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보란 듯이 바이든의 뺨을 때린(?) 빈 살만...세계 최강국의 대대적 증산 요청을 묵살하다
[월드 프리즘] 보란 듯이 바이든의 뺨을 때린(?) 빈 살만...세계 최강국의 대대적 증산 요청을 묵살하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8.06 06:09
  • 수정 2022.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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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빈 살만 왕세자가 바이든의 요청에 턱없이 모자란 양을 증산하기로 한 것은 바이든의 뺨을 때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CNN)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19년 후보 시절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왕따(pariah)’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한 적이 있다. 그랬던 그가 경제 위기에 직면해, 여론의 비아냥을 무릅쓰고, 태도를 180도 전환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만나 석유의 대대적 증산을 요청했었다.

CNN방송은 4일(현지 시각) OPEC+ 회의에 대해 보도하면서 산유국들의 의견을 주도하는 빈 살만 왕세자가 바이든의 요청에 턱없이 모자란 양을 증산하기로 하면서 바이든의 요청을 묵살하는 수준으로 대응했다고 보도했다.

석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하고 인플레이션 공포가 고조되면서 바이든은 지난달 OPEC의 핵심 역할을 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었다. 바이든은 심지어는, 미국 정보당국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2018년 워싱턴포스트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에 직접 연루되었다고 지목했음에도 불구하고, 왕세자와 주먹을 부딪히며 인사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로부터 석유 가격 안정에 협력하겠다는 공개적인 약속을 듣지 못한 채 사우디아라비아를 떠났지만 백악관 관리들은 협력 약속이 이행 중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살살 달래려던 바이든의 정치적 도박의 결과가 미국인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주유소에서 느낄 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OPEC+가 3일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합의했지만 하루 10만 배럴의 흉내만 내는 정도에 그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는 하루 1억 배럴에 달하는 전 세계 석유 소비량에 비하면 '언 발에 오줌누기'나 마찬가지이다.

“거의 느낄 수 없는 최소의 증산입니다.”

에너지 자문 기업 ‘레피단 에너지 그룹(Rapidan Energy Group)’의 CEO 밥 맥낼리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 말 OPEC+는 하루 64만8000 배럴이라는 통 큰 증산 계획을 발표한 바가 있다.

여기에 비하면 이번 증산량은 OPEC 역사상 백분율 기준으로 가장 적은 양에 해당한다고, 맥낼리 대표는 분석했다.

“OPEC+가 정말 최소로 흉내만 낸 것입니다. 시장은 이를 거절이나 마찬가지인 의사표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 상징적인 제스쳐에 불과하다는 말입니다.”

다른 전문가들은 더 심한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그들은 OPEC+의 움직임을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던 바이든에 대한 모욕이라고까지 묘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OPEC+의 결정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산유국이라 할 수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떠났던 여정은 완전히 실패였습니다.”

시장분석 업체 케이플러(Kapler)의 수석 원유 애널리스트인 맷 스미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미즈호증권의 에너지 선물(energy futures) 담당 부사장인 로버트 야우거도 이번 OPEC+의 결정이 ‘뺨을 때린 것(slap in the face)’이라고 비슷하게 설명했다.

“나는 그들이 10만 배럴을 그냥 던져주는 것처럼 발표한 사실에 경악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모형 시추기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 로고 앞에 모형 시추기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그래도 “올바른 길로 가는 중”이라고 말하는 백악관

유가는 OPEC+의 발표에 반등하다가 산유국들이 더는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소식에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재고 증가를 나타내는 새로운 정부 통계가 나오자 수요 약화에 대한 우려가 재확산하면서 이후 유가는 하락 반전했다.

백악관조차도 이번 OPEC+ 결정이 미국인의 석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CNN 기자가 이번 조치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인지 묻자 아모스 호크스테인 백악관 에너지 안보 담당 수석 고문은 이렇게 말했다.

반면에, 호크스테인은 지난 7월 19일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OPEC+가 “대통령의 대화 노력의 결과”로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분명히 확신한다.”고 말했었다.

그는 수요일 OPEC+의 결정을 “올바른 길로 가는 발걸음”이라고 묘사하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량 증산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실망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경기 둔화 공포

물론 OPEC+ 입장에서는 생산량을 늘리라는 바이든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수 없는 정당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경기 침체 두려움이 몰아치면서 에너지 수요 약화에 대한 석유 시장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미국 유가가 월요일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OPEC+가 생산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는 압력이 힘을 잃고 있다.

유가는 6월에 처음으로 갤런당 5달러를 돌파한 후 상당히 얼어붙은 상태에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일반 휘발유의 전국 평균은 수요일 갤런당 4.16달러로 50일 연속 하락했다.

그리고 석유 시장에서는 OPEC+가 원한다 하더라도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실제로 얼마나 많은 화력이 동원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산유국들이 지속적으로 자체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 에미리트 이외의 지역에 여유량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OPEC+는 수요일 성명에서 이 문제를 암시하면서 “초과 달성의 가용성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어 공급 차질에 대비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증산 여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즈호증권의 야우거 부사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OPEC+가 최소 증산을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바이든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마지못해 대화 자리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이다.

[위키리크그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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