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접수마저 혼선…주민들 불안 증폭
지난 8일부터 현재까지 인천시 수돗물에서 유충이 연달아 발견돼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인천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등 미숙한 업무 대응을 펼치고 있다. 인천의 상수도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영길 본부장의 자질이 의심된다.
20일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에 거주중인 제보자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일 오전 9시40분 경 요리를 위해 부엌 싱크대에 설치된 조리수로 물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씨는 약 1cm 길이의 정체불명 물체를 발견했다. 당황한 A씨는 동작을 멈추고 해당 물체를 유심히 살펴봤다. 물체는 투명하고 스스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었다.
A씨는 곧바로 이 물체를 '유충'으로 추정하고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전화했다. 이에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신고 접수했고, 수질 검사를 위해 조만간 방문하겠다"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수도사업본부는 이날 A씨의 집에 방문하지 않았다. A씨는 "아이가 둘이 있는 가정의 정숫물에서 유충 추정 물체가 나왔다. 물을 마실 때마다 유충이 있을까봐 하루종일 두려웠다"고 하소연했다.
제보자는 다음날 상수도사업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접수 내역 기록이 없다"면서 "어제 전화한 게 맞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뒤늦게서야 실수를 인정한 상수도사업본부는 "순차적으로 방문하겠다. 언제 신고자의 집에 방문할 지는 명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유충을 보관하고 있으라고 지시를 하거나, 유충이 발견된 수도관 사용을 중단하라는 등의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아울러 유충이 발견된 가정에 상수도사업본부가 식수를 제공한다는 소식도 나중에서야 알았다.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인천 지역에서만 580건의 민원 신고가 접수됐는데, 어떻게 아직까지도 이런 가이드라인조차 마련하지 않았는지 황당할 따름이다"라고 지적했다.
박영길 본부장이 이끄는 인천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9일 수돗물 유충 발견 민원을 최초 접수한 이후 나흘 만인 13일에서야 대책 회의를 여는 등 늦장대응을 펼쳐 비난을 받았다. 더군다나 박 본부장은 사건 발생 약 6일이 지난 15일에 언론 브리핑을 열고 "벌레와 관련된 매뉴얼은 따로 없다. 환경부 표준 매뉴얼이 있어서 그 매뉴얼대로 대응했다"고 설명해 논란을 빚었다. 컨트롤 타워가 미숙한 업무 대응을 펼치는 사이, 인천시 주민들의 불안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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