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에 눈먼 '주커피', 금연건물서 "흡연하세요~"
매출에 눈먼 '주커피', 금연건물서 "흡연하세요~"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3.03 15:25
  • 수정 2020.03.03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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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F&B "부스 설치는 점주 판단, 법적 문제도 없어"
구청 직원에게 철퇴맞자 "문제점 다시 체크해 볼 것"
[주커피 한 가맹점 내부에서 흡연하는 고객들 / 사진=박영근 기자]

금연 건물 내 위치한 커피프랜차이즈 'ZOO커피(주커피)'의 한 가맹점이 흡연 부스를 운영하다가 구청으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비흡연 소비자의 건강과 매출 사이에서 주커피 본사인 태영F&B는 '점주가 설치한 것'이라며 도의적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지난 2일 서울의 한 주커피 가맹점을 방문했다. 매장 입구부터 수많은 직장인들이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매장 입구엔 아예 '2층 흡연 부스에서 흡연 가능합니다'라는 푯말까지 붙어 있었다. 실제로 커피 주문 후 2층으로 올라가보니 유리칸으로 이뤄진 흡연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 부스에도 2~3명의 흡연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를 물고 있었다. 

문제는 해당 건물은 구청이 지정한 '금연 건물'이라는 것이다. 금연 건물이란 건물 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법으로 지정된 건물을 의미한다. 어떻게 금연 건물 내부에서 이같이 흡연 부스가 설치되고 흡연이 이뤄지고 있는 걸까. 더군다나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가 비말로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위생상으로도 문제 되는 부분이었다.

■ 태영F&B "부스 설치, 법적 문제 없어"…소비자 건강은 '뒷전'

[매장 입구에 붙은 흡연 가능 안내 표지 / 사진=박영근 기자]

주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태영F&B에 이와 관련해 문의해보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태영 F&B 관계자는 "금연 빌딩이어도 금연 부스 내에서 태우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담당자로부터 답변을 받았고 녹취까지 했다"면서 "그곳이 저희 직영점은 아니라서 개인 점주가 돈을 투자해서 부스를 만든 것이다. 부스를 만들고 안 만들고는 전적으로 점주가 판단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부스 문을 여닫을 때 담배 냄새가 흘러나와 2층 매장 전체적으로 퀴퀴한 냄새가 났다. 비흡연 손님들은 고스란히 니코틴을 강제로 흡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금연 건물 지정을 왜 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이에 태영F&B 관계자 말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청에 검사를 요청했다. 

다음날인 3일 오전 구청 직원이 현장을 방문했다. 해당 직원은 조사 결과 "환풍기에 곰팡이가 가득 껴서 정상적인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으며, 부스 하단에 틈새가 생겨 담배 연기가 매장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지점에 경고 조치가 내려졌고, 점주는 1차 부스 재공사 미시행 시 과태료 170만 원, 2차로 330만 원 3차 500만 원을 받게 됐다.  

구청 경고 맞자 "점주가 개선한다고 밝혀…마무리 지으면 되겠냐" 급급 

[부스 내 수북하게 쌓인 담뱃재들 / 사진=박영근 기자]

다만 법적으론 태영F&B의 주장처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해당 직원은 "국민건강진흥법 현행상 흡연실 설치는 자유로 돼 있다"면서 "9조 4항에 보면 26개 시설을 금연구역으로 만들었고, 여기선 흡연하게 되면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별도로 마련된 흡연실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2025년부턴 실내흡연실도 모두 불법화 하는 것으로 종합대책을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태영F&B는 "점주가 개선 조치한다고 했으니, 그걸로 마무리 지으면 되겠냐"며 서둘러 정리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슈퍼바이저들이 체크하고 본사로 얘기가 있었을 텐데 그런 보고는 받은 적이 없었다"며 "이번 사안에 대해 문제점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체크를 해보도록 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매장 내 흡연 부스 설치에 대해 "흡연 고객들의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포기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담배와 커피는 흡연자들이 선호하는 조합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 흡연 공간이 줄어들면서 카페 내 흡연 구역을 찾는 고객들이 다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소비자의 건강과 매장 내 커피 향을 중시하는 브랜드들은 부스를 아예 설치하지 않는 추세"라고 답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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