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OCTG 최대 수요처 불구 ‘그림의 떡’…공장 도입도 현실성 낮아
국내 강관업계가 최근 미국 반덤핑 관세율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물량이 쿼터제한에 묶여 있어 눈에 띄는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공장 도입 역시 제반 여건이 좋지 않아 부진 타개를 위한 방안 모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유정용강관의 반덤핑 관세가 대폭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상무부는 국제무역법원(CIT) 판정에 따라 한국산 유정용강관에 대한 반덤핑 관세 재산정 결과를 지난 2일 발표한 바 있다.
최종 판정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계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재산정 결과 넥스틸에 부고됐던 반덤핑 관세 29.76%가 3.63%로 대폭 하향 조정됐으며, 기타 업체들의 관세율도 16.26%에서 3.47%로 조정됐다. 반면, 세아제강의 반덤핑 관세는 2.76%에서 3.31%로 소폭 상향됐다.
이 같은 판정이 확정되면 국내 강관업체들의 미국 수출 수익성은 크게 향상된다. 30%에 가까운 관세를 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이익이 났던 만큼, 세아제강을 제외한 넥스틸, 휴스틸 등의 강관업체들의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세계에서 석유생산량이 가장 많은 산유국이다. 미국 에너지청(EIA)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하루 평균 원유생산량은 1090만 배럴에 달했다. 이는 2017년 대비 20% 증가한 수치로 2017년까지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세계 3위에 그쳤다.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크게 증가한 것은 셰일가스 덕이다. 과거 산유국들은 미국이 셰일가스를 생산하자 채산성을 악화시키기 위해 배럴당 50달러 아래까지 원유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원유 생산기술 혁신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면서 현재 미국 셰일가스는 배럴당 50달러 이하에서도 채산성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미국의 철강제품 가격은 다른 지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국내 강관업체들은 30%에 달하는 고관세를 내면서도 수출을 지속적으로 이어왔다. 문제는 쿼터 제한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이번에 반덤핑 관세를 낮춘 것이 결국 쿼터 제한이라는 수출 규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냉연업계 역시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이 30~50%에 달하는 관세로 수출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쿼터 제한이 생기면서 이러한 고관세들은 모두 재조정됐다.
미국 내 철강 생산량으로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수입을 막기 위한 쿼터 규제 장치를 마련한 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강관 제품 역시 한국과 미국 정부가 합의한 대미 철강 수출량이 263만톤 수준으로, 이는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제약은 미국 정부가 현지 공장 도입을 유도하기 위한 일환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공장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북미 OCTG 수요는 분명 강관업계의 최대 금맥이지만 현지 공장도입은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강관 제품 생산을 위한 원자재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자재 역시 수입이 막혀 쿼터 제한에 걸려 있기 때문이다. 강관 생산에 사용되는 도금제품이나 열연제품 등의 원자재를 현지에서 구입하면 수익 내기가 어렵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넥스틸과 휴스틸은 미국 현지 공장 도입을 검토했지만, 별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고 세아제강 역시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관업계 관계자는 “수출 물량 제한이 풀리지 않는 한 대대적인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반덤핑 관세율이 낮아지면 기존 수출 물량들에 대한 수익 증가가 이뤄지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msh14@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