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앞다퉈 중국을 찾는 각국 정상들과 '미-중' 역학관계...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베이징행
[미중 갈등] 앞다퉈 중국을 찾는 각국 정상들과 '미-중' 역학관계...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베이징행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4.16 07:14
  • 수정 2023.04.16 0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중국을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중국을 방문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4일 수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서명식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스페인, 프랑스, 브라질 등 각국 정상들이 앞다퉈 중국을 찾는 가운데 미-중 역학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CNN은 15일(현지 시각)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정상들이 앞다퉈 중국을 방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달 말부터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유럽연합(EU), 브라질의 국가원수와 정부수반들이 중국을 찾아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활로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당 국가들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시도로 읽히지만, 정상회담들의 속도와 관련해서는 외교적 측면에서 이례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14일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여러 협정을 맺었는데, 룰라 대통령 또한 이전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의 메시지를 품고 중국을 찾았다.

그러나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기를 거부함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도자들이 연달아 중국을 찾는 현상은 시진핑에게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한 그의 대안을 주장하고 위협에 맞서 싸울 기회이기도 하다.

관측통들은 시진핑 주석에게는 바로 이점이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엄격한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경제적 난관, 미국과의 갈등, 중국 외교 정책에 대한 유럽의 우려 증가로 인해 지난 3년 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중국의 외교는 시진핑에게 이제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제 중국이 전략적인 계획을 가지고 움직일 때라고 믿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국제관계학과의 부교수 리 밍지앙은 이렇게 평가했다.

“중국은 잠재적으로 미국 동맹 이완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및 신흥 경제국들과의 협력 증진을 위해 베이징 당국이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 동맹 갈라치기

중-러 관계 증진에 대한 국제적 우려와 중국의 대만 위협에도 불구하고 세계 지도자들이 다시 베이징을 찾자, 시진핑은 이번 기회를 미국을 비판하고 글로벌 패권을 재구성하는 통로로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키워드들을 섞어가면 정상회담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의 리셴룽 총리와 통화하면서 “세계 산업 및 공급망과 관련해 이를 교란하거나 탈동조화(decoupling)를 부추기는 세력들에 맞서 아시아 국가들이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에게는 “냉전적 사고방식과 블록 간 대결에 단호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같은 날 시진핑 주석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에게 중국-EU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EU(유럽연합)가 전략적 독립 원칙을 지켜나갈 것을 요구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과 유럽 동맹들이 더 가까워지는 것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봐왔다. 그런데 이제 중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과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대서양 양안을 이간질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게 되었다고, 분석가들은 말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주 베이징을 찾았을 때 시진핑은 중국과 프랑스를 비교했다. 그는 “두 나라 모두 독립 전통을 가진 대국이고, 다국 체제를 굳건히 옹호하는 나라다.”라고 말하면서 초강대국의 지배가 사라진 세계를 강조했다.

베이징에서 마크롱과 하루의 회담을 마친 시진핑 주석은 남부 상업 중심지인 광저우에서 마크롱을 다시 만나 국빈 만찬 전에 차를 마시며 중국 전통 음악의 선율을 들으며 “비공식적인” 대화를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워싱턴에 의존하지 않는 유럽만의 독립적인 지정학적 정책과 국방력 개발을 오랫동안 부르짖어온 마크롱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의 말을 수긍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크롱은 핵 에너지에서부터 식량 안보에 이르는 여러 분야에 대한 협력을 강조한 중국과의 51개 항목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그와 함께 중국을 찾은 폴리티코(Politico)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중 갈등에 대해 유럽은 “타국의 위기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타국 위기에 개입하면 자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의 이 같은 발언은 유럽과 미국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지만, 분석가들은 베이징은 이를 승리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미국을 약화시키고 서방을 분열시키며 세계를 중국에 더 가깝도록 이끌 수 있는 것은 뭐든 시진핑에게는 이익이 되는 겁니다.”

장 피에르 카베스탄 홍콩침례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따라서 마크롱의 베이징 방문은 주요 승리로 간주되는 겁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쑹위안에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쑹위안에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룰라의 귀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4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신화통신,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화창하고 꽃 피는 봄 베이징에서 옛 친구를 만나서 무척 기쁘다”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룰라 대통령의 건강이 회복된 것에 안심한다며 룰라 대통령이 회복 직후 장거리 여행을 통해 중국을 방문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룰라 대통령은 당초 지난달 말 달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독감과 폐렴 진단을 받아 일정을 연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브라질은 각각 동반구와 서반구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자 중요한 신흥시장국이며, 서로 전면적 전략 동반자로 양국은 광범위한 공동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항상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라질과의 관계를 바라보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과의 관계를 외교의 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번 방중이 취임 이후 첫 미주 이외 지역 방문이라며 중국은 국제사회의 각 영역에서 불가결한 중요 역량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무역과 투자, 디지털 경제, 정보통신, 우주 등에서 양자 협력을 강화하는 문건에 서명하고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중국-브라질 관계는 반중국 수사를 앞세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치하에서 긴장된 순간을 맞이했었지만, 룰라의 집권으로 이미 양국 관계의 역학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룰라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서구 중심의 G7에 대항해 결성한 신흥 경제 블록인 BRICS의 ‘신개발 은행’ 총재에 오른 전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의 취임식에 참석함으로써 브라질-중국의 협력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며 상하이에서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시진핑은 룰라에게서 BRICS 열광자,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의 개혁에 대한 개방적 태도, 미국과의 자동 동조화를 회피하려는 의지를 읽을 것”이라고, 워싱턴에 있는 아메리카 대학 ‘라틴 아메리카 연구 센터’의 연구원인 루이자 두아르테는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룰라에 대한 베이징의 환대는 지난 2월 10일 그의 백악관 방문과 비교되면서 룰라의 채 하루가 안 되는 실망스러운 워싱턴 방문을 떠올리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당시 룰라의 워싱턴 방문은 새로 취임한 브라질 대통령이 미국에 손을 내민 것으로 여겨졌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룰라의 백악관 방문에서 별로 나온 게 없는 결과를 “중국-브라질 협력 강화를 굳히는 계기”로 이용할 수 있다고 두아르테 연구원은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문제

베이징의 외교에 드리운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마크롱과 같은 일부 지도자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이자 외교 파트너인 시진핑이 푸틴을 평화로 이끄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올해 초 미국 관리들이 중국이 크렘린에 치명적인 원조를 제공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중-러 관계 증진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미국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프랑스와 중국은 회의에서 핵 발전소 공격 반대, 여성과 아동 보호 등 전쟁과 관련된 몇 가지 사항에 동의했지만, 마크롱은 궁극적으로 시진핑이 중국이 아직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은 입장을 밝히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

한편, 룰라의 방중에 앞서 브라질은 자국 외무장관의 표현대로 중국을 포함한 ‘중재국 그룹(group of mediator countries)’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관측통들은 베이징이 이러한 외교적 주도권 장악을 노리는 데에는 시진핑의 글로벌 야심 및 세계관이 기저에 깔려있다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요청에 긍정적으로 응답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러시아가 화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의 리 밍지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세계와 글로벌 시스템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고, 다양한 정치적 문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중국의) 견해를 많이 공유하는 유일한 강대국입니다. 러시아는 중국에게 있어 대체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이 점은 시진핑의 최근 외교 행보에서 또 다른 순간에 강조되었다. 지난 3월 시진핑이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한 것은 그가 3연임에 성공한 뒤의 최초 일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주 펼쳐진 중국 외교와 정상회담들은 중-러 관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을 수 있지만, 분석가들은 중국이 분쟁(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방식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을 바라보는 관점에 계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한다.

푸틴에 대한 시진핑의 잠재적 영향력은 “시진핑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리도록 하는 지렛대를 제공했으며,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얻지 못했을 마일리지와 지원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부교수 총 자 이안은 주장했다.

“궁극적으로 시진핑 주석이 특히 전쟁 종식 측면에서 푸틴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