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지진 현장] 15가구에서 3명만 생존...아파트 한 동 전체 공동체가 붕괴된 현장
[튀르키예 지진 현장] 15가구에서 3명만 생존...아파트 한 동 전체 공동체가 붕괴된 현장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2.12 07:09
  • 수정 2023.02.1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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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넘어간 건물 :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 건물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있다. [사진 = 연합뉴스]
그대로 넘어간 건물 : 지난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 건물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있다. [사진 = 연합뉴스]

BBC는 11일(현지 시각) 이번 지진으로 아파트가 붕괴되면서 거기 거주하던 15가구 중 3명만 살아난, 안타까운 현장을 찾았다.

터키 남부의 한 아파트가 붕괴되어, 건물의 흔적도 흐릿한 잔해더미 사이에서, 너무 멀쩡해서 기괴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창틀 사이로 나비 무늬 커튼이 찬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세이다의 방이 있던 곳입니다.”

지진이 발생하기 전 세이다 오칸(19)은 이스켄데룬 시에 위치한 그녀 아파트의 방 창문과 커튼을 통해 거리를 내다보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구조대원들과 구조견들 사이에서, 그녀의 절친 다믈라만이 붕괴된 아파트 잔해 옆에서 밤을 지새우며 세이다의 생환을 기원하고 있다.

다믈라는 6살 때 당시 8살이던 세이다를 동네 친구로 처음 사귄 뒤부터 둘도 없는 친구로 지냈다. 둘은 최근 쇼핑에서 잔해 더미에서 발견된 나비 무늬 커튼을 함께 샀었다.

“우리 둘 다 나비를 좋아했어요.” 

다믈라는 울먹이며 말했다. 그녀의 전화에는 세이다가 그녀를 위해 만들어주었던 생일 케이크 사진이 저장되어 있으며, 나비 장식이 새겨진 케이크의 보라색 아이싱에는 “세상에서 누가 당신을 가장 사랑하지요? 그건 당근 우리지요!”라고 적혀 있었다.

‘오르칸’이라 불리는, 세이다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이스켄데룬의 중심에 세워져 있었으며, 작은 발코니가 있는 핑크색과 베이지색의 중층 높이의 건물이었고, 1층에 상가들이 들어서 있었다. 월요일 새벽 4시 17분, 진도 7.8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세이다는 ‘오르칸’의 다른 주민들처럼 깊은 잠에 빠져있었을 것이다.

그 순간 지진에 의한 진동으로 아파트 건물이 무너졌다.

이번 주 지진으로 인해 터키 남부의 많은 건물들이 자취를 감춘 속에서도, ‘오르칸’ 아파트 같은 동에 살던 14개 다른 가족들과 함께 잔해에 묻혀버린 세이다와 그녀 가족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진 후 며칠 동안 실종자들의 가족과 친지들은 구조 작업에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오르칸’ 주변에 모이고 있다.

BBC는 지난 수요일 세이다의 이웃이었던 한 생존자가 하루 이상에 걸친 구조대원들의 노력으로 기적적으로 구조되는 순간을 목격했다.

구조대원들과 주민들에 따르면, 이 여성 생존자는 무너진 잔해들을 뚫고 세이다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진술했지만, 관계자들은 생존자가 방향감각을 잃고 정상적인 정신 상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녀의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곳에서는 금요일까지 더 이상의 생존자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BBC는 3일 연속으로 ‘오르칸’을 찾아 비공식적인 구조 노력과 생존자 대피, 임시로 가설된 야전병원을 상황을 취재했다. 구조대원들과 이웃들은 세 사람의 생존자 외 나머지 주민들은 여전히 행방불명이라고 들려주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오르칸’이 끈끈한 유대관계를 자랑하던, 전형적인 지역 공동체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웃들은 서로 집들을 방문해서 차나 진한 터키식 커피를 나눠 마시기를 즐겼다.

‘오르칸’을 포함한 지역의 다른 건물 주민들은 SNS 왓츠앱(WhatsApp)에 단체 계정을 만들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곤 했다. 

“이번 주에는 이 집, 다음 주에는 저 집에서 모임이 열렸습니다.”

한 지역 주민은 이렇게 말했다.

“이것이 바로 튀르키예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동네 분위기가 어땠는지를 묻자, 동네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다믈라의 삼촌 엠룰라는 두 손을 깎지 껴 맞잡으며 “이렇게”라고 말했다.

‘오르칸’은 수십 년 전에 건축된 아파트였다. 한 남성은 “지금 내 나이가 50살인데, 나는 어렸을 적 등하교 길에 ‘오르칸’을 지나쳐 다녔던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하자 ‘오르칸’과 같은 라인에 있는 건물들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고 떠올렸다. 거리 양쪽에 있던 ‘오르칸’과 비슷한 건물들 중 지진의 피해를 입지 않은 곳에 사는 주민들은 미안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표현했다.

지역 구조대원인 칸수는 ‘오르칸’에 살던 주민들 중 몇몇과 친분이 있다. 지진 발생 후 그녀는 자신의 집에서 뛰쳐나와 ‘오르칸’ 쪽을 향해 움직였다고 한다.

‘오르칸’이 서 있던 라인의 건물들은 이제는 부서진 잔해 덩어리로만 남아있다. 잔해 속에서는 사람이 거주했던 흔적들이 간간이 보인다. 디즈니 영화 ‘프로즌(Frozen)’의 캐릭터가 그려진 연과 찢어진 꾸란, 찌그러진 흰색 오븐, 시간이 멈춘 붉은 테두리의 시계 등을 볼 수 있었다.

‘오르칸’에는 맥주와 속을 채운 고추 요리를 좋아하고, 수영을 즐겨하던 한 할아버지가 살았다. 이 할아버지의 손자가 세이다의 커튼 아래 잔해에 손을 뻗어 휴대폰을 꺼냈다.

아직도 작동 중인 휴대폰에는 그의 할아버지 얼굴이 배경 사진으로 박혀 있었다. 이 남성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건물 잔해서 아버지 주검 나오자 오열하는 튀르키예 청년 : 지난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주 엘비스탄 구역에서 한 청년(가운데)이 건물 잔해에서 아버지 주검이 구조대원들에 의해 밖으로 나오자 오열하고 있다. 지난 6일 시리아와 맞닿은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규모 7.8, 7.5의 강진이 잇따라 발생해 지금까지 양국에서 2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사진 = 연합뉴스]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주 엘비스탄 구역에서 한 청년(가운데)이 건물 잔해에서 아버지 주검이 구조대원들에 의해 밖으로 나오자 오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층 : “매몰된 언어 장애인은 살아있다고 해도 의사 표현을 못할 것이다.”

‘오르칸’ 2층에는 엄마인 세흐바르(63)와 언어 장애가 있는 딸 데리야가 살고 있었다.

친지들은, 세흐바르가 딸을 돌보며 두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함께 보냈다고 들려주었다.

“언니는 설령 살아있고, 밖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도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겁니다.”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급히 도착한 데리야의 여동생 데니즈가 말했다.

같은 층 반대편에는 대학 졸업생 버크가 살았다. 한 남성은 동네에서 코카콜라를 마시는 버크를 자주 목격할 수 있었는데, 매일 몇 리터는 마시는 것 같았다고 농담을 했다.

사람들은 버크가 “똑똑하고, 사교적이며, 잘 생겼었다.”고 입을 모았다.

버크의 동생 도구칸은 어머니와 함께 건물 잔해 밑에 갇혀 있었지만, 곧바로 구조됐다고 한다. 그는 잔해 밑에서 9시간 동안이나 갇혀 있었다고 말하며, 정부의 공식적인 구조 노력에 대해 분개했다.

그는 형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더 이상 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가 지진 당시 외부에 있던 다른 형에게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서 구조되었다고 들려주었다.

버크는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그의 어머니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있는데, 의사에게 “발에 감각을 느낄 수 없고, 내 아들은 아직도 잔해에 갇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3층: '그들은 서로 없이는 살 수 없다'

3층에는 하티스(64)와 또 다른 데리야(33)라는 이름의 모녀가 살고 있었다.

이웃은 두 사람이 톰과 제리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 모녀의 친척은 “모녀는 항상 서로 반대로 했다. 하지만 서로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말했다. 

“그들은 지금도 아마 가까이 붙어 있을 겁니다.”

리야의 아버지이자 하티스의 전남편인 메블루트는 매일 두 사람의 생환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데리야가 “아름답고, 활력이 넘치는” 딸이라고 강조했다.

데리야는 안전 업무와 관련된 직장을 다니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것은 그녀가 긴급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를 잘 안다는 의미였다. 그는 딸이 살아 돌아올 거라 믿고 있었으며, 딸이 그의 “어머니와 다른 사람들을 건물의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켰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4층: “세이다는 구촐돼 다시 웃을 날이 올 것입니다.”

세이다는 4층에서 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언니는 집을 떠나 독립을 했지만, 그렇게 먼 곳으로 간 것은 아니었다. 이웃들은 지진 후 ‘오르칸’에 도착한 세이다의 언니가 실신하는 바람에 안전한 곳으로 이송해야 했다고 들려주었다.

세이다의 조부모도 인근에 살았는데, 그들의 건물도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친지들은 세이다의 가족들이 우애가 좋았으며, 부모는 완벽한 부부의 표상이었다고 말했다.

세이다의 아버지 센기즈는 자동차 부품 가게를 운영하던 중이었다. 그녀의 엄마는 일찍이 그녀의 두 자매를 잃었고, 가족들은 세이다가 구출될 경우 부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동체에서 세이다의 인기는 취재진이 이 지역에 도착한 지 몇 분 만에 분명해졌다. 친구들은 그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때 얼굴이 밝아지고, 그녀의 현재 남자 친구와 전 남자 친구가 함께 그녀를 찾고 있었다.

사람들은 세이다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배려심이 깊은 여성이었다고 칭찬했으며, 올해 이스탄불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다믈라와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세이다는 커피를 가장 좋아했습니다.”

다믈라는, 세이다가 그녀의 흰색 폭스바겐 자동차에 친구들을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가곤 했다고 회상했다. 세이다의 폭스바겐은 이제 앞 유리가 부서진 채 폐허가 된 아파트 건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자동차 내부에 빨간 라이터가 보였다.

금요일 중장비가 동원돼 나비 커튼의 드리워진 창문을 잔해 속으로 밀어넣기 전 구조대원들이 세이다 집 창문을 통해 “거기에 살아있는 사람이 있습니까?”라고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다믈라는 세이다가 안전하게 발견돼 “다시 웃게 될 날이 올 것”이라고 여전히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5층: '내가 얼마나 오래 있었지?'

BBC 취재진이 붕괴된 건물 근처에 머물면서 친지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생존자 한 명이 더 구출돼 나왔다.

마을에서 칭찬이 자자한 50대 미혼모 페르단이었다. 그녀가 본 기사의 앞 머리에서 언급한 바로, 잔해에 갇혀 있는 동안 세이다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주장하던 여인이었다.

구조대원들은 그녀가 부상을 입고 괴로워하며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그녀의 아들이 머리맡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페르단은 이송되면서 자신이 잔해 속에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 물었다고, 한 노동자가 들려주었다.

그녀의 아들이 “3일이예요, 어머니.”라고 대답하자, 그녀는 6일이 지난줄 알았다고 대꾸했다.

한편, 금요일이 되자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더 이상 생존자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만일 “있다면 기적을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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