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2020]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
[미 대선 2020]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0.11.03 13:04
  • 수정 2020.11.03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 대선 사전투표 행렬[사진=연합뉴스]
미 대선 사전투표 행렬[사진=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앞두고 적지 않은 미국인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또 대통령이 되면 미국을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해지는 가운데, 영국 매체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이들 중 몇몇을 인터뷰한 기사를 내보냈다.

뉴욕에 사는 20대 개비 메이어스는 런던 행 비행기표를 예약했다고 한다. 총기 판매가 급증하고, 극단주의자들이 주지사 납치 계획을 세우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마스크도 안 쓰고 타임스퀘어에서 소란을 피우는 등 상황이 더 악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그저 행복하고 마음이 평안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는데, 이 나라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고 말했다.

메이어스 뿐 아니라 미국에서 민주주의적 이념이 사라지고 있다고 여기는 일부 미국인들이 도피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즈 기고가이자 뉴욕의 버나드 대학 교수이며 트랜스젠더 활동가인 제니퍼 피니 보일란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이 나라에서 정말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며, "낯선 사람들이 내게 와서는 위협을 한다. 정부는 나와 같은 사람들의 인간성을 비하하기 위한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한 세대가 어떻게 미국을 떠나고 싶은 욕구를 경험하고 있는 지에 대한 컬럼을 쓴 보일란 교수는 언제 어디로 갈 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고 한다. 그는 또 다시 4년 동안 이런 세상을 견딜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자신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국가적 망신이라는 오명을 쓴 지난 9월 트럼프와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의 대선 토론 이후, 구글에는 캐나다나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것에 대한 미국인들의 검색이 급증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이네즈 맥기는 이전에, 심지어 악명 높은 닉슨 대통령 시절에도, 사람들이 미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자신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 때도 맥기와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을 떠나겠다는 농담을 했었지만,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백인우월주의 유세가 있었고, 당시 자칭 네오나치라고 한 사람이 차량 충돌로 반인종차별 운동가를 죽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미국이 분노로 혼돈에 빠지자 맥기는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몇 년 동안 미국을 떠나 있는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현재 트럼프는 지지율이 바이든에게 뒤처져 있지만, 지난 2016년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크게 빗나갔었던 것을 감안하면, 누가 당선될 지는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아메리칸 런어웨이(American Runaway)'의 저자 오드리 에드워즈는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단순하고 명료한 이유였다’라고 말했다.

에드워즈는 올 초 미국으로 돌아왔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내린 미국인 입국 금지령 때문에 미국 내에서 발이 묶였다고 한다.

에드워즈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악몽 속에 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국인들은 외국에서 오랜 기간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한다. 능력 있는 젊은이들에게는 유학이나 취업, 결혼 등을 통한 방법이 제시되기도 하고, 부유한 은퇴자들은 미국의 의료보장 혜택과 남은 가족을 포기하고 중남미 지역에서 새 삶을 사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미국 이주정책연구소 명예소장 드미트리오스 파파드미트리우는 아주 많은 미국인들이 떠나고 싶어해도 실질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해외 망명을 생각하고 있는 미국인들도 있다고 하지만, 트럼프가 재선됐다고 해서 망명 승인이 될 수는 없다고 파파드미트리우스는 말했다.

미 앨라배마에서 아프리카 가나로 이주한 라토야 브라운은 SNS에서 미국인들이 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한 한탄과 탈출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이주했을 때 낭만적이지 않은 현실에 대해 경고하는 책을 썼다.

뉴욕에서 성직자로 있는 베벌리 바틀렛은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뉴스를 듣고는 스코틀랜드의 교회들에 대해 생각하거나 뉴질랜드나 캐나다로 이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를 생각하며 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회퍼는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으로 망명하려고 생각했다가 저항의 뜻으로 독일로 돌아갔고, 결국 처형당했다.

바틀렛은 떠나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특권이라며, 대부분은 떠날 수 없기에 남아서 계속 싸우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prtjam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