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트위터의 로고 변경과 리브랜딩은 무엇을 위한 노림수일까?
[월드 프리즘] 트위터의 로고 변경과 리브랜딩은 무엇을 위한 노림수일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27 05:41
  • 수정 2023.07.27 11: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위터의 이전 상징인 '파랑새'를 날려버린 'X' [사진 = 연합뉴스]
트위터의 이전 상징인 '파랑새'를 날려버린 'X' [사진 =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위터를 리브랜딩(rebranding)하는 차원에서 트위터의 상징처럼 되어있던 파랑새 로고를 ‘X’로 교체하겠다고 밝히면서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 온 트위터라는 플랫폼을 뜯어고치려는 평소의 소신이 슬슬 본색을 드러내는 첫 단계로 해석되고 있다.

머스크는 작년 말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사용자가 소통하고, 쇼핑하고, 오락거리를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가능한” X라는 앱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인수를 선언하기 전인 작년 6월 그는 트위터 직원들에게 트위터는 중국의 위챗(WeChat)과 비슷한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브랜드 변경에 대한 비전은, 1999년 머스크가 올인원(all-in-one) 금융 플랫폼을 꿈꾸면서 출범시켰지만 결국은 ‘페이팔(PayPal)’로 끝나게 된 ‘X 닷컴’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머스크의 오랜 야망과 그가 트위터 인수에 쏟아부은 440억 달러라는 거금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슈퍼 앱(super app)을 위해 당장의 트위터 브랜드를 버리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고, 26일(현지 시각) CNN이 지적했다.

트위터를, ‘위챗’처럼, 음식 주문이나 요가 수업 예약에서부터 대금 지불 및 채팅에 이르기까지 한 플랫폼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야심이 성취되기에 트위터는 갈 길이 멀다. 대규모 리모델링의 착수는 물론이고 당장에 회사가 직면한 재정 문제는 너무나도 커다란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단순히 쇼핑 기능만을 추가해서 사용자를 유인하려는 다른 플랫폼들의 노력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위챗’ 같은 슈퍼 앱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될지도 명확하지 않다.

“머스크는 ‘X’를 ‘모든 것이 가능한 앱’으로 바꾸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에는 시간, 돈,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트위터에는 이 세 가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의 리서치 디렉터이자 부사장인 마이크 프룰은 투자자 노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트위터의 이름을 버림으로써 머스크는 “15년 이상 우리 문화의 한 영역을 차지했던 브랜드 이름을 혼자서 쓸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의 본사 사옥에 트위터의 새 로고인 알파벳 'X'가 투사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소셜미디어 기업 트위터의 본사 사옥에 트위터의 새 로고인 알파벳 'X'가 투사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X로 파랑새 날려 버리기(X-ing out the bird)

새로운 이름 ‘X’는 벌써 트위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X Corp.’라는 회사를 별도로 만들어 트위터를 인수했던 머스크는 일요일 ‘X 닷컴’은 이제 트위터로 리디렉션(redirection)된다고 트윗을 올렸다. (머스크는 2017년 ‘PayPal’측으로부터 ‘X 닷컴’ 도메인을 다시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4일 밤, 새로운 스타일의 ‘X’ 로고가 트위터 본사에 밝은 빛으로 투사되었다. 그리고 25일에는 그동안 트위터의 상징 노릇을 하던 파랑새 로고는 트위터 웹사이트에서 ‘X’로 대체되었다. 뿐만 아니라 머스크는 팔로워들에게 앞으로는 트윗(tweets)을 ‘x’s’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CEO는 트위터에 대한 머스크의 야망을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디어, 상품, 서비스 및 기회를 위한 글로벌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X’는 오디오, 비디오, 메시징, 결제/뱅킹이 집결된 무제한 상호 작용의 미래를 상징할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트윗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 전기를 쓰기 위해 그를 밀착해서 따라다니고 있는 유명 테크놀로지 전문 저술가인 월터 아이작슨은 트위터에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전부터 ‘X 닷컴’에 대한 수십 년 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트위터를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위터를 발판으로 원래부터 지니고 있던 ‘X 닷컴’의 꿈을 마침내 이룰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전인 지난해 10월 어느 날 오전 3시 30분에 아이작슨에게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머스크는 지난주 월요일 트윗을 통해 “마치 새가 짹짹거리듯이(tweeting), 140자로 제한된 문자들을 주고받을 때는 ‘트위터(Twitter)’라는 이름이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몇 시간 분량의 동영상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것을 올릴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머스크는 “우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포괄적인 커뮤니케이션과 모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맥락에서 ‘트위터’라는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

한편 트위터 리브랜딩은 머스크의 문자 ‘X’에 대한 집착의 연속선상으로 보인다.

‘X’는 테슬라의 자동차 중 하나인 ‘Model X’의 이름일 뿐만 아니라 그의 로켓 회사의 이름인 SpaceX에도 들어있고, 그가 새로 설립한 인공지능 기업 ‘xAI’, 그의 두 자녀인 ‘X Æ A-Xii’와 ‘Exa Dark Sideræl’의 이름에도 들어있다.

최근 몇 주 사이 트위터는 ‘트위터 결제(Twitter Payments)’ 사업에 조용히 착수하고, 지난달부터 애리조나와 미시간을 포함한 미국 4개 주에서 송금 서비스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머스크는 그동안 트위터에서도 더 긴 동영상의 포스팅이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해왔다.

여기에 그는 인증마크(블루 마크) 제도를 도입해 트위터 유료화를 시도하면서 광고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을 탈피하려 애를 써봤지만, 일부 혼란만 초래하고 실제 유료 회원수는 얼마 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트위터를 충분히 작동하는 슈퍼 앱으로 전환하는 데 명백한 암초를 만나고 있다.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그는 직원의 약 80%를 해고했고, 중추신경 역할을 하는 많은 광고주를 겁주었으며, 논란이 되는 정책을 도입해 많은 사용자를 실망시켰다. 여기에다 이제 트위터는 메타의 라이벌 앱인 ‘스레드(Threads)’와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스레드’는 최근 몇 일 사이 사용량이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주 트위터의 광고 수익이 50% 감소하면서 현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실토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변신을 꿈꾸고 있지만, 이미 적지 않은 미국 기술 플랫폼들이 ‘위챗(WeChat)’을 모방해 성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Deloitte)’는 작년에 발간된 보고서에서 서구 시장에서 “가까운 시일에 ‘위챗’과 같은 지배력이 강한 단일 슈퍼 앱”을 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플랫폼으로 성공을 꿈꾸기에는 디지털 결제 및 승차 공유 같은 서비스에는 이미 “사업을 훌륭히 잘 수행하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2019년 당시 페이스북으로 알려진 거대 소셜 미디어가 온라인 상거래 활성화를 내세우며 자체 디지털 화폐 및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지만, 지난해 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조사라는 암초를 만나 공식적으로 실패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틱톡과 인스타그램 모두 쇼핑 기능이 사용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 후 플랫폼에 전자 상거래를 통합하려는 야망을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머스크가 트위터에 중대한 변경을 가할 때까지 관측통들은 트위터라는 익숙한 브랜드를 버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모험이라고 경고해왔다.

밴더빌트대학의 회계학과 조슈아 화이트 교수는 특히 메타가 ‘스레드’를 내놓은 이후 “주목할만한 새 기능 없이 트위터 브랜드를 변경하는 것은 관심을 끌겠다는 필사적인 노력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것은, 코카콜라를 인수한 뒤 내용물은 바꾸지 않고 병과 이름만 바꾸는 것이 실수일 확률과 같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