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 빅딜' 마주한 외국계 보험사들…‘고점 털기’ 눈치싸움 들어가나
'라이나 빅딜' 마주한 외국계 보험사들…‘고점 털기’ 눈치싸움 들어가나
  • 김수영 기자
  • 기사승인 2021.10.14 10:26
  • 최종수정 2021.10.1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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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나 그룹 아시아사업부 7조원 매각…대부분 라이나생명 ‘몸값’
'인구절벽'까지 마주하며 성장성도 불투명, 일찍이 손 턴 곳도
[출처=라이나생명보험]
[출처=라이나생명보험]

국내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는 모양새다. 한국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성장가능성이 불투명해지는데다 최근 라이나생명 ‘빅딜’을 지켜보고 본격적인 몸값 올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익절’이 최근에서야 부각된 건 아니지만 라이나생명 매각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라이나생명 매각 건을 두고 수상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딜 규모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미국 시그나 그룹은 아시아 사업부 일부를 처브 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시그나 그룹은 한국 라이나생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글로벌 보험사로, 업계에 따르면 매각규모 총 6조9000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라이나생명 ‘몸값’이다.

1987년 국내 최초 외국계 보험사로 진출한 라이나생명은 ‘알짜기업’으로 통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자산규모는 5조604억원 수준이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010억원, 3572억원에 이른다. 이는 생명보험업계 ‘BIG3’와도 비견되는 성적표다.

주요 외국계 보험사들 실적 및 자산현황
주요 외국계 보험사들 실적 및 자산현황.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다소 부침은 있지만 대체로 외국계 보험사들은 꾸준히 성장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악사(AXA)손해보험과 ABL생명은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면서도 자산규모가 30%가까이 늘었고 AIG손해보험은 두 배 가까이 몸집을 키웠다.

이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거나 회사가치가 충분히 제고되면 직간접적으로 매각거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 허리층’으로 자리잡던 시기인 90년대를 전후로 보험산업의 성장이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 인구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면서 보험업의 성장도 상대적으로 정체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총인구는 2027년 519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지속, 2067년에는 4000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장률은 0.5% 미만으로 떨어진지 오래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며 한동안 크게 성장했던 보험사들도 영업에 벽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회사들은 살 길을 찾아야 하지만 외국계 회사들은 떠난다는 카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계 보험사들은 매각협상을 통해 한국에서 떠나거나 한국 금융그룹 내로 편입되기도 했다.

일찍이 ING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거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 ING생명을 글로벌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8000억원에 매각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로 사명을 바꾼 ING그룹은 이듬해 신한그룹에 2조3000억원에 매각됐고 올해 7월에는 신한생명과 합병 후 신한라이프로 사명을 변경해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은 2016년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된 뒤 ABL생명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현재는 동양생명과 함께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 매각 건으로 작년부터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은 작년 KB금융그룹 자회사로 편입됐고, 프랑스계인 악사손보도 작년 주관사까지 선정하며 매각에 나섰지만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악사손보 관계자는 “확인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답했다.

라이나생명을 인수한 처브그룹은 기존 사명 그대로 한국 사업을 계속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한국 내 다른 처브그룹 생보 계열사인 처브라이프생명과 합병 후 재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들은 아직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매각이나 철수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이나 답변을 내지 않고 있다. 라이나생명 매각과 관련해서도 사명 그대로 한국사업을 계속하는 만큼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한 외국계 보험사 관계자는 “본사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이 없어 공식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다”면서 “라이나생명의 경우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어떤 영향이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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