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ESG’ 속도 내는데...임준택 수협회장의 ‘거꾸로가는’ ESG 경영
‘너도나도 ESG’ 속도 내는데...임준택 수협회장의 ‘거꾸로가는’ ESG 경영
  • 정세윤 기자
  • 승인 2021.07.20 13:58
  • 수정 2021.07.20 1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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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직원 내부 승진 어렵고 여성리더 육성 소극적...‘유리천장’ 단단
대리급 이하 여직원 비율 62% 달하지만 전체 여직원 비율은 47%
“임 회장, 자회사 대표이사 선임 입김 등 ‘사조직화’” 주장 잇따라
여전히 ‘수기결재’ 위주의 업무방식 등 친환경 경영과는 거리 멀어
수협중앙회 건물 전경과 임준택 수협회장. [출처=수협중앙회,연합뉴스]
수협중앙회 건물 전경과 임준택 수협회장. [출처=수협중앙회,연합뉴스]

재계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중시하는 경영이 최근 화두로 떠오르면서 금융계에서도 너도나도 ‘ESG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수협은행을 비롯한 수협중앙회의 상황은 이런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노사갈등을 빚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임준택 수협중앙회 회장의 자회사 대표 인사 개입 문제를 비롯한 ‘수협의 사조직화 의혹’, 수협은행의 낮은 여성 임원 비율, 여전한 ‘수기 결재’ 위주의 업무 방식 등 수협이 타 금융사와 비교해 ESG 경영 측면에서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들어 속속 ESG경영 실천을 선언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강화하기 위해 여성 리더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수협중앙회의 자회사 격인 수협은행의 여성 임원 비율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수협은행에 따르면 신입으로 채용되는 여성 직원 비율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간부급 이상으로 올라갈수록 여성 직원 비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수협은행 내 대리급 이하 평사원급 여직원 비율은 62%에 달하지만 수협 내 전체 임직원을 놓고 보면 여성 비율은 47%인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고위급으로 갈수록 남성 직원에 비해 여성 직원의 수가 적다는 것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 직원의 내부 승진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아울러 수협은 여성의 ‘유리천장’이 여전히 단단해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차별적인 조직문화가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수협은 2017년부터 여성 임원 비율 강화를 앞세운 바 있다. 하지만 수협은행 경영공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수협은행 내 등기임원의 여성 수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수협은행 등기임원 8명 중 남성이 7명인 반면, 여성 등기임원은 고작 비상임이사 1명에 불과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과장 직급부터 30~40대 중반이 많은데, 직급이 높아질수록 여직원들이 결혼이나 가사에 대한 부분이 부담이 있어 퇴직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수협은 지배구조(G)의 투명성 문제에도 논란이 많다. 수협중앙회 임준택 회장의 독단적인 경영과 인사 개입 등의 문제가 최근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임회장이 노량진수산시장·수협사료·수협개발 등 자회사 대표를 독단적으로 선임한다는 논란에 더해 임회장이 ‘수협을 사조직화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협중앙회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임회장은 지난 14일 진행된 수협중앙회 경재대표 선출 과정에 깊게 관여했다.

노조는 경제대표로 선출된 홍진근 현 대표가 직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대표였음에도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임회장의 입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홍 대표는 지난 2년 임기 동안 지속적인 업무 공백에도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했다.

수협중앙회의 한 내부 관계자는 “신입직원을 잘 뽑지 않고 인건비를 줄여서 수익이 많이 난 것처럼 보이게 했다”며 홍 대표이사의 근시안적인 성과위주 경영을 꼬집어 말했다.

수협 노조는 홍대표가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임원추천위원회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음에도 홍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데에는 임회장의 지배구조 강화와 연관이 있다고 봤다.

노조측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직전 상무이사를 역임했던 기업 및 특수 관계자들과의 모종의 거래를 위해 임회장이 이번 대표이사 후보 선출에도 깊게 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홍 대표와 직원들 간 불만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홍 대표의 독단적인 경영 방식을 일축했다.

임회장이 원하는대로 인사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임회장의 ‘로비력’이 한몫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수협내부에 정통한 한 수산업 관계자는 “임준택 회장이 각계각층에 선물을 주고 수산업계에서 로비를 많이 했다”며 “임 회장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크다”고 귀뜸했다.

또 금융지주의 형태를 띄지만 협동조합 성격의 비금융자본인 수협중앙회와 자회사격인 수협은행은 금융사 중 유일하게 수협법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수협법과 금융지주회사법 양쪽을 동시에 적용받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은행 중 수협은행만 유일하게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이행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기업지배구조(KCGS)나 서스틴베스트 등 일반은행이 기준으로 삼는 국내 ESG평가기관들에서도 지배구조(G) 평가 대상에 올라와 있지 않는 상황이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에는 중앙회가 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없다. 하지만 수협법에는 중앙회가 자회사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모회사가 자회사의 경영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명시해둬서 서로 대립된다.

이밖에도 수협은 환경친화적(E) 경영 측면에도 미적지근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수협중앙회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직내 전자결재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서면결재와 서류를 모으는 등 여전히 ‘수기 결재’ 위주 업무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친환경·디지털시대와는 거리가 있는 이 같은 업무방식은 수협은행 내부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수협은행이 2000년부터 기업지식포털(EKP)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디지털 전환을 꾀했지만 여전히 수기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19년부터 영업점에 고객의 예금거래 신청, 전표 등 테블릿PC를 도입해 페이퍼리스업무 방식을 구축한 바 있지만 이 역시 수기 위주 업무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은행 홍보담당 관계자는 “보고서를 출력해서 보고하는 등 직원마다 업무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전자와 수기 방식을 병행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여전히 전자화되지 않은 종이 문서들이 많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정세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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