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취재] 시중자금 가상화폐로 대이동... 규제 미흡 부작용 속출
[제보 취재] 시중자금 가상화폐로 대이동... 규제 미흡 부작용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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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9 07:42
  • 수정 2017.09.0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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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현 기자 = 시중 자금이 가상화폐에 쏠리고 있다.

특히 일확천금을 기대하는 투기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투자자는 120만명이 넘고 하루 거래 금액은 코스닥 거래대금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규제가 미흡해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관련 규제가 없다 보니 거래는 가격 등락폭 제한 없이 하루 24시간, 휴일 없이 진행된다.

최근엔 관련 금융사기도 속출하고 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가상화폐에 투자하라고 유인해 가로채는 방식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돼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지난 8월 19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가운데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약 75%)을 차지하는 빗썸 거래액은 2조6000억원이었다. 같은 날 코스닥 시장 총 거래액은 2조2000억원대였다. 갑자기 나타난 ‘신예’가 ‘베테랑’을 뛰어넘은 셈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9곳 거래량을 모두 합치면 규모는 훨씬 불어난다. 코스닥은 경쟁 상대도 아니다. 금융권에선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전체 주식시장을 뛰어넘을 날이 곧 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SNS 플랫폼을 기반으로 은행까지 진출한 카카오가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카카오톡 기반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스탁’은 밑 작업을 끝내고 곧 거래소를 출범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스타트업 중심 가상화폐 시장이 금융권과 대기업 중심으로 변하는 건 정해진 수순이라고 판단한다.

이미 몇몇 IT 기반 대기업과 금융사가 스터디에 돌입한 지 오래다. 그간 가상화폐 거래 속 시장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보안은 불안하고 수수료가 비싸다는 게 대체적인 불만이었다. 대기업이 이를 보완해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주자들이 살아남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화폐를 바라보는 시각은 급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가상화폐가 폭등하다 주저앉자 “과도한 투기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득세했다.

그러나 8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며 어느새 낙관론이 더 우세해졌다. 대표선수인 비트코인은 8월 하드포크를 앞두고 400만원을 넘겼던 코인당 가격이 180만원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캐시(BCH)와 분할한 이후 전고점을 넘고 500만원을 돌파했다.

비트코인 이외 가상화폐를 통칭하는 알트코인도 판을 키웠다. 시총 2위 이더리움은 러시아계 캐나다인 비탈리크 부테린이 2015년 개발한 가상화폐다.

일부에선 비트코인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나다며 더 신뢰를 보이기도 한다. 이더리움은 최근 42만원까지 올라서며 올해 초와 비교해 40배가 뛰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조용히 오르는 가상화폐가 시총 5위 라이트코인이다. 라이트코인은 2011년 구글의 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코인베이스 디렉터였던 찰리 리가 만들었다.

비트코인과 기술 원리는 같지만 거래가 4배 빠르다. 라이트코인은 1월 초보다 1300% 오른 7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비관론을 뚫고 가상화폐가 주목받는 이유는 여럿이다. 무엇보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한다. 3년 전 비트코인이 100만원을 돌파했을 때 비트코인 거래량은 200여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8월 13일 비트코인이 512만원을 돌파했을 때 하루 거래량은 10만개였다. 거래금액으로 따지면 3년 새 2000배 커졌다. 투자자가 미래 전망을 밝게 보며 사들이자 크게 오른 셈이다.

투자자 숫자도 크게 늘었다. 빗썸 가입자 수는 78만명으로 국내 거래자 수는 95%인 74만명이 조금 넘는다. 다른 거래소까지 계산하면 국내 가상화폐 회원가입 수는 100만명을 넘어선다.

둘째, 대기업이 거래소 시장에 진출하면 가상화폐 시장은 한층 더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거래소 기업이 수익을 올리려 거래를 활성화시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마땅한 신규 사업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가상화폐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비즈니스”라며 “현재 1%에 불과한 가상화폐 투자자를 더 끌어모으기 위해 열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기 수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자산시장이 커질 때 투기 수요는 늘 있어왔다”며 “과열 여부는 따져봐야겠지만 지금은 가상화폐 태동기라 실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려고 투자를 크게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보안, 수수료 등 불만이 많기 때문에 브랜드가 있는 회사가 이를 보완해 들어오면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매월 2억원 이상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한 투자가는 “쿠폰제를 운영하지만 기본 수수료가 0.15%로 터무니없이 높다. 또 수시로 먹통이 되는 등 보안도 불안하다. 기존 증권사나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갈아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 소개되는 코인이 다양해졌다는 점 역시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다.

1위 사업자 빗썸은 비트코인에서 떨어져나온 비트코인캐시는 물론 최근 신규 코인 모네로까지 국내 시장에 소개하며 총 8개의 코인을 거래한다. 모네로는 상장하자마자 하루 500억원대 거래량을 기록할 만큼 인기다.

2위 코인원도 퀸텀이라는 신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 올렸다. 신규 코인 발행(ICO·Initial Coin Offering)도 잇따른다. 전 세계 멤버십 포인트를 통합해 가상화폐로 전환하는 베리드(Berith) 코인이 9월 선보인다. 블록체인 기술기업 글로스퍼도 자체 암호화 화폐 ‘하이콘’의 ICO를 앞두고 있다.

이와함께 안전자산 이미지가 가상화폐 가치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며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자 비트코인이 급등했다.

달러가 불안할 때도 비트코인이 오른다. 이는 투자자가 가상화폐를 안전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북한 미사일이 영공을 지나가며 위기감이 높았던 일본 내에서도 ‘가상화폐는 전쟁 중에서도 안전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비트코인을 유지하는 네트워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 전시에도 참여 서버 1곳만 남았다면 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비트코인을 가진 지갑 주소와 개인키(비밀번호)가 있다면 어디서든 출금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정된 코인만 발행한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한정됐는데 지난 7월 기준 1615만개 정도 ‘채굴’돼 거래 중이다. 수량은 정해졌는데 채굴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은 가격 상승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한쪽에선 비트코인 시세에 거품이 있다고 분석한다. 일례로 2011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해온 로이 세박 골드머니 CEO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온전히 투기 세력 때문이다.

아무 코인이나 ‘묻지마 투자’에 나서선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줄을 잇는다. 지금은 어느 코인 가리지 않고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타는 분위기지만 시장이 안착하면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과 같은 대표 가상화폐나 이더리움, 리플 등 글로벌 IT 기업과 은행들이 가세한 가상화폐는 살아남을 수 있겠으나, 지명도가 떨어지고 거래량이 없는 가상화폐는 사라질 수 있다.

국내의 경우 가상화폐 투자자가 1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챙겨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보안은 이슈다. 2009~2015년 전 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중 3분의 1이 해킹당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가상화폐 거래소 야피존이 해킹으로 고객 예수금 55억원을 도난당했다.

지난 7월에는 빗썸에서 직원 PC 해킹으로 고객 3만1000명 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신해 매매자금을 예치해주는 가상 계좌에 문제를 일으킬까 조심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KB국민은행은 빗썸에서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빗썸 가상거래 계좌를 해지했다. 자사 가상 계좌 이용 고객 피해가 예상되고 보이스피싱·자금 세탁 등 2차 사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객 보호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정부 움직임은 아직 더디다. 해외에서는 고객 금융거래가 자금 세탁 또는 테러 자금 조달로 의심할 만한 근거가 없는지 예의 주시한다.

올해 2월 중국인민은행은 비트코인 거래소가 자금 세탁 규정을 위반하면 해당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비트코인 거래를 합법화하는 동시에 규제 요건을 강화했다. 호주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호주 자금 세탁 규제당국 감독 아래 두겠다고 발표했다.



세금 부과도 고민 중이다. 일례로 미국은 최근 분할한 비트코인캐시 소유주에 대해 과세 근거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탈세를 위해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례를 엄격히 제재하겠다는 의지다.

반면, 국내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가 현행법상 사업자 신고만으로 설립할 수 있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직접적인 감독 권한이 없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를 도입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가상화폐 매매를 위한 결제대금을 제3의 금융기관에 예치하거나 피해보상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속도가 느리다.

다만 금융당국은 유사 가상화폐를 발행하며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형태의 사기인 유사수신행위나 돈세탁 등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학계·법률 전문가들로 꾸린 ‘가상통화 제도화 태스크포스’의 참여기관을 경찰 등 수사기관으로 넓혀 조만간 재가동할 예정이다.

지난 8월 분열을 겪었던 비트코인이 또 한 번 쪼개질지 관심사다. 또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9월 업데이트가 결정돼 가상화폐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

올해 처리 속도 증가에 이견을 보이며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BCH)가 분리됐다. 하지만 11월께 또 한 번의 추가 분열로 3종류의 비트코인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상화폐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마다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겪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급등락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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