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포스트평창 트럼프- 문재인 ‘同床異夢’... 트럼프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 문재인 "일단 만나자"
[이슈 프리즘] 포스트평창 트럼프- 문재인 ‘同床異夢’... 트럼프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 문재인 "일단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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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7 06:20
  • 수정 2018.02.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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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포스트평창’ 한반도 해법을 둘러싸고 한-미간 미묘한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북미 직접 대화와 관련해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이 미국과 대화 용의를 밝힌 이후 처음이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right conditions)'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먼저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내보여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AP 통신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회담이 열리기 전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고, AFP 통신은 "미국 정부는 어떠한 회담이라도 열리기 전에 북한 정권이 비핵화를 향한 조처를 하라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단독 제재와 관련해 "그 제재가 효과가 없으면 우리는 제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제2단계는 매우 거친 것이 될 수도 있고 전 세계에 매우, 매우 불행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례 회동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중국은 비교적 협조를 잘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비협조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이 빼내고 있는 것을 (북한에) 들여보내고 있다"면서 "(러시아는) 나쁘게 행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 이후'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운전대'를 다시금 고쳐잡고 있다.

여기에는 '평창 외교전'을 거치며 어렵게 불붙은 대화의 동력을 제대로 살려나가지 못하면 상황이 이전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으로서는 평창발 외교적 '해빙무드'를 토대로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라는 두 개의 바퀴를 '선순환적으로' 굴려나가는 것이 최대의 과제로 떠올랐다.

무엇보다도 한반도 위기의 핵심축인 북미간에 최소한의 대화 분위기라도 조성돼야 남북대화를 의미있게 추동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으로 보인다. 바꿔 말해 북미간 대화의 시작을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개·폐회식을 무대로 한 '최고위급 외교전'을 통해 북미 양국으로부터 대화 의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만남이 불발됐지만, 그 과정에서 북미간의 기류에 모종의 변곡점이 생성되고 있음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사상 최대의 압박'을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평창 개회식을 계기로 한 북미간 고위급 접촉을 사전 승인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최측근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평창으로 내려보내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전날 문 대통령에 이어 2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우리는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여러 차례 이미 밝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밝혔다.

이처럼 정상 차원의 '의향 교환'으로 북미 대화를 위한 기초적 여건이 마련됐지만 속단은 일러 보인다. 최대 이슈인 핵 문제를 대화의 의제로 삼을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적어도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 또는 진정성을 표시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우리는 대화할 의향이 있다는 북한의 오늘 메시지가 비핵화로 가는 길을 따르는 첫걸음을 의미하는지 볼 것"이라며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전날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비핵화 의제화 여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입장을 표시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미 고위급대표단에 포함됐던 북한 외무성 내 대미외교 담당인 최강일 부국장과 앨리슨 후커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물밑에서 예비 실무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양측이 당장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양측의 접촉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대화의 '의제'는 결국 대화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양측이 설령 대화 의지가 있더라도 기싸움이 팽팽해질 수밖에 없다.

대화의 조건을 둘러싼 북미간의 평행선 대치가 이어질 경우 문 대통령이 어떻게 '중재외교'를 구사하느냐에 따라 의미있는 돌파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 용의를 밝힌 북한 대표단에 비핵화 대화의 중요성을 직접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원칙적 입장에서 더 나아가 비핵화를 위해 어떤 방법론을 택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말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언급한 방법론을 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는 차원을 넘어 핵동결을 입구로 하고 폐기를 출구로 삼는 '2단계 해법'까지 제시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에 대화에 진정성있게 임할 경우 미국 등 국제사회와 단계별 상응 조치를 협의해나가는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북한 대표단은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진지하게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북한의 반응이 있었지만 이를 전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귀환보고 때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제안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반응이 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언급에 김영철 부위원장은 흥분하지 않고 북미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그동안 핵무력 완성을 주장하며 비핵화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았고 심지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대화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는 지금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는 대화의 문턱을 낮추고 북한의 정확한 의중을 시험해보는 '탐색적 대화'에 나설 것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이 문 대통령의 뜻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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