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성 상품으로 자본확충에도 도움…"직접 따져보고 가입해야"
생명보험사들이 저렴한 보험료를 앞세운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나면서 보험 해지율이 높아지자 계약 유지율은 높이고 보험료는 대폭 낮춘 '가성비' 전략에 따른 양상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18개 생명보험사에서 85개의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최근 출시된 푸본현대생명의 'MAX 종신보험 라이트'부터 삼성화재의 '유병장수 100세 플러스', 한화생명의 '더간편한 건강종신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한 번 가입하면 평생을 보장받는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월 20~30만원대로 다른 보험 상품보다 비싼 데다 납입 기간도 길다.
이런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은 20~30%,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은 10~20%가량 저렴하다. 사망보험금 1억원을 보장하는 일반 종신보험이 보험료로 매달 20만원을 내야 했다면 저해지환급형 상품의 경우 매달 15만~17만원만 납입하는 식이다. 여기에 자동이체 할인, 고액 할인까지 적용받으면 적은 보험료로도 '알짜배기' 보장을 받을 수 있다.
이 상품들은 계약자가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 않거나 일반 종신보험보다 낮은 해지환급금이 지급되지만 내야 할 보헙료가 상대적으로 적어 '가성비' 보험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종신보험이 긴 보장 동안 비싼 보험료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면 저해지환급형은 해약환급금이 적은 대신 보험료도 저렴하다"며 "가계는 적은 보험료로 보장받을 수 있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해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어 서로 손해 보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은 보험사가 오는 2022년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 17)에 대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IFRS 17은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뀐다는 점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 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생보업계의 성장을 견인한 저축성 보험은 IFRS 17 도입 시 판매 시점부터 보험사에 손실을 안기는 요인이 된다. 반면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은 오히려 IFRS17 적용 시 이익이 나게 된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종신보험을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연금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종신보험은 위험보험료와 비용 수수료를 제외하고 적립된다. 따라서 납입이 끝날 때까지의 적립금은 이미 납입한 보험료보다 적을 확률이 높다. 또 높은 확정형 금리를 약속한 종신보험도 위험보험료와 수수료를 뺀 적립금만이 확정형 금리로 분리되기 때문에 수수료만 제외하는 연금보험보다 보험금이 낮을 확률이 높다.
이 관계자는 "보험계약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면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또 장기보험인 만큼 설계사 수당도 높게 책정돼 있어 본인이 가입할 무·저해지환급형 종신보험에 관해 직접 공부하고 따져 꼭 필요한 상품을 찾아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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