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시장도 휩쓸었다"...'가로주택' 눈 돌리는 건설사들, 왜?
“청약 시장도 휩쓸었다"...'가로주택' 눈 돌리는 건설사들, 왜?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1.11.04 17:54
  • 수정 2021.11.0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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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 아파트 공급 줄자 반사 이익…아파트 대비 분양가 낮다는 점도 부각
재개발·재건축 5~10년 이상 걸려…가로주택, '공사기간' 2~3년이면 끝나
자양 하늘채베르, 1순위 청약서 경쟁률 '1367대 1'… 역대 최고치 경쟁률
쌍용건설·호반건설·DL건설 등 중견건설사, 가로주택사업 잇단 수주 행보
대형 건설사 '사업성' 예의주시…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건설 사업권 확보
서울 시내 한 가로주택가 전경. [출처=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가로주택가 전경. [출처=연합뉴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에서 외면당했던 '가로주택’ 돌풍이 거세다. 종 규제로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 어려워진 데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시세 차익 기대감이 커지면서 미니 재건축에 대한 관심이 후끈 달아오른 것이다.

개발된 아파트가 차츰 청약시장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소규모 사업지라 가구수가 적다는 약점을 갖지만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에서 맥을 못추는 중견건설사들이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 활로를 모색에 나서는 모습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에 둘러싸인 블록(1만㎡ 미만) 단위 소규모 노후 주거지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변 주거환경을 그대로 둔 채 해당 소규모 주택지역만 정비한다.

재건축‧재개발은 통상 8~10년 걸리는 반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평균 2~3년의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단지 규모가 100가구 미만으로 작은 만큼 미니 재건축사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소규모 재건축은 기존 재건축, 재개발 사업 대비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조합원이 적고 절차가 간소화돼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2012년 처음 도입됐지만 정비사업지에서 자리매김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재개발과 달리 정비구역 지정과 안전진단 절차를 밟지 않아도 돼 사업속도가 빠르다. 소규모 재개발이라 대단지에 비해 상품성이 낮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데, 최근 청약 시장에서 연이어 돌풍을 일으키며 사업성도 인정받는 분위기다.

청약률이 높다는 점도 호재다. 예전과 달리 청약시장에서도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는 추세다.

사업비중이 소규모라 가구 수는 아파트에 비해 적지만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강점이 부각된 것이다.

이에 중견건설사는 물론 대형건설사까지 합세해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택 공급 부족이 심각한 수도권에서는 공동주택(아파트)보다 낮은 분양가가 부각되며 청약 경쟁률만 세 자릿수 이상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상 12층 3개 동, 100가구 규모 ‘고덕 아르테스 미소지움’은 지난 21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537대 1을 기록했다. 서울 내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이 아파트는 지난 8월 시행 이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서울 내 두 번째 단지다.

서울 관악구 중앙하이츠 포레. [출처=SH공사]
서울 관악구 중앙하이츠 포레. [출처=서울주택도시공사]

지난 4월 분양한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와 3월 분양한 자양 하늘채베르는 각각 218대 1, 136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한 첫 가로주택정비사업 아파트인 만큼 실수요자들의 호응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분양 가격은 관악 중앙하이츠 포레는 전용면적 63㎡가 최고 6억7710만원, 자양 하늘채베르는 전용면적 46㎡가 최고 5억1720만원에 각각 분양됐다. 가구수가 적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고가 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저렴하다는 강점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에 중견 건설사들도 수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입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호반건설을 비롯해 쌍요건설, DL건설이 존재감을 드러낸 대표적인 곳이다.

쌍용건설은 부산 태광맨션 가로주택정비사업(776억원)을 시작으로 경기도 안양 삼덕진주, 부산 온천제2공영 일원 등 올해 총 3건을 수주한 바 있다.

DL건설(삼호와 고려개발 합병사)도 지난 2일 대구 수창동 84-1번지 일대에 312가구를 조성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아파트 4개 동 202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건립하는 서울 성북구 석관1-3구역 사업을 따냈다.

호반건설도 부천 삼익아파트2동을 시작으로 인천 서구 석남동 일대, 인천 동진3차아파트, 부천 삼익아파트1동 등 올해만 4건에 달하는 가로주택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 역시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서 수주 부진을 겪자 국내 소규모 정비사업까지 눈독 들이는 모습이다. 돈이 되는 사업지라 사업 규모를 따지지 않고 참여해 성과를 내겠다는 차원으로 보여진다.

장위11-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 투시도. [출처=현대건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합정동 가로주택정비사업권을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10일 장위 11-1구역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위11-1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 10월 2일 열린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것. 현대건설은 장위뉴타운 진출의 첫 포문을 연 장위11-2구역을 시작으로 11-1구역, 장위11-8구역까지 3개 단지를 통합한 총 582가구의 장위 힐스테이트 브랜드 뉴타운 형성해 장위뉴타운을 대표할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DL이앤씨도 지난 4월 348가구인 인천용현3 사업을 따내면서 시공사 대열에 발을 들였으며, GS건설도 자회사 자이에스앤디를 통해 서초자이르네를 지었으며, 대우건설 역시 자회사인 대우에스티를 앞세워 사업지에 깃발을 꽂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대 '개포럭키아파트' 투시도. [출처=포스코건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일대 '개포럭키아파트' 투시도. [출처=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도 지난달 19일 열린 개포럭키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조합원들의 높은 지지를 얻어 최종 시공사로 낙점됐다.

서울 개포럭키아파트는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일원에 지하 4층~지상 28층, 아파트 186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특화된 브랜드와 설계안을 제시한 것 뿐만 아니라 경쟁사와 차별화된 금융조건 등을 앞세워 도곡동 개포럭키아파트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형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정비사업 정설대로라면 대형건설사가 가로주택에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보는 인식이 컸지만, 최근 들어서 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정비사업지가 한정된 데다 재개발·재건축이 언제 풀릴 지도 깜깜하다 보니 규제가 덜한 쪽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는 추세”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주택정비사업이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당분간은 다수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예의주시하며, 주택사업 전략모색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수요가 끊임없이 몰리는 데다 특히 신축아파트인 데다,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공급되는 아파트가 주로 택지지구처럼 외딴곳이 아닌 인프라가 갖춰진 구도심에 지어져 소규모 아파트라도 수요가 받쳐준다”면서 “청약 인기도 나타난 만큼, 가로주택 방식을 도입하는 사업지도 점차 확대될 것 전망된다”고 진단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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