는 상황에서 어느 분한테 물어봐도 이것은 필요하다고 얘기가 되는 사안”이라며 “조직화되지 않지만 거의 전 국민인데, 그분들의 이익을 전혀 대변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게 하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의료기관 비급여 부문에 대해서도 “의협이 심평원에 대한 불신이 많은데 그것은 인정한다”면서도 “비급여 항목은 건들지 마라, 고속도로만 이용하고 고속도로에 차량이 누가 지나갔는지 몇 시에 지나갔는지 전혀 축적하지 마라라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키리크스한국=황양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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