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줌인] 아일랜드가 이스라엘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
[이스라엘 줌인] 아일랜드가 이스라엘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15 05:58
  • 수정 2023.11.15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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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에 그려진 친팔레스타인 벽화 [사진 = 유로뉴스 캡처]
아일랜드에 그려진 친팔레스타인 벽화 [사진 = 유로뉴스 캡처]

하마스의 공격에 맞선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급증하는데도 유럽 국가들이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아일랜드만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각)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오랜 식민지 반대 투쟁 역사를 가지고 있는 데다 최근 발생했던 특정 사건들로 인해, 양국간의 긴장 초래에 개의치 않고, 이스라엘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일랜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이 살해되는 모습을 공포에 질려 지켜보면서 희생자들 중에는 자국민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하고 있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우려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애초에는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 국경 근처 키부츠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되었다고 알려진 아일랜드 계의 8세 소녀 에밀리 핸드에 얽힌 이야기다. 그녀는 처음에는 사망했다고 알려졌지만, 키부츠 유해들의 DNA 검사 결과 그녀의 시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에밀리 핸드는 현재 가자지구에 인질로 잡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아일랜드 정부는 가자지구의 상황이 일촉즉발인 상황에서도 그녀의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에밀리 핸드의 사례에서 오늘날 아일랜드를 지배하는 복잡한 정치적 현실을 볼 수 있다. 많은 유럽 정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을 비난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반면, 상당수 아일랜드 지도자들은 눈에 띄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일랜드의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는 이스라엘인 1,400명을 학살한 하마스를 거듭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대응은 “보복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주최한 ‘가자지구를 위한 국제 구호 회의’에서 바라드카르 총리는 인도주의 관련 국제법을 무시하는 것은 “엄중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런가 하면 마이클 D 히긴스 아일랜드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가 국제 인권 규범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법을 무시하면서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공습하는 행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민간인 보호 규정을 휴짓조각으로 만드는 것이다.”

히긴스 대통령은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던 지난 10월 중순 이렇게 말한 바가 있다.

그러자 더블린 주재 이스라엘 대사 다나 에를리히는 아일랜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아일랜드 대통령이 잘못된 정보에 영향을 받았다고 비난하면서 아일랜드는 이스라엘에 대해 전반적으로 무의식적인 편견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더블린의 또 다른 이스라엘 외교관도 X에 다음과 같이 냉소적인 글을 올렸다. 

“아일랜드는 누가 테러 터널에 자금을 지원했는지 궁금한가? 그렇다면 먼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을 보라!”

이글은 곧바로 삭제 처리되었지만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히긴스 대통령은 이번 사태 발발 초기 친이스라엘적 스탠스를 취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사려 깊지 못했다(reckless)”고도 비판했다.

그는 나아가 인도주의적 휴전과 현재 하마스 보건부 발표로만 알려지고 있는 가자지구 사망자 숫자에 대한 독립적인 검증을 계속 촉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서유럽 국가들이 거의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반면, 아일랜드 지도자들이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해 눈에 띄게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요원들의 손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던 아일랜드계 이스라엘 소녀 에밀리 핸드. 같은 달 30일 그의 가족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에밀리가 가자지구로 끌려가 인질로 붙들려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가족 제공]
지난달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요원들의 손에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던 아일랜드계 이스라엘 소녀 에밀리 핸드. 같은 달 30일 그의 가족은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에밀리가 가자지구로 끌려가 인질로 붙들려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가족 제공]

불편한 과거

무엇보다 아일랜드-이스라엘 관계는 지난 20년 동안 우호적이지 않았다. 

2010년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 요원들이 아일랜드 위조 여권을 이용해 두바이로 잠입해 하마스 지도자를 암살한 사건이 벌어졌었는데, 당시 모사드가 사용한 위조 서류 중에는 훔친 진짜 ​​여권 번호를 사용한 아일랜드 여권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여파를 미치며 양국 관계를 냉각시키고 있다. 당시 아일랜드 장관들은 모사드의 행동 때문에 아일랜드 여행자들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건 6년 후, 당시 아일랜드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약을 거부했다.

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공화국과 북아일랜드 국경 양쪽의 많은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은 수십 년 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 운동을 지지해 왔다. 그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처지가 영국의 폭력에 맞서는 자신들과 유사하다고 간주한다. 

이 같은 정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더블린의 차기 정부를 이끌 것으로 널리 예상되며, 아일랜드 통일을 옹호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정당인 ‘신 페인(Sinn Fein)’ 세력의 지도자 메리 루 맥도널드는 이스라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다.

2021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이 대형 분규가 발생했을 때 메리 루 맥도널드는 아일랜드 의회에서 이스라엘은 “인종차별적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정권”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면서 아일랜드 역사의 거대한 서사(書史)와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의 대의를 결부시켰다.

그런가 하면 전직 군 장교였던 아일랜드 의회 무소속 상원의원 톰 클로난은 유로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일랜드는 그 자신의 식민지 경험으로 인해 서유럽에서는 특별한 존재가 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일랜드인이나 정치인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일랜드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스라엘 국가의 정당성을 믿는다”고도 말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교역량이 많으며 아일랜드계 이스라엘인이라는 대규모 디아스포라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1980년대 이스라엘 대통령을 지낸 하임 헤르초그는 더블린에서 자란 아일랜드계 이스라엘인이었습니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네타냐후 정부의 정책일 뿐입니다. 하마스는 10월 7일 공격으로 대량 학살을 저질렀으며, 가자지구 무력 분쟁의 원인 제공자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또한 노약자 민간인 보호에 무관심합니다. 제네바협약은 민간인 추방과 병원, 학교, 민간인 지역에 공격을 금지합니다. 바라드카르 총리는 분쟁법의 객관적인 기준인 ‘대응의 비례성(proportionality of response)’에 대해 밝힌 것입니다. 예를 들어 IRA(아일랜드 저항 단체)가 영국에 폭탄을 터뜨려 어린이를 포함해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했을 때 영국에 요구하는 공평함은 ‘영국 정부는 벨파스트의 공화주의 지역을 공습해서는 안된다’였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과도한 대응

‘신페인(Sinn Fein)’ 지도자 메리 루 맥도날드는 하마스의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이스라엘이 휴전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신페인(Sinn Fein) 소속 좌파 지도자들처럼 그녀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의 과격한 행동 때문에 더블린 주재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바라드카르 총리는 그 요구를 거부하면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대사조차 추방하지 않는데 이스라엘 대사를 추방하면 40여 명의 아일랜드 인질들을 구출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드카르 총리와 연정을 함께 꾸리고 있는 중도우파 정당 ‘피아나 팔(Fianna Fáil)’은 지난 주말 연례 정당 회의에서 에를리히 대사를 초청했다.

이스라엘 대사의 등장에 좌파 성향의 의원들은 화를 냈지만, 당 지도자이자 현 외무장관인 미셸 마틴은 그녀를 추방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옹호하면서 그렇게 하면, 에밀리 핸드 등 하마스가 억류 중인 아일랜드 인질들을 구출해야 하는 중대한 시국에, 아일랜드 대사가 이스라엘에서 추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유럽에서 아일랜드의 목소리는 특별하게 간주되었다. 이와 관련 클로난 의원은 아일랜드가 어려운 평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아일랜드 지도자들이 분쟁 지역에서 민간인 보호와 관련해 이중 잣대를 특히 경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이 텔아비브로 날아가서 무조건 이스라엘 편을 들었을 때 나는 매우 실망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전력망을 표적으로 삼았을 때, 그녀가 민간인 표적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주장한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나는 그녀가 그 점을 반성하고 똑같은 프리즘을 통해 이스라엘의 행동을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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