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 "점포당 수백만원씩 죽어나가...수산물 '단전·단수'는 범죄"
[현장]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 "점포당 수백만원씩 죽어나가...수산물 '단전·단수'는 범죄"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8.11.20 16:07
  • 수정 2018.11.2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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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리크스한국]
[사진=위키리크스한국]

"상식적으로 물고기가 있는 곳에 단전, 단수라니요. 일반적인 단전, 단수와는 다릅니다. 수십년간 수산시장을 일궈온 시장 아주머니들 재산인데 점포당 수백만원씩 물고기가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범죄입니다"

20일 오후 십수명의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은 송파구 수협중앙회 빌딩 앞으로 몰려갔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민주노련) 등 52개 진보단체로 구성된 민중공동행동과 함께였다. 

노량진 수산시장 신시장은 문을 연 지 3년째가 다 돼가지만 수산시장 주인인 수협과 시장 상인간 갈등은 봉합되지 않은 채다. 

구시장 상인들은 높은 임차료, 비좁은 공간 등을 이유로 이전을 거부해왔다. 현대화한 신시장이 문 열 당시에도 구시장 상인층 10%만이 옮겨 개업했다. 

3년간 구시장 상인에 대한 수협의 이전 압박은 지속됐고 구시장 상인들은 신시장으로 옮겨가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명도집행 시작으로 구시장 상인과 수협간 갈등은 본격화했다.
 
앞서 2016년 수협은 구시장 일부 상인을 상대로 점유자 부동산 인도를 요구하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구시장 상인들은 항소로 맞섰다. 

지난달 23일까지 모두 4차례 명도집행이 진행됐다. 수협은 지난달 30일 "4일까지 반납 퇴거하지 않을 경우 단전, 단수 조치하겠다"고 밝힌 뒤 이달 5일부터 구시장 전역 단전, 단수에 들어간 것이다. 

이후 구시장 상인들은 농성과 항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날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은 "노량진 수산시장 일은 영세상인들과 민주노련의 일만이 아니고 서울 시민과 온 국민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도 "노량진 수산시장은 노동자만이 아니라 천만 시민, 서민, 수산시장 상인 가족과 함께 해온 삶의 터전"이라며 "수산시장 상인들 상행위를 통해 시민이 이용해오던 시장이 현대화라는 미명아래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되고 있다"고 했다. 

민중공동행동은 5일부터 노량진 구 수산시장에 시행된 단전, 단수를 당장 원상복귀시킬 것을 요구했다. 매일처럼 자행되는 폭력도 함께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김태현 변혁당 대표는 "단전, 단수는 사람 목숨을 붙잡는 것"이라며 "노량진 수산시장 단전, 단수는 다른 어떤 곳과도 다르다. 상인들 수산물을 잡아죽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깡패들이 망치 들고 집기 때려 부수고 죽이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나"고 토로했다. 

최영찬 민주노련 위원장은 "마치 전두환 군사정권 때처럼 현재 매일 매일 노량진 시장에서는 폭행이 이뤄지고 있다. 김임권 수협 회장이 어떤 대가와 희생을 치루더라도 상인을 강제 철거, 퇴거시키겠다고 한다"며 "민중이 모여 이게 나라냐며 노동자, 도시 빈민이 새 정권을 탄생시켰건만 또 다시 이게 나라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수십년간 살겠다고 수산시장을 지켜온 시장 아주머니들, 우리 어머니들을 향해 무자비한 용역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며 "일반 재벌도 아니고 협동조합인 수협이 이같은 폭력을 종용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이어 박석운 대표는 "신시장이 잘 되면 상인들이 왜 안 들어가려고 하겠나. 왜 집 압류에 폭력까지 당하면서 안 들어가고 있겠나"며 "수협중앙회가 지은 신시장 상가는 부정과 비리 의심이 있는 야바위판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상규 민중당 대표도 "수협이 만들어놓은 신시장이 편리한지, 장사가 잘 되는지 가보면 알 것이다. 걷기조차 불편할 정도다. 통로는 비좁고 한 개 점포가 한 곳만 갖고 장사 못하는 크기"라며 "영세시장 상인 쥐어짜고 가는 손님은 불편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곳이다.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시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시장 상인들의 신시장 이전 반대 성토가 이어졌다.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회장은 "상인들이 피와 눈물로 일군 수산시장인데 이제 수산시장 땅값이 오르자 수협은 더 많은 이윤을 챙기려고 상인을 내몰고 있는 것"이라며 "수협이 지은 신축 건물 들어가면 수산시장 특성상 장사하는 데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관리, 통제 틀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고 장사는 안 되는데 월세는 더 낼 수밖에 없는 불합리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윤헌주 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 지역장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실패"라며 "수협은 현대화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협은 구시장 상인과 대화에 나서고 서울시, 정부와도 대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아무리 구시장내 폭력으로, 또 전기, 물을 끊고 내쫓으려고 해도 저희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구 수산시장 상인들은 2002년 수협이 수산시장 인수 당시에도 빚이 많았던 단체라며 정부 빚 갚는데 혈안이 되다보니 40~50년 수산시장을 일군 상인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1927년 문을 열고 1971년 한국냉장이 현재 위치에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을 세웠다. 2002년 수산업협동조합이 인수했고 시설 노후화 등으로 2004년부터 현대화를 추진, 2016년 3월부터 신시장은 영업을 시작했다. 

[위키리크스한국=이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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