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넷플릭스, 한미관계 빌미로 잡나…'망 사용료' 분쟁 새 국면
[단독] 넷플릭스, 한미관계 빌미로 잡나…'망 사용료' 분쟁 새 국면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3.01.19 10:13
  • 수정 2023.01.19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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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망 이용대가 법안 7개 발의… EU도 관련 입법 움직임
美는 망 중립성 강조… "넷플릭스, 한미관계 호소 가능성"
SK브로드밴드, MWC 2023서 유럽 통신사와 관련 논의 예정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소송. [출처=연합뉴스]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망 이용대가 소송. [출처=연합뉴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SKB)와의 망 이용대가 분쟁에서 한미 관계를 빌미로 변론을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기업인 만큼 망 중립성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에 맞게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SKB 측은 유럽연합(EU)의 빅테크 규제 입법을 지켜보며 대응판을 짜고 있어 양측의 불꽃 튀는 변론이 예상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SKB와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둘러싼 항소심 8차 변론은 오는 3월 말께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원고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해온 SKB를 대상으로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6월 "넷플릭스가 SKB를 통하여 인터넷망 연결이라는 유상의 역무를 받고 있어 SKB가 역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아야 한다"며 SKB의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이에 항소해 지난해 11월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7차 변론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앞서 SKB는 2019년 페이스북과의 협상에서도 캐시 서버를 구축하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이끌어 낸 바 있다. 캐시서버란 통신사업자(ISP)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서버(컴퓨터)를 설치해 이용률이 높은 서비스·콘텐츠를 미리 복사해두는 것이다. 이용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설치·운용되는데 페이스북은 KT에만 캐시 서버를 구축하고 이용대가를 지불해 왔다. 해당 계약으로 SKB에도 대가를 지불하게 됐다. 

SKB는 넷플릭스와의 항소심에서도 승소를 자신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게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개인정보 규제를 철폐하고 망 중립성을 없애는 공약을 내걸며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엔 손해를, ISP들에는 이익을 줄 것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연하게 망 중립성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해왔고, 당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 확립한 망 중립성 원칙을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기조가 급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1월 포용 정책의 일환으로 1조2000억달러(약 1500조원) 규모의 인프라 법안에 서명했다. 인프라 법안은 도로, 철도, 대중교통, 인터넷망 등 미국의 공공시스템을 보수·개선하는 데 역점이 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들여 통신망을 직접 깔아 ISP의 부담을 줄여 주고, 빅테크 기업엔 망 중립성을 강화해 규제를 풀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통과된 인프라법에 공식 서명했다. 미국은 8년 간 1조2000억달러를 들여 도로, 교량, 철도, 항만, 상하수도, 광대역 통신망 등을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출처=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통과된 인프라법에 공식 서명하고 있다. 미국은 8년 간 1조2000억달러를 들여 도로, 교량, 철도, 항만, 상하수도, 광대역 통신망 등을 개선하기 위한 대규모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출처=연합뉴스]

우리나라에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차 방한할 당시 미국 정부는 미국 기업의 '망 중립성 원칙'을 보장하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논의 끝에 해당 내용을 최종 합의문에서 제외하긴 했지만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넷플릭스 한국지사 방문을 검토할 정도로 중요한 현안이었다. 최근에는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이 방한 당시 구글코리아, 넷플릭스코리아를 만나 망 중립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문에 업계에선 미국 기업인 넷플릭스가 변론에서 망 중립성을 보장하라는 쪽으로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우리나라 국회에서 '망 이용대가' 넷플릭스 등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의무화하는 7개의 법안이 발의된 이상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도 넷플릭스가 망 이용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넷플릭스는 한미 관계를 들어 재판부와 국회를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KB는 EU 사례를 들어 반박할 모양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빅테크 기업들과 EU 내 통신사에게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등 빅테크에 망 이용대가를 부과하기 위한 입법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EU가 2024년 의회 선거를 앞두고 빅테크 규제 법안을 쏟아내는 상황이라 법원과 국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후문도 들려온다. 업계 관계자는 "오는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23'에도 참가해 유럽 통신사들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SKB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대가 판결은 우리나라와 미국, EU를 아우르는 대형 판결이 될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한미 관계도 영향을 받는 만큼 재판부의 역할이 중요해진 셈이다. 넷플릭스는 차후 변론에서 따로 입장이 변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기존 입장들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진행되지 않은 변론에 대해서는 입장을 공유하기 어렵다"면서도 "전달드릴 수 있는 내용은 전달드리겠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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