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2달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주창한 '주 4일제 근무' 시행이 산업계에 화두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주 4일제'를 공약 혹은 공약 검토를 추진한 데 따른 기조다. 우아한형제들이 주3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주 4.5일제에 들어간 가운데 대기업으로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심상정 후보는 "대한민국은 시간 빈곤 사회"라며 '주4일 노동제' 공약을 선제적으로 발표했다. 심 후보는 "유럽연합은 이미 30년전 주 35시간이라는 지침을 정했고, 최근 아이슬란드·스페인도 국가 차원에서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스코틀랜드도 주4일제 시범 실시를 계획 중"이라며 "주4일제는 먼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지난 12월 주4일제 시행 준비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양대 노총,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이 모두 참여하는 시민본부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로드맵으로 '주4일제 도입을 위한 범시민추진본부'를 주장한 심 후보는 내년부터 공론화 작업을 거친 뒤 2023년부터 교대제 사업장, 여성 다수 사업장, 다량 탄소배출 사업장 등을 지정해 주4일제를 시범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심 후보는 또 "노동시간을 줄였을 때 탄소배출 감소 효과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주4일제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주요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도 주4일제 사회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12월 8일 '중소·벤처기업 정책공약 발표' 이후 4일제 논의를 두고 공약사항은 아니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충분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주4일제, 노동시간이 단축된 사회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일부 선진국들은 주 27시간을 추진할 정도로, 노동시간 단축은 언젠가는 미래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주4일제를 공약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이 후보는 "공약이란 임기 내 지켜야 되는 걸 말하는데, 확신하진 못하기 때문에 공약으로 말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주4일제 도입의 배경은 OECD 대비 여전히 높은 노동시간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 OECD 평균은 1,687시간이고 유럽연합(EU) 27개국은 1513시간이다. 반면 우리는 1908시간으로 주당 평균 36.6시간을 일했다. 이는 OECD 회원국 중 3번째로 멕시코(2124시간)와 코스타리카(1913시간) 다음이다. 근로시간이 가장 짧은 독일(1332시간)보다 576시간(24일) 더 많았다.

주4일제 근무는 유럽 몇몇 국가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에서 도입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직군을 대상으로 주4일제를 시범 운영하는 국가 차원의 실험을 했다. 스페인 정부도 지난해 초 주4일제를 전국적으로 실험하는 데 합의했다.

일본 자민당 정부도 주4일제를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면서 파나소닉 등 대기업들도 주4일제를 도입했다. 미국에선 마크 타카노 민주당 하원의원이 같은 당 의원 13명과 공동발의한 '주 32시간 근무법'이 지난해 12월 미 의회 진보측 지지를 받으면서 법안 통과에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선 후보 공약 정도로만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몇몇 기업들이 주4일제나 이에 준하는 근무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는 지난 2010년 국내 기업 최초로 처음 주4일제를 도입했다. 교육기업인 에듀윌은 2019년 7월부터 주4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교육 전문기업 휴넷은 올해 부터 주 4일제(주 32시간)를 시범 도입해 하반기부터 전사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유니콘 기업과 대기업들도 도입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올해 1월부터 주32시간 일하는 '주 4.5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이 월요일에 오후 1시 출근하고 오후 5시 퇴근하고,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30분까지 일하는 방식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4월부터 격주로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주4일제가 대기업으로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SK그룹은 지난 2019년 그룹 미래전략을 책임지는 수펙스(SUPEX)추구협의회와 지주사 SK㈜를 대상으로 월 2회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했다. 계열사 SK텔레콤은 매달 셋째 주 금요일에 해피프라이데이라는 이름으로 임직원들에게 휴무를 부여하고 있다. 대신 해당 일의 8시간 근무를 다른 날짜에 분산 근무하는 방식이다.

주4일제는 아니지만 임직원들이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설정하는 유연근무제는 보편화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개발직과 사무직을 대상으로 도입한 '자율출퇴근제'를 전사원 대상으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집중근무시간(코어타임) 제도를 폐지하고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 계열사 또한 이전부터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 사무직 혹은 전사 대상으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다만 우리나라 산업이 제조업 중심의 특성 탓에 주4일제가 보편화되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경제원 '산업경제이슈' 리포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제조업 비중은 28% 수준으로, 세계 주요 28개국 중 제조업 비중이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제조업계에서는 미중 공급망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고령화와 생산직 기피로 주52시간제 시행도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설비를 많이 가동해야 수익이 많아지는 특성상 바짝 일하고 쉬는 것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무직이나 몇몇 개발자 같은 업종은 바짝 일하고 쉬는 게 가능하지만 제조업은 공장을 오래 가동해야 생산력이 점진적으로 높아져 주4일제가 도입되기 어렵다"며 "여기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집중돼 있는 업계 특성상 근로시간 감소는 인력 스트레스와 비용 부담이 늘어나므로 주4일제가 전면 시행돼도 제조업은 예외로 둬야 한다"라고 목소리롤 높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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