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서도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이 퍼져나갈 조짐이다.
14일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이윤택 예술감독이 지난 잘못을 반성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근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며 “연희단거리패는 3월 1일 공연 예정된 ‘노숙의 시’를 시작으로 이윤택 연출가의 작품들을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 연출가는 연희단거리패 외부 작업들도 모두 취소 수순을 밟고 있다.
이윤택 감독의 이런 결정은, 최근 대학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연출가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가 14일 새벽 자신의 SNS에 과거에 유명 남성 연출가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을 폭로한 데 따른 것이다.
김 대표는 “10년도 전에 <오구> 지방공연 당시 자신의 방으로 불러 안마를 시켰고, 안마 도중 갑자기 자기 성기 가까이 손을 가져가더니 성기 주변을 주무르라고 했다”고 전하며 구체적인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연극 <오구>를 연출했고, ‘밀양으로 돌아왔다’는 대목 등에서 사실상 이윤택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목됐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SNS에 글이 올라간 사실을 인지한 이후부터 팀원들과 새벽까지 논의를 했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김소희 대표는 “가장 가까운 3월1일 잡혀있는 <노숙의 시>부터 연출을 중단한다”며 “연희단거리패에서 만드는 <노숙의 시>는 작품 자체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윤택과 작업을 진행중이던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취소 전화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2009년 동아연극상 대상을 받는 등 연극계의 거장 연출자까지 성추행 논란에 휩싸이며, 연극계 전체가 출렁이는 분위기다. 이윤택 예술감독은 앞서 국립극단 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립극단은 공론화를 원치 않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 그를 제작에 참여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은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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