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삼성 ➀] 거세지는 파운드리·메모리 추격…이재용의 무거운 어깨
[다시 뛰는 삼성 ➀] 거세지는 파운드리·메모리 추격…이재용의 무거운 어깨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2.08.24 10:06
  • 수정 2022.08.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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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으로 경영 리스크 덜어냈지만
기술 격차 위한 M&A 등 투자 압박 직면
3나노 파운드리 고객사 찾기도 과제
도전 받는 낸드플래시, 연내 236단 양산 계획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회계 부정과 부당 합병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해 오전 재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의 부족함 때문에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지난 12일 따로 입장문을 내 국민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낸 이 부회장의 경영 리더십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올해 초 예고한 대형 인수합병(M&A), 국내외 반도체 공장 증설과 같은 투자 외에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반도체 인재 수급 등 삼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외침이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5월부터 현장경영 행보를 재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일인 5월 10일 만찬 자리 참석을 시작으로 20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 대통령, 퀄컴 CEO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직접 맞이하며 공장 곳곳을 안내했다. 다음날에는 한미 경제인 만찬, 30일에는 인텔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6월에는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출장으로,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유럽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약 2년 만에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만났다.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회장이 기술을 강조하고 나선 배경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물론 메모리 반도체마저 경쟁자들의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45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방안을 발표했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서 힘겨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1위 TSMC와 점유율 격차가 확대된 데다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맹렬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대만의 TSMC가 53.6%로 압도적인 1위, 삼성전자가 16.3%로 2위를 기록했다. 특히 5위 SMIC를 포함한 중국 세 업체의 합계 점유율이 10.2%를 기록하며 중국 업체가 약진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6월 말 업계 최초 3나노(㎚=10억분의 1m) 공정 양산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밝혔다.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공정을 통해 다수의 팹리스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TSMC 격차를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객사 확보에 난관이 예상된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애플을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첫 고객으로 확보하고, 다음 달 3나노 칩 양산에 돌입한다. TSMC가 미국 애플을 3나노 공정 고객으로 확보한 것을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미국 퀄컴도 3나노 공정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파운드리를 삼성전자가 아닌 대만 TSMC에 전량 맡기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율 문제가 불거졌다. 업계에선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 수율은 35% 안팎으로 추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도 마이크로테크놀로지, SK하이닉스 등이 첨단 기술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추격에 나섰다. 80조원 규모의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이크론은 삼성전자보다 먼저 2020년에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들어갔다. 당시 삼성전자는 128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하던 상황이었다.

마이크론은 세계 최초로 232단 낸드플래시를 올해 안에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232단 낸드는 최고 수준의 고(高)적층 기술로, 이를 위해 마이크론은 자사 고유 기술을 활용하고 두 개의 낸드를 잇는 더블 스택 공정을 활용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도 이달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회사 측은 238단 512Gb(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 샘플을 고객에게 출시했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기업인 YMTM까지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 계획을 밝히면서 하반기 D램 하락 전망과 맞물려 삼성전자에 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에 236단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업계 최초로 연내 양산한다는 계획을 조만간 발표해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수익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삼성전자는 기술 연구 외에도 M&A를 통해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그동안 취업 제한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이 지장을 받아 현금 투입이 어려웠다. 이 부회장의 투옥 이후에도 항상 호실적을 보였지만 투자와 M&A 등에서 소극적인 태도로 초격차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복권으로 대규모 투자를 위한 의사결정이 빨라져 삼성전자 경영이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올해 1·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차입금을 포함해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할 경우 현재 삼성전자가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 20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은 2016년 삼성전자가 9조4000억원에 하만을 인수한 후 조 단위 M&A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M&A 대상으로는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인피니언이나 NXP, 파운드리 업체부터 로봇, 메타버스 등 새로운 영역까지 다양한 기업이 거론된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올 1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2' 기자간담회에서 M&A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내놨다. 한 부회장은 "세트(가전·모바일)와 부품(반도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수의 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가 성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보다 훨씬 빨리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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