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첨병, 푸틴의 디지털 전사들
[월드 프리즘] 우크라이나 전쟁의 또 다른 첨병, 푸틴의 디지털 전사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4.09 06:49
  • 수정 2023.04.09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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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들랜 타타르스키의 폭사(爆死)로 돌아보는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의 활약
폭발로 사망한 유명 군사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의 생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폭발로 사망한 유명 군사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의 생전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최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한 카페에서 발생한 폭발로 군사블로거(milblogger) 블라들랜 타타르스키가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했다.

타타르스키는 전날 카페에서 한 여성이 선물한 반신 석고상을 받은 뒤 이 석고상 안에 있는 폭발물이 터지면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CNN은 이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에서 활약하는 군사블로거들에 대해 보도했다.

블라들랜 타타르스키의 폭사(爆死)는 침략 전쟁을 지지하는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의 어두운 세계와 그들이 모스크바의 선전 기계(propaganda machine)로 수행하는 적지 않은 역할에 관심을 모으게 하고 있다.

본명이 막심 포민인 타타르스키는 일요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카페의 행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초대손님으로 모습을 나타냈다가 폭발사고로 숨졌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바그너 사병 조직의 우두머리 예프게니 프리고진을 지지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타타르스키는 텔레그램 채널 구독자만 5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확실히 이 세계의 파워 인플루언서이기는 하지만, 영향력 측면에서 유일한 군사블로거는 아니었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모든 독립 언론들의 문을 닫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국영 언론의 전쟁 보도는 크렘린 당국에 의해 엄격히 통제된다. 그리고 외국 언론은 차단되고 대부분의 반체제 언론인들은 감옥에 있거나 해외에 있다.

‘중군기자’를 의미하는 ‘voenkory’라고도 불리는 타타르스키와 같은 친 크렘린 논평자들은 이러한 정보 공백의 일부를 채우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의 군사블로거들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싱크탱크 ‘New America Foundation’의 ‘Future Frontlines’ 프로그램 책임자인 캔디스 론도(Candace Rondeaux)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많은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은 군대와 바그너 사병 조직 또는 동부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 깊숙이 정보원을 가지고 있어 비대칭 정보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타타르스키는 우크라이나 태생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 분리주의자들 편에 서서 싸웠으며 바그너 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범죄 이력도 지니고 있었다.

러시아 언론 보도와 그 자신의 인정에 따르면 그는 은행 강도로 수감 생활을 했다.

“분명히 군사블러거들은 전쟁에 대해 매우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활동은 전쟁의 흐름에 대해 적어도 한 쪽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론도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의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산하 ‘디지털 포렌식 연구소’의 보안 연구 부문 상주 펠로우인 루슬란 트래드는 CNN에 러시아 군사블로거 공동체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으면서도 러시아 국방부 및 기타 보안 기관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종종 같은 목적지로 여행하고, 소통하며 폐쇄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타타르스키는 이 공동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그러면서도 타타르스키는 러시아 군대 상층부에 대한 비판자이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그의 논지는 러시아 장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러시아군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너무나 강했던 그는 러시아군이 훨씬 더 잘 해내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트래드 연구원은 이렇게 덧붙였다.

타타르스키는 SNS에 전투 지역에서 무기를 들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포스팅하면서 단순 블로거로서의 선을 넘기도 했다.

폭파 현장 [사진 = 연합뉴스]
폭파 현장 [사진 = 연합뉴스]

극우 민족주의의 뿌리

타타르스키를 포함한 많은 군사블로거들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러시아군과 바그너의 군사작전, 그리고 2014년에 촉발된 돈바스 분쟁을 다루면서 다년간 입지를 굳혀왔다.

“그들은 지금까지 수년 동안 러시아의 강경 우파들을 대상으로 전쟁을 지지하고, 반서방, 반우크라이나 선전 활동을 꾸준하게 전개해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바그너 조직과 러시아의 전쟁 방식을 대중에게 주입시키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론도 연구원은 이렇게 평가했다.

군사블로거들의 영향력은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러시아에서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서방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탄압을 받으면서부터 확대되기 시작했다.

“군사블러거들은 집단적으로 텔레그램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그들의 콘텐츠는 러시아군이 군사적 실패를 겪기 시작한 작년 4~5월경부터 훨씬 더 많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전쟁 연구 연구소’의 러시아 분석가인 카테리나 스테파넨코는 CNN에 이렇게 들려주었다.

한편, 러시아는 텔레그램 측이 러시아 보안 기관인 FSB에 암호화 키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자 이 SNS를 폐쇄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러시아는 2020년에 메시징 플랫폼인 텔레그램에 대한 공식 금지를 해제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인기 있는 군사블로그 텔레그램 채널 중 다수는 극우 민족주의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들이 전파하는 아이디어는 딱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테크놀로지 발달 덕분에 이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트래드 연구원은 군사블로그 구독자 대다수는 극우 이념 추종자, 민족주의자, 이교도 및 극단적인 정교회 기독교인들이 차지한다고 말했다. 

“여러 기준에 근거해 판단해보면, 이들 군사블로거들의 텔레그램 채널 추종자들은 극우 단체 및 음모론자 커뮤니티가 미국 온라인에서 득세하는 현상과 일치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러시아 군사블로거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선전가로 활동하는 타타르스키와 같은 세력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러시아에서 멀리 떨어진 서유럽과 중부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판의 자유

러시아 국영 언론과는 달리, 영향력 있는 군사블로거 중 다수는 지난해 11월 헤르손 철수나 최근에는 바흐무트에서의 전투 지연 등 전장에서의 패배에 대해 당국을 비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러시아 분석가인 카테리나 스테파넨코는, 지난해 5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시베르스키도네츠강을 건너지 못하면서 공격이 난관에 봉착한 때가 군사블로거들의 부상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시기였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고, 정규 보도에서 그것에 대해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때까지는 세계의 민족주의 문제와 러시아 관련 소규모 분쟁을 다루는데 불과했던 이들 블로거들이 소그룹에서 갑자기 중요한 정보의 출처로 등극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이 블로거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들이 리더십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상관없이, 우크라이나에서 모스크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러시아 외무부의 마리아 자카로바 대변인은 지난 일요일 타타르스키와 다른 군사블로거들 덕분에 “세계는 진실된 군 작전 영상을 대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 당국은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대의 잔학 행위에 대해 보도하는 모든 세력에게 가혹한 형을 선고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야당 지도자이자 반 크렘린 운동가인 일리야 야신은 부차 대학살에 대해 보도한 후 러시아 군대에 대한 “거짓 정보”를 퍼뜨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8년 반의 징역형에 처해졌다.

또 다른 언론인인 마리아 포노마렌코 는 마리우폴의 한 극장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으로 수백 명이 사망하고, 러시아 당국이 그 책임을 부인하는 내용을 텔레그램에 게시한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았다.

스테파넨코는 타타르스키와 같은 블로거들은 러시아군의 작전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자체의 가장 확고한 지지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이 전쟁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러시아 제국의 위대함을 회복하기 위해 이 전쟁이 필요합니다.’라고 대놓고 주장하는 유일한 세력들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녀는 이와 함께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개인적으로 영향을 입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무관심하고, 크렘린은 전쟁의 북소리를 계속 울리기 위해 이들 블로거들에게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확고한 이념적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들은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승자라고 여깁니다. 나아가 그들의 목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체를 정복하고 잠재적으로는 NATO와 싸우는 것입니다.”

폭탄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용의자 트레포바 [사진 = 연합뉴스]
폭탄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용의자 트레포바 [사진 = 연합뉴스]

신병 모집

군사블로거들은 또한 크라우드 펀딩과 전쟁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모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테파넨코는 그들이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러시아군과 바그너 조직의 합동 군사 작전을 위해 전투원들을 모집하면서 수년 동안 신병 모집에 필수적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스테파넨코는 “군사블로거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투원 모집 노력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우리는 푸틴이 두 번째 동원령 발동을 주저하면서 대신 블러거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주려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론도 연구원에 따르면, 극우 민족주의 공간의 많은 블로거들은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데, 이 때문에 군사블로거들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크렘린 내외부의 모든 것을 통제하는 악마 같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는 확실히 국가 기관들을 통제하고 있으며, 모든 기업들에 대해 많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부를 거머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요소가 있습니다.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마피아, 보안 종사자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얽혀있고 서로를 강력히 필요로 하는 지점에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편, 지난 1년 동안 군사블러거들의 영향력이 크게 증가했지만, 트래드 연구원은 타타르스키에 대한 공격이 이들 운동권 움직임에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 조직 및 그 지도자 프리고진과 관련된 공식 채널이 타타르스키 공간을 넘보고, 더 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이를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그는 예견했다.

그러나 이번 폭사 사건은 또한 경종을 울리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트래드 연구원은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이런 블로거들이나 통신원, 경찰관들은 스스로 매우 안전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집회를 파괴하려는 불순한 물건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던 겁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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