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전면전은 양측 모두에 재앙이라고 판단한 이스라엘과 이란
[중동 분쟁] 전면전은 양측 모두에 재앙이라고 판단한 이스라엘과 이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1 06:48
  • 수정 2024.04.21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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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이스파한 지역에서 목격된 발사체들과 폭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란의 이스파한 지역에서 목격된 발사체들과 폭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이란으로부터 최초로 본토를 공격당한 지 엿새 만에 이란의 군사기지에 대한 재보복을 강행했다.

이번 공격은 이란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에 대응해 13일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한 것에 대한 재보복이었다.

이처럼 이란과 이스라엘이 공격과 보복을 주고받는 ‘보복의 악순환’이 벌어지며 자칫 중동 지역의 최대 군사 강국끼리 전면전을 불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CNN방송은 20일(이하 현지 시각) 전날 있은 이스라엘의 재보복 양상을 근거로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란, 이스라엘이 양국 모두 참혹한 재앙으로 치달을 수 있는 전면전은 피하려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란으로부터 사상 최초로 자국 영토를 직접 공격받은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감행한 것처럼 보이는 19일의 군사적 대응 범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금요일 밤 이란 일부 지역에서 보고된 폭발들에 대한 책임을 아직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테헤란도 자신들의 대공 방어 시스템이 공격해오는 ‘소형 드론들(tiny drones)’을 격추했다고 사건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란은, 의미는 심대하면서도 그 파장은 제한적인 이스라엘의 예견된 공격을 애써 경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19일 이스라엘이 강행한 재보복의 파장은 지역을 둘러싼 궁극적 갈등을 고려한다면 찻잔 속의 태풍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현재로서 분명한 것은 지역 내 최대 군사 강국인 이란과 이스라엘 모두 긴장이 최악의 수준에 이르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달 초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격발된 이번 사태는,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300개 이상의 발사체를 날려 보내면서 보복하는 모양새를 띤 뒤 이스라엘이 이란 영공에 소규모 재보복을 강행하면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19일 아침 이란 공격 직후, 한 지역 정보 소식통은 CNN에 이란이 더 이상 대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써 두 앙숙 간의 직접적인 공격은 끝났다고 말했다.

최근의 격발(激發)은 당사자들 간의 이해관계를 더욱 뚜렷이 부각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직접적인 대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이스라엘은 지난 4월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서 테헤란과 레바논 헤즈볼라 사이의 핵심 중재자 역할을 하는 이란 고위 사령관을 살해함으로써 북부 국경에 있는 강력한 시아파 무장세력을 자극할 위험이 있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이란은 자신들의 공격형 발사체들이 미군 기지가 있는, 적어도 두 개의 이웃 국가 상공을 통과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은 양국 사이에 국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즉, 지역은 깊게 얽혀있다는 말이다. 이 사실은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높이지만,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발화에 대비한 안전판 역할도 한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 [사진 = 연합뉴스]

따라서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미국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이 밝혔을 때 이는 신속하게 확전 가능성을 방지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미군은 이스라엘로 향하던 이란의 발사체 70여 발을 격추했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수호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충실한 동맹국을 보호하는 데 제 역할을 다했다.

그러나 19일의 공격에 참여하는 것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산재해 있는 이 지역을 예측할 수 없는 사태로 몰아넣는, 미국으로서는 너무 멀리 나간 행동이었을 것이다.

테헤란을 둘러싼 정세 변화도 행동 자제의 한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이란은 현재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와 관계 개선에 나고 있으며, 이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외교 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한때 앙숙이었던 테헤란과 리야드 사이의 외교 관계 개선은 지난해 중국이 중재한 회담을 통해 이루어졌다. 중국은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는 등 많은 애를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일 중동 지역 전반에 혼란이 발생한다면 이러한 관계 개선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

이 같은 외교적 노력들은 이란과 이스라엘 내의 극단적 강경파들의 득세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양국의 극우세력들은 최종 결전을 불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극우 세력의 선봉장인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금요일의 공격을 “허약했다(weak)”고 비난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그비르 장관은 지난주 이스라엘의 전쟁 내각이 재보복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자 “이스라엘은 미쳐야 한다(go crazy)”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란에서는 자신들의 발사체들이 이스라엘 영공 안팎에서 격추당한 사실은 이란에 불리한 군사력 불균형이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국제적 압력을 무시하고, 세계가 오랫동안 두려워해 온, 핵무기 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명분을 테헤란의 강경파들에게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달의 격발로 이스라엘, 이란 두 숙명의 라이벌은 오랜 그림자 전쟁(shadow war)으로 회귀하면서 국내 긴장을 불러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이란의 대리 세력들은 중동 여러 지역에서 이스라엘과 미국과 계속해서 싸울 것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파괴적인 작전을 계속 벌이는 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 결과 이라크, 레바논, 시리아, 예멘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띨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도 갈등의 당사자들은, 한편으로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치닫지 않도록 하면서도, 그들의 힘을 과시하고 무기를 휘두르면서 그림자 전쟁의 한계를 계속 시험할 것이다.

최근 격발의 행간에는 읽을 내용이 많다. 그러나 지역전을 벌이는 양측 모두 전면전에서는 잃을 것이 너무 많다고 판단한 것만은 분명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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