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노익장의 해리슨 포드와 당돌한 밀레니얼 세대의 상징인 여주인공이 엮어가는 5번째 ‘인디애나 존스’
[Weekend] 노익장의 해리슨 포드와 당돌한 밀레니얼 세대의 상징인 여주인공이 엮어가는 5번째 ‘인디애나 존스’
  • 유 진 기자
  • 승인 2023.07.08 06:44
  • 수정 2023.07.08 06: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디애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2023)'에 등장하는 해리슨 포드와 피비 월러-브리지 [월트디즈니 제공]
'인디애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2023)'에 등장하는 해리슨 포드와 피비 월러-브리지 [월트디즈니 제공]

CNN방송은 7일(현지 시각)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인디애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Indiana Jones and the Dial of Destiny)’의 영화평을 싣고, 80대에 접어든 해리슨 포드와 영국 드라마 ‘플리백(Fleabag)’으로 스타덤에 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여배우 피비 월러-브리지의 세대교체에 대해 조명했다.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는 액션스타가 아니다. 적어도 해리슨 포드 자신에 따르면 그렇다. 영화 홍보 기간 동안 그는 연예 잡지 ‘베니티 페어’와 인터뷰를 갖고 ‘인디애나 존스와 운명의 다이얼’은 액션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영화라고 주장했다. 

“플롯과 캐릭터가 살아있고, 갈등이 있는 영화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액션에 대한 포드의 저항은 그의 나이와도 어울린다. 80세에 접어든 그는 1981년 처음 인디애나 존스 역을 맡았을 때의 나이보다 곱절 이상이 많아졌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전작들에서 시도한 죽음을 무릅쓴 스턴트와 함께 해리슨 포드는 영화 내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위험에 뛰어드는 고고학자로 등장했다.

해리슨 포드의 영화평은 충분히 들어줄 만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 같은 80년대 동시대의 배우들보다 날씬하고 덜 근육질인 그의 매력은 언제나 근력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에서 풍겨 나왔다. 그래도 우락부락한 이두박근은 부족했지만, 인디애나 존스는 항상 발랄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주 개봉한 ‘운명의 다이얼’에서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여정에서 우리는 전성기를 적어도 25년이나 지난 1969년의 인디애나 존스를 만난다. 이 영화에서는 드라마 ‘플리백(Fleabag)’으로 인기몰이를 한 피비 월러-브리지(Phoebe Waller-Bridge)가 인디애나 존스의 대녀(代女)인 헬레나로 나온다. 바로 이 헬레나가 도착하면서 인디는 무기력에서 깨어난다. 그들은 함께 아르키메데스가 발명한 시간 여행 장치인 안티키테라(Antikythera)를 찾는 여정에 돌입한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정서는 세대교체이자 권력 이양이다. 인디애나 존스에서 그의 어린 대녀로, 할리우드 레전드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상징하는 당돌한 여성으로, 모든 것들이 넘어간다. 여기에 영국 드라마 ‘플리백(Fleabag)’을 통해 월러-브리지가 얻은 대중적 이미지가 헬레나에 오버랩되면 대비는 더욱 뚜렷해진다. 헬레나의 적나라한 이기심이 따듯한 마음으로 상쇄될 때마다 우리는 끊임없이 ‘플리백’에서의 그녀를 떠올리게 된다. 여기에 21세기 트렌드의 의도적 삽입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즉, 우리 시대 스크린에 자주 등장하는 정상인의 육체적 비정상화를 말한다.

[월트디즈니 제공]
[월트디즈니 제공]

헬레나는 아주 뛰어난 운동선수도 아니고 특별한 힘을 부여받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물리학 법칙을 거부한다. 가장 두드러진 장면은 3번째 활약에서 헬레나가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공항에서 활주로를 빠져나가는 비행기를 따라가다가 비행기 바퀴 위로 뛰어오른 다음 비행기의 동체에 달라붙는 장면이다.

물론 화면은 볼 만하다. 그러나 스릴 면에서 점수를 매기자면 10점 만점에 잘해야 4점 정도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기꾼과 싸우고, 나치 일당을 폭파해서 날려버리고, 달리는 툭툭(tuk tuk)에서 과속 차량의 뒤쪽으로 도약하는 헬레나를 만나게 된다. 이러한데도 우리는 그녀의 안위에 대해 별로 손에 땀을 쥐게 되지는 않는다. 그녀가 그 비행기에 안전하게 올라타리라는 것을 관객들이 잘 알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운명의 다이얼’이 말하려고 하는 바다. 바로 젊음은 무엇이나 가능한 만능이라는 사실 말이다. 반면에 헬레나 걱정에 사로잡힌, 노쇠한 인디아나 존스는 노심초사 어쩔 줄 모른다. 그는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얼굴이었는데 이제 늙고 허약해진 것이다. 그가 악당에게 몸으로 태클을 시도하자 그 악당은 꿈쩍도 하지 않으면서 노인을 조롱한다. 이 장면은 무적의 헬레나보다 더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디의 무력함은 그의 육체보다 더 쇠약한 감정 상태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은 또한 그가 시리즈에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 년 동안 중도에서 맞닥뜨린 긴장을 다시 불러일으킨다. 인간의 육체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과 이야기가 요구하는 것 사이의 긴장 말이다.

나이에 걸맞는 연기를 하고, 스턴트를 하지 않는다는 해리슨 포드의 사전 약속은 캐릭터와 배우의 액션이 특수 효과의 정교함 덕으로 증폭되는 요즘 영화의 경향과 배치된다. 그렇다 꼭 ‘마블(Marvel)’만이 액션 영화는 아니다. 슈퍼히어로가 아니라 CGI(컴퓨터 그래픽 효과)에 덜 의존하고 스타들의 뛰어난 기량 그 자체만으로 승부하는 액션 영화도 있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톰 크루즈가 그 예이다. 그러나 그들도 관객을 열광시키려면 주인공의 몸이 초인적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해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같은 배우로 대표되었던 힘과 체력은 주인공의 생김새와 상관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바로 이런 취약점은 이 영화에서는 스카이다이빙 장면에서 빠르게 보상된다.

원작 ‘인디아나 존스’ 3부작의 거대하고 복잡한 세트와 강렬한 안무를 통해 맛보았던 아드레날린은 요즘에는 대부분 ‘크로마키(green screen)’의 녹색 화면으로 대체된다. 컴퓨터 그래픽 불꽃에서 뛰어내리는 무적의 주인공에 적응된 지금, 우리는 주인공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손에 땀을 쥐기 위해서는 80대 스타가 필요한 것 같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 진 기자]

yoojin@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