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2021 결산] 반도체가 열고 오미크론이 닫았다…공급망 위기, 미중 사이 '외줄타기'
[산업 2021 결산] 반도체가 열고 오미크론이 닫았다…공급망 위기, 미중 사이 '외줄타기'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12.17 07:33
  • 수정 2021.12.1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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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스마트폰 생산 차질, 반도체 수급난 후폭풍 발생
기업들, 물류 대란·원자재 값 상승·오미크론까지 '삼중고'
합의 없는 미중 무역전쟁에 기업들 '아슬아슬' 외줄타기
코로나19 1년. 닛케이는 한국의 대기업-중소기업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2021년 신축년(辛丑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수많은 악재들에 직면한 국내 산업계는 다소 휘청거리는 모습이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었고, 델타·오미크론 등 코로나19 변이종 확산으로 국내외 공장이 셧다운되는 위기를 겪었다.

하반기에는 전 세계를 덮친 물류대란으로 운송비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재 값도 크게 상승했다.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사태까지 터지면서 일상에도 큰 균열이 일 뻔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취임 후 처음으로 미중 정상회담 자리를 가졌지만, 미중 갈등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심화로 글로벌 공급망(GV)도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산업계에선 패권에 구애받지 않는 공급망 구축으로 균열을 봉합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 자동차·스마트폰 생산 차질…'반도체 수급난' 후폭풍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올 초 시작된 반도체 수급난은 산업계 최대 리스크로 작용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에서 표면화했듯 반도체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다. 반도체 칩 없인 시민의 일상생활이나 공공인프라, 서비스나 첨단 제품 생산, 무기시스템의 운용은 불가능하다. 국가의 생존 필수품이자 포기할 수 없는 안보 자산이다.

백악관은 반도체를 단순한 상품이나 산업을 넘어 전략 자산임을 인지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인프라'라고 규정하면서 "중국 공산당이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지배하려는 공격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반도체가 상하수도나 도로처럼 국민 생활과 경제에 없어서는 안 될 국가의 핵심 인프라인 동시에 안보 자산이기 때문에 중국의 굴기를 막아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런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당초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기업들을 독려했다. 외국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 구축하기 위해 보조금까지 지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중국의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SMIC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 견제를 시작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기업이 SMIC에 반도체 생산 기술과 장비, 부품을 수출하려면 정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게 했다. 국가 안보에 위험이라는 이유로 미국인이 SMIC 주식을 거래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같은 제재 조치로 차량용 반도체와 같이 대량생산이 필요한 부품의 생산량이 크게 낮아졌고, 타 반도체 기업들이 대신 생산하느라 타 분야의 반도체 공급량도 채우지 못하는 '반도체 대란'이 심화된 것이다. 반도체 주문에서 출고까지 소요되는 '리드타임' 기간이 지난 8월 역대 최고치인 20주를 넘어선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올해 초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라인이 멈추고, 국내 자동차 생산량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완성차 업계가 생산한 자동차는 총 76만1975대로, 코로나19 사태 타격이 컸던 작년 3분기(92만1583대)에 비해서도 20.9% 감소했다.

스마트폰 생산에도 차질을 빚었다. 스마트폰에서 각종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 칩인 마이크로컨트롤러의 경우 반년 이상 기다려야 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은 3억4200만 대로 지난해 동기(3억6600만 대)에 비해 6.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물류 대란에 원자재 값 상승, 오미크론까지 엎친 데 덮쳤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출처=연합뉴스]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출처=연합뉴스]

하반기에도 전 세계를 덮친 물류 대란과 '오미크론' 변이 등 공급망 관리에 불안요소가 가득했다. 코로나19로 항공 운항이 줄어든 상황에서 해운운임이 급등하고, 해상운송 공간 부족 심화, 항공화물 수요 증가 등 요인이 작용하면서 주요국으로 보낼 화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운송비로만 8437억원을 지불했는데 전년 대비 무려 68.4% 폭증한 수치다.  삼성전자 또한 3분기 기준 운송비로 2조원을 지불했다. 분기 기준 전년 대비 32.6% 증가한 수치다.

인플레이션 등 영향으로 원자재 값도 크게 상승했다. 철강, 수지, 구리의 경우 3분기 기준 전년 대비 각각 24.6%, 21.2%, 14.6% 상승했다. LCD TV 패널 원가는 전년 대비 무려 44.2% 올랐다. 

반도체 가격 인상도 예고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TSMC는 4분기 최대 20%까지 반도체 가격을 올리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했다. 12나노 이하 공정은 10%, 12나노 이상 공정은 20% 인상해 올해 연간 인상폭은 50% 전후로 집계된다. 2위 삼성전자도 인상이 유력하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은 지난 2017년 파운드리 사업부가 시스템 반도체에서 별2도 사업부로 분리된 이후 처음이다.

오미크론 확산도 현재 진행 중이다. 오미크론이 실물경제에 미칠 파장의 경로와 크기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전염력과 치명률 등에 대한 정보가 확인돼야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당시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 제조업 공장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중국 전력난까지 겹쳐 원재료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 합의 없는 미중 무역전쟁, 살얼음 걷는 기업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 룸에서 화상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 만에 처음 열리는 것이다. [출처=연합뉴스]

반도체 패권전쟁으로 대리되는 미중 무역전쟁은 여전히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취임 전만 해도 '공산당의 치어리더'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친중 논란이 불거졌던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취임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이상으로 압박 기조를 높였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거칠게 공격하면서도 패권주의 외교로 동맹관계를 냉각시키는 ‘아메리칸 퍼스트’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과 우방국을 규합해 중국을 전방위에서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과 같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툭툭 건드리는 등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양보는 없었다.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야 화상으로 만난 두 정상은 "규칙에 따른 행동"(바이든), "공존·윈윈"(시진핑)"을 강조하며 이날 회담의 톤을 짐작케 했다. 두 정상은 화웨이와 반도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과 경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들과 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중국에 부과하고 있는 수출 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시 주석 측에서는 불만을 표출했다. 중국 정부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반도체 등 자국 첨단 산업을 겨냥한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앞세워 중국 기업을 탄압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화웨이와 SMIC같은 자국 기업을 향한 미국의 제재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산업 분야에서 협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되려 대립각만 더 키운 셈이다.

서로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미중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는 곤혹스런 처지다. 미국은 자국이 필요로 하는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전자를 세 번 불러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준공을 압박하기도 했다.  

중국은 중국발요소수 사태에서 드러났듯 원자재를 무기로 삼아 공급망을 흔들 위험이 여전하다. 25%에 달하는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 또한 언제 값비싼 청구서로 다가올 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내 산업계가 패권주의에 구애받지 않는 독자 공급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큰 이유는 이때문이다. 풍전등화 정세 속 공급망 문제는 계속 점화될 수 밖에 없기에 정부의 외교력과 긴밀한 국가전략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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