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전투에 참전했던 러시아 흉악범들의 귀환...공포에 떨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
[우크라 줌인] 전투에 참전했던 러시아 흉악범들의 귀환...공포에 떨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20 06:10
  • 수정 2023.08.20 0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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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수 출신 바그너 용병의 모습(왼쪽 병사) [사진 = 연합뉴스]
죄수 출신 바그너 용병의 모습(왼쪽 병사) [사진 = 연합뉴스]

살인죄로 복역 중 바그너 그룹과 계약을 맺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계약이 만료되어 풀려난 살인, 강간, 가정 폭력 등의 흉악범들 때문에 러시아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고, 19일(현지시간) 가디언 지가 보도했다.

2020년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베라 펙텔레바 사건은 그 내용이 너무 끔찍해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간과하는 일이 많은 러시아 언론조차도 격분하게 만들었었다.

베라 펙텔레바를 살해한 블라디슬라프 카뉴스는 그녀를 살해하기 전 몇 시간 동안 고문하기까지 했다. 당시 이웃들은 옆 아파트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소리를 듣고 여러 차례 전화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는 펙텔레바의 몸 111군데나 상처가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 시베리아 법원은 카뉴스에게 살인죄로 17년 형을 선고했다. 펙텔레바의 가족들은 판사가 강간 및 불법 감금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살인 혐의만으로도 카뉴스가 17년 형을 선고받게 되어 다소라도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러다가 9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5월 중순에 펙텔레바의 어머니는 왓츠앱(WhatsApp) 상의 익명 계정으로부터 두 장의 사진을 받았다. 그들은 군복을 입은 한 남자를 보여주면서 “카뉴스는 자유의 몸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송했다.

“내 눈을 믿을 수 없었서, 진짜 카뉴스가 아니고 포토샵 조작이라고 형수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시베리아의 케메로보 시에서 베라의 삼촌인 블라디미르 펙텔레프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카뉴스는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되기 위해 형기 중에 풀려난 수만 명의 러시아 죄수 중 한 명인 것으로 짐작된다. 이런 병사들 대다수는 결국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사병 조직인 바그너 그룹에 소속돼 싸웠다. 프리고진은 지난 6월 크렘린을 상대로 군사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체제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뒤 해체되었다.

러시아 감옥에 수감되어 있던 죄수들은 6개월 동안 싸우고도 죽지 않는다면 남은 형기를 복역하지 않고 풀어주겠다는 말을 들었다. 나중에 수감자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정규 러시아 군대나 바그너 그룹 같은 사병 조직에 배치되 전투에 참가한다는 조건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펙텔레바의 가족이 카뉴스의 행방을 수소문하기 위해 교도소 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의를 했을 때 그들은 카뉴스가 우크라이나와의 접경 지대인 로스토프 교도소로 이송된 뒤 행방이 묘연하다는 말을 들었다.

러시아 내 인권운동가들은 이것이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되기 위해 징집된 죄수 출신 병사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말한다. 카뉴스가 로스토프로 이감된 데에는 이런 사연 말고 어떤 다른 이유도 찾을 수 없다.

“아무도 그가 어떻게 풀려났는지 우리에게 설명하지를 못합니다.”

블라디미르 펙텔레프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카뉴스가 여전히 참전 중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러시아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인 브콘탁테(VKontakte) 상의 그의 계정에는 내용물들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계정에는 “올바른 선택과 같은 것은 없다. 그냥 선택과 그 결과만 있을 뿐이다.”라는 글이 올라와 있다.

카뉴스는 지난 7월 자신의 근황과 거처를 묻는 메시지에 돈을 주면 답을 하겠다고 한 뒤 나중에는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버렸다.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의 반란이 실패한 뒤 죄수로 구성된 사병 조직을 만든 전모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이로써 죄수들을 전선으로 보낸 결정은 러시아 내 정치적 여파 뿐 아니라 향후 몇 년 동안 러시아에 상당한 사회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월 14일 러시아 반정부 단체 ‘러시아 크리미널’이 처음 폭로한 5분 32초짜리 동영상에는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길게 늘어선 죄수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프리고진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복무 후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성범죄자도 면접만 통과하면 용병으로 합류할 수 있다며 모병 활동에 열을 올렸다. [사진 = 러시아 크리미널]
지난 3월 14일 러시아 반정부 단체 ‘러시아 크리미널’이 처음 폭로한 5분 32초짜리 동영상에는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길게 늘어선 죄수들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프리고진은 이 자리에서 ‘6개월 복무 후 사면’을 조건으로 내걸고 죄수들을 설득했다. 특히 성범죄자도 면접만 통과하면 용병으로 합류할 수 있다며 모병 활동에 열을 올렸다. [사진 = 러시아 크리미널]

바그너 출신 전과자들이 귀환해서 혼란을 야기한다는 보고들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있다. 풀려난 죄수들 중에는 여성에 대한 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적지 않다.

러시아 당국은 가정 폭력이나 여성 폭력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여기에다 이제는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경우에도 피해자와 그 가족은 가해자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집으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되었다.

러시아 북부의 작은 마을 출신인 뱌체슬라프 사모일로프는 2021년 3월 33세의 올가 쉴랴미나를 살해한 후 시신을 토막내고 은닉했다. 그는 2022년 4월 9년 7개월 형을 선고받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3개월 동안 싸운 끝에 현재는 풀려난 것으로 보인다.

사모일로프의 어머니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 지역의 온라인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그녀의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다 부상을 입었으며, 이제는 사면된 신분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아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봉사함으로써 “하나님 앞에서 깨끗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2019년 러시아 남부 도시 블라디카프카스에서 22세의 레지나 가지에바를 살해한 바딤 테코프는 2035년까지 복역해야 했지만,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한 뒤 사면을 받고 블라디카프카스로 귀환했다.

“테코프는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해 6개월 동안 복무했으며 법에 따라 일찍 석방됐습니다.”

북오세티야의 행정장관 세르게이 메냐일로는 올해 초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확인해주면서, 자기가 테코프라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강간이나 폭력의 피해자들은 비록 가해자가 현재 수감 중이라 할지라도 또 다시 위험해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떨고 있는 문제가 있다. 가해자들이 언제 전선에 투입되었다가 풀려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겁에 질린 사람들부터 많은 메시지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가해자들이 전쟁에서 돌아와 다시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살인을 저질러도 경찰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깁니다. 그들은 이제 강간범이나 살인범에서 영웅으로 신분이 바뀌었기 때문이지요.”

러시아의 여성인권운동가 알레나 포포바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제 오히려 그들이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모두 사회에 엄청난 상처를 입힌 인물들인데, 아무도 그들을 교화하기 위해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살인, 강간, 가정 폭력이 물밀 듯 밀려올 것으로 내다보입니다.”

펙텔레바의 가족들은 카뉴스가 귀환해 재판 당시 이 사건을 사회에 알리려 했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해코지할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당시 가족들이 용기를 내어 사회에 알림으로써 이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낳았고, 이웃들의 거듭된 도움 요청에도 출두하지 않은 경찰은 업무태만으로 재판까지 받았다.

“형수는 지금 너무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펙텔레프는 베라 어머니의 상황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그녀가 키셀레프스크 거리를 활보하는 카뉴스를 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그녀는 그가 분명히 그 사건을 공론화 한 일에 대해 복수를 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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