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경제가 불안해지자 종교 시설로 몰리고 있는 중국인들
[월드 프리즘] 경제가 불안해지자 종교 시설로 몰리고 있는 중국인들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6.12 05:46
  • 수정 2023.06.1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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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국 베이징 융허궁에서 향을 피우며 기도하는 한 여성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월 중국 베이징 융허궁에서 향을 피우며 기도하는 한 여성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의 리오프닝(reopening)은 세계 경제의 활력소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초기에 잠깐 반짝하던 리오프닝 기대 경제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의 성장을 기대만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악화하는 경제 전망에 불안을 느낀 중국 젊은이들이 불교와 도교 등 종교 사원으로 몰려들어 취업, 진학을 기원하고, 심지어 벼락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비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고, 11(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지난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5월 수출은 전 세계 수요 감소로 인해 예상치를 훨씬 밑돌면서 1년 전보다 7.5% 감소했다. 지난달 공장 활동은 다시 위축됐고,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중국의 애널리스트들과 여행사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중국에서 종교 사원 방문과 종교 명소를 찾는 풍조가 기록적인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소셜미디어에서는 “등교도 하지 말고, 출근도 하지 말고 향만 피우자”는 해시태그가 유행하면서 갈수록 불안이 치솟는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 사원에 가서 행운을 비는 중국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여행 전문 사이트 취나닷컴(Qunar)과 인스타그램 같은 앱인 ‘샤오홍수(Xiaohongshu)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향을 사르는 젊음(Incense-burning youth)’은 올해 중국 관광업계가 채택한 1위의 캐치프레이즈가 되고 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6세에서 24세 사이의 실업률은 지난 4월에 20.4%로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올해 초 중국 교육부가 추정한 바와 같이 올 여름 1,160만 명의 대학생이 그렇지 않아도 좁은 취업 시장에 진입하면서 청년 실업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내다보인다.

다양한 종교는 다양한 숭배자를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라마 사원’이라고도 불리는 베이징의 ‘용허궁’은 티베트 불교를 숭배하는 사당으로 직장 문제나 돈 벌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취나닷컴에 따르면 전국의 사원 방문객 수는 지난 3월과 4월 초에 최고조에 이르면서 작년 동기 대비 530%나 증가했다.

중국 상하이의 한 불교 사원에서 주민이 향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한 불교 사원에서 주민이 향을 들고 기도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분향 인구 증가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무신론 국가이지만 불교, 도교, 개신교, 천주교, 이슬람교의 다섯 가지 종교를 인정합니다. 이 중 불교와 도교는 중국 역사와 문화의 핵심 요소를 이루며 전국에 수만 개의 사원과 수도원이 있다.

취나닷컴과 또 다른 여행 사이트인 트립탓컴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사원 방문은 1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급증했는데, 방문객의 약 절반은 20~30대가 차지하고 있다.

“학업, 직업, 결혼, 인간관계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절에 가서 기도와 축복을 비는 등의 전통문화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증권사 ‘난징증권’의 양옌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분석했다.

이와 더불어 SNS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즐기는 젊은 층의 문화가 종교 사원 관광 붐에 한몫하고 있다고, 양옌 애널리스트는 덧붙였다.

어메이산과 주화산은 중국 최대 불교 사원과 문화 유적지가 있는, 유명한 ‘불교의 4대 성산’ 중 두 곳이다.

남서부 쓰촨성 소재 어메이산은 지난 1월과 5월 사이에 248만 명의 방문객이 찾았는데, 이는 팬데믹 봉쇄 조치 실시 전인 2019년 같은 기간보다 53% 증가한 수치이다.

어메이산 관련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메이산 관광’은 1분기에 2019년 대비 262% 증가한 98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순이익을 올렸다.

여기에 ‘어메이산 관광’의 주가는 지난 10거래일 동안 44% 급등하면서 해당 기간 중국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안후이성 중부에 위치한 주화산 관광을 주 사업으로 하는 ‘안후이 주화산 관광개발’도 분기별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안후이 주화산 관광개발’의 지난 1~3월 매출은 2019년 동기 대비 43% 증가해 2015년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거래일 동안 이 회사의 주가는 34% 상승했다.

그런가 하면 도교 유적지를 찾는 숭배자들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도교의 발상지 중 하나인 장시성 룽후산은 1분기에 473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면서 2019년 동기 대비 47% 증가를 기록했다.

그리고 영화 ‘와호장룡’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또 다른 유명 도교 명소인 우당은 1~3월 방문객이 2019년 대비 23% 급증했다.

플라시보(Placebo) 효과

종교 사원을 찾는 사람들은 신들에게 사회적 성공 외에도 복권 당첨 같은 일확천금의 행운도 기원한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집권 당시 전국에 도박 금지령을 내렸다. 그러나 정부는 스포츠 행사와 복지 프로젝트의 자금을 모으기 위해 두 종류의 복권을 판매 중이다.

지난 5월 말 중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4월 복권 판매액은 503억3000만 위안(71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다. 이는 4월 한 달 판매액으로 10년 만의 최고치이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차이통 증권’의 애널리스트들은 일요일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실제로 플라세보(위약 효과)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의학 연구에서 ‘플라세보’는 가짜 알약이나 거짓 치료 후에 기분이 나아지는 경험을 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처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복권 구입, 애완 동물 기르기, 콘서트 관람,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의 취미 생활에 몰두하거나 신앙을 통해 위안을 얻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했다.

“복권 구매의 핵심 매력은 심리적 위안에 있다.”

그들은 이렇게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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