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첫 중입자치료기가 세브란스병원에 상륙했다. 올해 상반기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5년 내로 서울대병원도 중입자치료를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하나 더 추가됐다. 중입자치료는 탄소와 같이 무거운 입자를 가속해 에너지빔을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조사하는 치료 방식이다. 전이되지 않은 전립샘암, 췌장암, 폐암, 간암 1~3기 환자, 특히 기존의 표준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3대 난치 암으로 꼽히는 췌장암, 폐암, 간암의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입자치료는 무혈, 무통, 무재발의 ‘꿈의 암 치료’로 불린다. 암 환자들이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신체 표면에선 방사선량이 적고 암 조직에서 방대한 에너지를 쏟아 정상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한다. 탄소 이온이 폭발하면서 암세포 전체를 파괴하고 암세포 DNA를 절단하기 때문에 암전이 가능성도 작다. 중입자의 암세포 살상력은 X선과 양성자보다 2.5~3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중입자의 질량비가 양성자보다 12배 높아 암세포가 받는 충격 강도가 크기 때문이다.
한 가지 걸림돌은 치료비용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중입자치료의 비용은 5,0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원정 치료비용인 1억~1억5,000만 원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다. 보험이 적용되는 양성자 치료비가 연 25회 기준으로 회당 약 200만 원인 것에 비해서도 높다. 앞서 양성자 치료 때처럼 보험이 적용될 때까지 수년이 걸려도 기다렸다가 치료받겠다는 환자들도 있다. 실손보험에선 항암 방사선 치료비와 암 통원치료비 특약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아직 정확한 치료비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보험 적용 여부를 제하더라도 치료 대상과 효과 등을 고려하면 중입자치료가 국내 암 치료의 새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센터장은 “하루에도 200통이 넘는 문의가 예약센터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며 “상반기 고정형 치료기로 전립샘암 치료를 시작하고, 연내로 회전형 치료기를 가동해 췌장·폐·간암 등 혈액암을 제외한 모든 고형암 치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을 기점으로 중입자치료의 국내 도입이 점차 확대될 수 있길 바란다.
[위키리크스한국=조 은 기자]
choeun@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