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 결정 끝내 불발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 결정 끝내 불발
  • 김나연 기자
  • 기사승인 2021-09-08 08:16:25
  • 최종수정 2021.09.07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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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지난해 중고차 시장 진출 공식 선언
중고차 허위 매물 피해, 사기 당한 소비자들 기대감 드러내
세부 쟁점 놓고 막판 협상 단계까지 최종 타결 짓지 못해
협상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 소외됐다는 지적도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출처=연합뉴스]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출처=연합뉴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끝내 불발됐다. 석 달 간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가 논의를 벌여왔지만 세부 쟁점을 놓고 마지막까지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협상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중고차 소비자 권익은 소외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현대차는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하며 중고차 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차의 1.5배(자동차 대수 기준)에 달하는, 약 20조원 규모의 중고차 시장은 완성차 업계에 상당히 매력적인 영역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9년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 분류됐었고 대기업이 들어가고 싶어도 법적으로 불가능하여 대기업의 진출이 금지됐었다. 그런데 2019년 2월 29일 지정기한이 만료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 시장 진출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중고차 매매 업계는 기간 만료에 맞춰 중소벤처기업부에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한 바 있다.

중고차·완성차업계 협의회는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주도로 협상을 벌였으나 불발에 그쳤다.

그간 현대차그룹과 기존 중고차 업계 양측은 중고차 시장 진출을 놓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현대차그룹은 ‘소비자 편의’와 ‘판매과정의 투명성’,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내걸었으나 중고차 업계는 “영세업자를 다 죽이려 하느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앞서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6월 초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동차 매매 산업 발전 협의회'를 만들어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중재에 나섰다. 

지난달 16일 국회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 실무위원회는 중고차 시장 개방에 대해 주요 합의를 마치고 세부 사항 조율 중이었다.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중고차 업계와 완성차 업계의 합의를 마무리짓지 못해 안타깝다. 1~2주 내 최종 협의를 진행할 것이다. 양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협상을 종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쪽은 석 달간 논의를 이어오는 동안 현대차 등 자동차 제조사의 중고차 시장 진출 자체는 단계적으로 허용하자는 데 뜻을 모으며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올해 3%, 내년 5%, 2023년 7%, 2024년 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고차 매입 규제와 중고차 업계 손실 보상 방안 등의 세부 쟁점을 놓고 갈라섰다. 

앞서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공식 선언 이후 중고차 구매 경험 고객들 가운데 허위매물 피해, 사기를 호소하며 실익과 소비자 모두 챙기고자 하는 '인증 중고차 사업'에 초점을 둔 현대차에 기대감을 드러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중고차 매매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완성차 인증 중고차가 늘면 시장이 개선되고 투명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중고차 업계의 반발이 심해 사회적 합의를 이어왔다.

한편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고차 거래 시장의 진입 규제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이해 관계자인 소비자의 권익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협의회에서 두 업계를 중재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 논의는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중고차를 제공하자는 게 초점이다. 중고차 업계와 완성차 업계가 큰 틀에서 개방하기로 합의를 이뤘었다. 하지만 협의회에서 소비자 얘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업계 협상이 불발에 그친 것에 대해 "양보가 없었다. 중고차 연합회쪽은 합의할 의향이 전혀 없었고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질질 끌었다. 합의서를 도출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합의서를 만든다 해도 의미가 없었다"며 "이번에 합의서가 나오면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대규모 플랫폼을 규제할 수 있는 조치가 가능해져 '중고차 매매를 소비자 중심으로 바꾸는 것'과  '골목 상권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을텐데 그렇지 못한 게 더 걱정"이라고 본지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또 네이버나 카카오, 배민, 라인 등의 거대 플랫폼 업체가 중고차 매매 시장에 들어오면서 생길 수 있는 독점 문제들에 대해서도 우려하며 "중고차시장의 허위 미끼 매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상당히 크다. 이는 국토부 등 정부의 책임이 되는데 남의 일처럼 쳐다만 보며 본인들의 문제임에도 개선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중고차연합회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더하여 "현행법상으로는 막을 수 있는 게 없어 거대 플랫폼들이 막 들어올 수 있다. 앞으로 대규모 플랫폼이 뛰어들더라도 할 말이 없다. 이에 대한 책임은 중고차연합회가 가지고 있다. 알아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을지로위원회에서 일주일 사이에 이를 기반으로 하여 마지막 도출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은 31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열어 "협상이 마지막 단계까지 최종 타결을 짓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을지로위원회는 향후 1~2주간 시간을 더 갖고 완성차 및 중고차 업계와 물밑 협상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키리크스=김나연 기자]

letter99@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